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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남성 나이가 증가할수록 자녀에게 질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를 물려줄 가능성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난자는 태어날 때 이미 난소에 만들어져 세포 분열이 멈춘 상태로 수십 년을 보내지만, 정자는 평생 새로 만들어진다. 그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생길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아, 정자가 자손의 질병 위험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준다는 가설이 있다.

영국 웰컴 생어 연구소 라헬레 라바리 박사팀은 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최신 초정밀 염기서열 분석 기술을 활용해, 남성 생식계에서의 돌연변이 관련 유전자 구조를 세밀하게 분석했다.

연구팀은 24~75세 남성 81명의 정액과 22~83세 남성 119개의 혈액 샘플을 분석했다. 정액 샘플은 1mL당 정자 수가 100만 개 이상이었다. 'NanoSeq'라는 기술을 활용해 매우 낮은 빈도의 돌연변이도 심층 분석이 가능했다.

연구팀은 정자 줄기 세포에서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40개 이상의 유전자를 식별해냈다. 이는 자폐, 특정 암 등 질환과 관련이 있었다.


분석 결과, 나이가 증가할수록 질환 유발 돌연변이가 포함된 정자 비율이 높아졌다. 30세 남성에서는 정자 중 약 2%에서 질병 유발 돌연변이 포함 가능성이 확인됐지만, 43~69세에는 3~5%, 70세 남성에선 4~5%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나이가 들수록 단순히 돌연변이가 누적되는 게 아니라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가 더 많이 생존·증식하며 자손에게 그 변화가 전달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명확히 확인했다"며 "고령 아버지에서 태어난 자녀의 유전적 위험은 과소 평가되곤 하는데, 향후 고려해야 할 변수"라고 했다. 이어 "모든 돌연변이가 임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일부 질환은 정상적인 배아 발달을 방해하거나 유산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연구 공동 저자인 웰컴 생어 연구소 매튜 헐스 교수는 "일부 DNA 변화는 고환 내에서 살아남을 뿐 아니라, 더 번성하기도 한다"며 "무작위적 DNA 오류뿐 아니라 고환 내에서 미묘한 형태의 자연선택이 특정 돌연변이에 생식적 이점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어 "정자의 돌연변이 증가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