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주 80시간에 가까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가 지난 7월 숨진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7일 정의당은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 말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런베뮤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주당 58시간에서 80시간에 달하는 과로에 시달리다가 지난 7월 숨졌다는 사실이 보도됐다”며 “작년 5월 입사 후 14개월 만”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망 전날에는 아침 9시에 출근해 자정 직전에 퇴근했다”며 “사망 닷새 전에는 21시간 일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갑자기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과로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만성 과로와 급성 과로가 겹쳐 과로사로 이어진 것 아닌지 추정되는 대목”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고인의 근로계약서는 주 14시간 이상 초과근로를 기준으로 작성되어 주 52시간 상한제를 위반하고 있고, 실제 근무 시간은 이보다도 훨씬 길다”고 했다. 이어 “입사 후 14개월간 거쳐온 지점은 4곳이나 된다”며 “강남에서 수원으로, 다시 인천으로 옮겨 다니면서 근로계약서만 세 번 갱신했다”고 설명했다.
또 유족이 산재를 신청했지만 엘비엠은 고인의 근로시간과 관련된 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확인한 근무 기록은 유족 주장과 다르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엘비엠의 고위급 임원이 산재를 신청하겠다는 유족에게 ‘굉장히 부도덕해 보인다’고 폭언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미선 진보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고인은 사망 전날 끼니도 거르며 15시간 넘게 일했고, 사망 직전 주간의 노동시간은 이전 12주 평균보다 37%나 증가했다”며 “유족이 산재를 신청했지만 런베뮤 사측은 과로사를 부인하며 근로시간 입증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노동 현실이 얼마나 잔혹하고 비인간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며 “그럼에도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청년 핫플레이스’로 포장해 소비자 앞에서 뻔뻔하게 상품을 팔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의 노동과 목숨을 브랜드의 원가로 삼은 런베뮤의 행태는 명백한 기만이자 폭력이며 탐욕이 만들어낸 살인”이라고 비판했다.
유족 측은 지난 22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런던베이글뮤지엄은 2021년 서울 종로구 안국동 1호점을 시작으로 전국 7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지난 7월 국내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운영사 엘비엠을 인수했다.
◇과로사, 장시간 노동이 주원인
과로사는 과도한 노동과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르는 경우를 통칭한다. 법적 산업재해 기준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용어지만,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을 주로 지칭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과중한 노동이 뇌출혈, 지주막하 출혈, 뇌경색 등 뇌혈관 질환과 심근경색 등 허혈성 질환, 급성 심장마비 등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는 것 ▲과도한 노동으로 피로가 축적돼 기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가 악화해 사망하는 것 ▲격무·과로·스트레스 등으로 건강이 악화하거나 기존에 앓던 기타 질환이 악화해 사망하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과로의 정도를 계량화하기가 어렵고, 과도에 대한 반응도 개인차가 크다. 이에 사망과 노동 사이 인과관계를 밝히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근로시간 외에도 일정, 유해한 작업환경에의 노출, 육체적 강도, 정신적 긴장 등 다양한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사망과 업무 사이 관련성을 평가하고 있다.
◇과로 자체를 줄여야… 국가·개인적 노력 필요
과로로 인한 건강 문제를 예방하려면 과로 자체를 줄여야 한다. 일본은 2014년 ‘과로사 방지법’을 제정하고, 후생노동성 내 전담 부서를 두어 예방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최로 과로사 예방 법률안 입법 공청회가 열렸지만 아직 법 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과로사 예방에는 장시간 노동 구조 개선이 가장 중요하지만, 개인적 건강 관리도 도움이 된다. 과로사의 주요 원인 질환인 심근경색, 협심증, 뇌혈관질환 등은 주요 유발 인자로 알려진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을 관리하면 일정 부분 예방할 수 있다. 정기 건강검진과 금연·절주, 유산소 운동이 권장된다. 피로, 수면 부족, 흉통·어지럼증 등 이상 신호가 나타나면 의료기관 검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