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이 안녕하길]
달리기 열풍이 거세다. 이유야 어떻든, 국민 건강 차원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필자도 개인적 건강 문제로 6년 전 달리기를 시작했다. 물론 처음 시도해 보는 운동은 아니었다. 달리기에는 다른 운동이 주지 못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몸만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밝아진다. 흔히 엔도르핀이나 세로토닌 같은 익숙한 호르몬 이야기로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그것만으로는 달리기가 주는 ‘환희(歡喜)’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달리기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마저 업그레이드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불행할까? 사람들은 “감사할 만한 일이 있어야 감사하고, 슬퍼도 슬퍼할 만한 일이 있어서 그렇다”고 여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우리 뇌는 사용 가능한 생물학적 에너지 수준이 높으면 같은 상황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에너지가 떨어지면 더 방어적으로, 더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정신과 진료를 하다 보면 이런 경우를 자주 본다. 예전 같으면 불안하지 않았을 상황인데도 불안해하고, 화를 참기 힘들어 하며, 이유 없이 낙담하는 환자들을 종종 본다. 때로는 환자 본인조차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워한다. 진료실에서는 보통 인지치료와 약물치료를 통해 이런 정서적 어려움을 관리한다.
이런 통상적인 정신과 진료가 증상 조절에는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 관점’이다. 같은 상황을 조금 더 여유롭게 마주하기 위해서는 뇌의 에너지 대사가 뒷받침돼야 한다.
뇌는 220V 전원에 꽂혀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는 컴퓨터와 다르다. 연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자동차와 더 가깝다. 뇌는 몸 곳곳의 센서를 통해 생물학적 에너지 수준을 감지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외부 상황을 어떤 태도를 받아들일지 결정한다.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 활동을 최소화한다. 마치 자동차를 ‘에코 모드’로 두면 가속 페달을 밟아도 차가 잘 나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상태에서는 정서적으로 불안과 우울을 더 쉽게 느낀다. 일과 주변 사람에게서 멀어지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주저한다. 진화론적으로 보면, 아마도 대사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고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을 것이다.
생물학적 에너지를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답은 세포 속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다. 이 작은 세포내 소기관의 수와 성능이 늘어나야 한다. 흔히 사람들은 보양식을 많이 먹으면 에너지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음식은 말하자면 ‘외화’나 ‘원자재’ 에 가깝다. 외화를 쌓아두기만 해서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것처럼, 음식만 많이 먹는다고해서 당장 에너지가 되는 건 아니다. 외화를 실제로 쓰는 돈, 즉 ‘원화’로 바꿔주는 것이 바로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리아가 부족하거나 성능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외화는 쌓이지만 실제 경제는 돌아가지 않는다. 이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산 능력을 보는 대표 지표가 바로 ‘최대산소섭취량(VO2max)’이다. 폐활량과는 다르다. 최대산소섭취량은 우리가 섭취한 포도당과 지방을 산소와 반응시켜, 세포의 연료인 ATP(아데노신 삼인산)라는 ‘원화’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지를 반영한다.
달리기는 최대산소섭취량을 크게 향상시켜줄 수 있다. 다른 포유류는 이미 선천적으로 높은 최대산소섭취량을 갖고 태어나기도 하지만 그 훈련 효과가 제한적인 반면, 인간은 다르다. 기초 수준은 높다고 할 수 없지만, 꾸준히 훈련하면 최대 두 배 가까이 향상시킬 수 있다. 배기량 1500cc 자동차를 3000cc 자동차로 바꾸는 것, 기존 휴대폰을 배터리 용량이 2배인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것과 같다. 얼마나 쾌적한 일인가! 반면 나이가 들면 최대산소섭취량은 서서히 감소한다.
달리기를 하면 뇌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 즉 ATP 생산 여력이 늘어난다. 그래서 정서적으로 여유로워지고 인지기능도 최적화된다. 신체의 에너지 활용 수준이 높아지면, 사소한 일에도 감사가 눈에 들어오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인내와 희망을 발견한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주 150분 이상의 저강도 유산소 운동이나 주 75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달리기 등)을 12주 이상 꾸준히 하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하는 항우울제와 비슷한 치료 효과를 낸다. 또한 최대산소섭취량이 높을수록 치매와 우울증의 발병 위험이 낮다는 상관관계도 보고되고 있다. 효과는 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대산소섭취량이 증가하면 심근경색과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뿐 아니라 암과 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의 발생과 사망 위험도 뚜렷하게 줄어든다.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삼조’다. 현재까지 출시된 어떤 의약품도 달리기처럼 몸과 마음을 동시에 지켜주지 못한다.
실제로 주변에 꾸준히 달리는 사람들은 공통된 이야기를 한다. 화를 잘 내지 않게 되었다는 것. 달리기로 기분이 하루 종일 좋아지는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정적인 상황을 덤덤하게 견디는 힘이 생긴다는 점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대인관계의 스트레스에도 내성이 커진다. 마치 큰 배를 탄 사람은 같은 파도에도 덜 흔들리듯, 달리기는 마음을 더 단단하게 지탱해 준다.
요즘 우리 사회는 여러모로 불확실성 속에 놓여있다. 그럴수록 지혜와 회복력이 필요하다. 달리기가 만능은 아니지만, 개개인이 불확실한 삶 속에서도 긍정성을 잃지 않게 해주는 가장 확실한 기초임은 분명하다. 인류의 조상들은 농경이 시작되기 전 수십만 년 동안, 문명과 기술의 보호 없이 오직 달리며 생존해왔다. 오늘날 우리가 달리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상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달리기를 통해 우리는 희망과 기회를 발견하는 시각을 구성할 수 있다.
