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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올 하반기에도 다국적 제약사들의 신약 연구·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일라이 릴리, 사노피 등 주요 제약사들이 비만·자가면역질환·암 등 시장성이 높은 분야에서 신약의 효과를 입증한 임상시험 결과를 내놓으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8일 미국 의약전문매체 바이오파마다이브에 따르면, 주요 제약사들은 이번 하반기에 주목해야 할 주요 신약의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했거나 연말에 맞춰 공개를 앞두고 있다. 해당 치료제들은 비만, 암, 자가면역질환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의 진입을 노리고 있다.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연구는 일라이 릴리의 먹는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을 평가하는 임상시험 'ATTAIN' 프로그램이다. 오포글리프론은 ‘마운자로’처럼 식욕·혈당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호르몬을 모방한 먹는 약이다.

지난 8월 초 오포글리프론의 첫 번째 임상시험 'ATTAIN-1'에서 최고 용량인 36mg 제형이 평균 12.4%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며 효능을 입증했지만, 시장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주사형 위고비의 13.7% 대비 낮은 수치였기 때문이다. 9월에는 두 번째 연구인 'ATTAIN-2'의 주요 결과를 유럽 당뇨병학회에서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도 오포글리프론은 72주 기준 최고 용량이 평균 10.5%의 체중을 감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라이 릴리는 두 연구 외에도 장기 추적 결과 등 추가 연구 결과를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안에 발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오포글리프론을 비만 환자의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치료제로 평가하는 'ATTAIN-OSA' 연구와 골관절염 치료제로 평가하는 'ATTAIN-OA-PAIN', 청소년 비만 치료제로 평가하는 'NCT06672939' 등 연구도 진행 중이다.


사노피는 블록버스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듀피젠트'의 후계자를 찾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듀피젠트는 주사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가장 잘 알려져 있으나 천식, 만성 비부비동염, 결절성 가려움 발진,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제로도 사용할 수 있다. 적응증이 다양해 매년 10억달러(한화 약 1조4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던 의약품이었으나, 오는 2029년 물질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듀피젠트의 뒤를 이을 약물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사노피가 개발 중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암리텔리맙은 지난 9월 초 첫 번째 임상 3상 시험 'COAST-1'에서 효능을 입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토피피부염 평가 점수(IGA)가 치료 시작 시점 대비 2점 이상 감소했으며, 0점(깨끗함) 또는 1점(거의 깨끗함)에 도달한 환자 비율도 4주 간격 투여군은 21.1%, 12주 간격 투여군은 22.5%였다. 사노피는 후기 단계 연구 결과를 내년에 발표할 것으로 보이나, 참가자 등록이 예정보다 빠르게 끝나면서 연말 내에 주요 결과가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아케소와 서밋이 공동 개발 중인 VEGF/PD-1 이중특이항체 '이보네시맙'의 임상 3상 시험 'Harmoni'의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보네시맙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표적으로 삼는 PD-1과 VEGF(혈관내피성장인자)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특이항체다. VEGF는 면역세포의 침투를 막고 면역이 작동하지 못하도록 암세포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며, 이를 억제하면 암세포의 보호막을 무너뜨려 면역세포가 암세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서밋은 작년 9월 Harmoni-2의 결과 발표를 통해 이보네시맙이 키트루다 대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서 2배가량 더 높은 효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발표한 연구 결과는 종양 크기 증가를 더 오랫동안 억제했다는 내용으로, 환자들의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아 학계의 의구심을 불러모았다. 아케소와 서밋은 연말 내에 Harmoni-2의 최종 분석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며, 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을 결정할 전망이다.

서밋 테라퓨틱스는 "FDA는 승인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전반적 생존 이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며 "이는 잠재적인 허가 신청 시기를 고려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