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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마트에서 판매되는 아몬드. 제품 오른쪽 하단에서 미국심장협회(AHA)가 부여한 ‘Heart-Check Food Certification(심장 건강 인증 식품)’ 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사진=이해림 기자
상당수의 한국인이 심장 질환으로 사망한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4년 사망 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심장 질환은 20세 이상 성인의 사망 원인 중 질병 요인으로서는 대부분의 세대에서 2위를 차지한다(1위 암).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2022년 기준 전 세계 사망 사례의 32%가 심혈관 질환 때문이었다”며 “대부분의 심혈관 질환은 담배를 멀리하고 과도한 설탕·소금·지방 섭취를 절제하는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등 질병 유발 요인을 피하는 것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미국심장협회(AHA)는 일부 식품에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임을 인증하는 ‘Heart-Check Food Certification(심장 건강 인증 식품)’ 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소비자가 심장에 이로운 식품 위주로 장을 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수시로 먹기 편한 식품 중에서는 아몬드 등 견과류에서 이 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

◇‘Heart-Check’ 마크, AHA 영양 기준 만족한 제품에만
AHA의 Heart-Check 마크는 식품의 ▲총 지방량 ▲포화지방량 ▲트랜스지방 함량 ▲콜레스테롤 함량 ▲나트륨 함량 ▲1회 권장량으로 비타민A·비타민C·아연·칼슘·단백질·식이섬유 등 6개 영양소 중 하나의 일일 권장량 10% 이상을 섭취할 수 있는지 등의 항목에서, AHA가 제시한 기준치를 만족하는 경우에만 부여된다. 생선, 오일, 견과류, 과일·채소 등이 주요 심사 대상이며, 견과류 중에서는 아몬드, 헤이즐넛, 땅콩, 피스타치오, 호두, 잣, 마카다미아 등만이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세부 심사 항목과 기준은 식품마다 조금씩 다르다. 예컨대, 호두는 영양적 가치가 높지만, 1회 권장량만으로 비타민A·비타민C·아연·칼슘·단백질·식이섬유 등 6개 영양소 중 하나의 일일 권장량 10% 이상을 충족하지는 못한다. 이에 아몬드 등 타 견과류와 달리 호두에 대해서는 이 항목의 평가가 면제된다.

같은 식품이라도 가공을 거쳐 영양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다면 마크가 부여되지 않는다. 기자가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의 한 월마트에 방문해 다양한 아몬드 제품을 살펴본 결과, 겉면이 시즈닝이나 당류 등으로 코팅된 아몬드 제품에서는 이 마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저염으로 간이 된 아몬드나 소금간을 비롯한 그 어떠한 가공도 거치지 않은 아몬드 제품에만 마크가 있었다.

◇Heart-Check 식품 중 ‘아몬드’가 한국인 선호도 높아
한국에는 아직 이런 인증 마크가 없다. 그러나 심장에 이로운 식단을 따라 할 수는 있다. 식용유로는 올리브 오일과 옥수수 오일 등 식물성 기름을 주로 사용하고, 고기로는 붉은 육류 대신 닭이나 생선처럼 흰살 고기를 택하는 식이다. 간식으로는 과자나 빵 대신 피스타치오, 피칸, 아몬드 등 견과류를 섭취하면 된다. AHA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Heart-Check 식품 리스트에도 이런 식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Heart-Check 마크가 붙어 있는 식품 중,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수시로 섭취할만한 것은 견과류다. 전남대 연구팀이 견과류 섭취 경험이 있는 20대 이상 한국인 성인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Heart-Check 마크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견과류 중에서는 아몬드의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영양학 박사이자 미국 공인 영양사인 캘리포니아아몬드협회 김민정 이사는 “간식으로 식사를 대체하는 트렌드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며 “몸에 좋은 간식을 챙겨 먹는 것이 이제는 건강 관리의 핵심”고 말했다.


아몬드 권장 섭취량은 하루 한 줌, 23알(약 28g)이다. 이만큼을 섭취하면 아몬드만으로 ▲비타민E 7.3mg(성인 일일 권장 섭취량의 61%) ▲칼슘 76mg(10%) ▲단일불포화지방 9g(9%) ▲칼륨 208mg(6%) ▲식이섬유 4g(13~20%) ▲인 136mg(23%) ▲단백질 6g ▲마그네슘 77mg(25~32%) ▲철분 1mg(9~12.5%)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이는 권장 섭취량일 뿐 이보다 많이 먹어도 무방하다. 아몬드의 효능에 관한 연구들은 대부분 실험 참여자들에게 권장량보다 많은 양을 먹도록 했다.

아몬드는 혈당과 체중, 콜레스테롤 조절에 도움을 줌으로써 심혈관 질환 예방에 기여한다. 실제로 당뇨 전 단계면서 과체중·비만인 성인들에게 3개월간 세끼 식전마다 아몬드 20g을 먹게 했더니 허리둘레, 체중, 체질량지수(BMI)가 감소했고, 공복 혈당과 당화혈색소 등의 대사 지표가 개선됐으며, 참여자의 4분의 1이 정상 혈당 범위로 진입한 것이 관찰됐다. 이 밖에도 과체중·비만 성인 4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 아몬드를 하루 43g, 12주간 섭취한 집단은 아몬드를 먹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콜레스테롤 수치가 개선됐다. 김민정 이사는 “아몬드에 유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불포화지방산과 식이섬유가 다량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장·혈관 이외에도 피부·근육·장 건강 효능 입증
한편, 아몬드는 심장 건강 이외에도 다양한 효능이 입증됐다. 그중 하나가 피부 건강이다. 아몬드는 비타민E가 많아 피부 노화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된다. 폐경을 맞이한 캘리포니아 거주 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하루에 아몬드를 2줌씩, 3달간 섭취하게 했더니 피부 주름이 완화되고 수분 함량이 늘어나는 것이 확인됐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등 동아시아인 여성을 대상으로 실험했을 때에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으며,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가 더 빨리 회복하는 것도 관찰됐다.

운동 후 근육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30분 동안 트레드밀에서 운동한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쪽에만 아몬드를 섭취하게 했더니, 아몬드를 먹은 집단에서 근육통이 훨씬 적었다. 김민정 이사는 “아몬드 한 줌에는 달걀 하나만큼의 단백질이 들어 있어, 한두 줌 들고 다니면서 수시로 먹으면 간단하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건강에도 좋다. 아몬드의 식이섬유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김민정 이사는 “지난 30년간 심장 건강을 필두로 장 건강, 피부 건강, 체중 관리, 당뇨, 운동 후 회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아몬드의 효능에 관한 200여 개 이상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며 “2026년 말까지 수면, 웰 에이징, 암 분야의 연구 결과 20여 개가 추가로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