[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우리는 왜 불행할까? 사람들은 “감사할 만한 일이 있어야 감사하고, 슬퍼도 슬퍼할 만한 일이 있어서 그렇다”고 여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우리 뇌는 사용 가능한 생물학적 에너지 수준이 높으면 같은 상황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에너지가 떨어지면 더 방어적으로, 더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정신과 진료를 하다 보면 이런 경우를 자주 본다. 예전 같으면 불안하지 않았을 상황인데도 불안해하고, 화를 참기 힘들어 하며, 이유 없이 낙담하는 환자들을 종종 본다. 때로는 환자 본인조차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워한다. 진료실에서는 보통 인지치료와 약물치료를 통해 이런 정서적 어려움을 관리한다.
이런 통상적인 정신과 진료가 증상 조절에는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 관점’이다. 같은 상황을 조금 더 여유롭게 마주하기 위해서는 뇌의 에너지 대사가 뒷받침돼야 한다.
뇌는 220V 전원에 꽂혀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는 컴퓨터와 다르다. 연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자동차와 더 가깝다. 뇌는 몸 곳곳의 센서를 통해 생물학적 에너지 수준을 감지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외부 상황을 어떤 태도를 받아들일지 결정한다.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 활동을 최소화한다. 마치 자동차를 ‘에코 모드’로 두면 가속 페달을 밟아도 차가 잘 나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상태에서는 정서적으로 불안과 우울을 더 쉽게 느낀다. 일과 주변 사람에게서 멀어지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주저한다. 진화론적으로 보면, 아마도 대사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고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을 것이다.
생물학적 에너지를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답은 세포 속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다. 이 작은 세포내 소기관의 수와 성능이 늘어나야 한다. 흔히 사람들은 보양식을 많이 먹으면 에너지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음식은 말하자면 ‘외화’나 ‘원자재’ 에 가깝다. 외화를 쌓아두기만 해서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것처럼, 음식만 많이 먹는다고해서 당장 에너지가 되는 건 아니다. 외화를 실제로 쓰는 돈, 즉 ‘원화’로 바꿔주는 것이 바로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리아가 부족하거나 성능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외화는 쌓이지만 실제 경제는 돌아가지 않는다. 이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산 능력을 보는 대표 지표가 바로 ‘최대산소섭취량(VO2max)’이다. 폐활량과는 다르다. 최대산소섭취량은 우리가 섭취한 포도당과 지방을 산소와 반응시켜, 세포의 연료인 ATP(아데노신 삼인산)라는 ‘원화’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지를 반영한다.
달리기는 최대산소섭취량을 크게 향상시켜줄 수 있다. 다른 포유류는 이미 선천적으로 높은 최대산소섭취량을 갖고 태어나기도 하지만 그 훈련 효과가 제한적인 반면, 인간은 다르다. 기초 수준은 높다고 할 수 없지만, 꾸준히 훈련하면 최대 두 배 가까이 향상시킬 수 있다. 배기량 1500cc 자동차를 3000cc 자동차로 바꾸는 것, 기존 휴대폰을 배터리 용량이 2배인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것과 같다. 얼마나 쾌적한 일인가! 반면 나이가 들면 최대산소섭취량은 서서히 감소한다.
달리기를 하면 뇌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 즉 ATP 생산 여력이 늘어난다. 그래서 정서적으로 여유로워지고 인지기능도 최적화된다. 신체의 에너지 활용 수준이 높아지면, 사소한 일에도 감사가 눈에 들어오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인내와 희망을 발견한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주 150분 이상의 저강도 유산소 운동이나 주 75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달리기 등)을 12주 이상 꾸준히 하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하는 항우울제와 비슷한 치료 효과를 낸다. 또한 최대산소섭취량이 높을수록 치매와 우울증의 발병 위험이 낮다는 상관관계도 보고되고 있다. 효과는 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대산소섭취량이 증가하면 심근경색과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뿐 아니라 암과 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의 발생과 사망 위험도 뚜렷하게 줄어든다.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삼조’다. 현재까지 출시된 어떤 의약품도 달리기처럼 몸과 마음을 동시에 지켜주지 못한다.
실제로 주변에 꾸준히 달리는 사람들은 공통된 이야기를 한다. 화를 잘 내지 않게 되었다는 것. 달리기로 기분이 하루 종일 좋아지는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정적인 상황을 덤덤하게 견디는 힘이 생긴다는 점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대인관계의 스트레스에도 내성이 커진다. 마치 큰 배를 탄 사람은 같은 파도에도 덜 흔들리듯, 달리기는 마음을 더 단단하게 지탱해 준다.
요즘 우리 사회는 여러모로 불확실성 속에 놓여있다. 그럴수록 지혜와 회복력이 필요하다. 달리기가 만능은 아니지만, 개개인이 불확실한 삶 속에서도 긍정성을 잃지 않게 해주는 가장 확실한 기초임은 분명하다. 인류의 조상들은 농경이 시작되기 전 수십만 년 동안, 문명과 기술의 보호 없이 오직 달리며 생존해왔다. 오늘날 우리가 달리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상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달리기를 통해 우리는 희망과 기회를 발견하는 시각을 구성할 수 있다.
[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