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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 노디스크, 일라이 릴리 외에도 로슈와 화이자가 비만 치료제 시장 점유율 확보를 노리고 있다./사진=각사 제공
오랫동안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간 양강구도로 이어져 왔던 비만 치료제 시장에 경쟁자가 진입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로슈는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 3상 시험을 개시했고, 화이자 또한 최근 유망한 후보물질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며 시장 재진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로슈, 5년 후 주사제 출시 목표
7일 업계에 따르면, 로슈는 주사형 비만 신약 후보물질 'CT-388'의 임상 3상 시험을 내년 상반기 중 시작할 예정이다. 앞서 로슈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투자 설명회에서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CT-388’의 임상 3상 시작 계획과 함께 임상 2상 결과 발표 계획을 공개했다.

CT-388은 로슈가 가장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로, 마운자로와 마찬가지로 GIP(위 억제 펩타이드)/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이중 작용제다. 로슈는 CT-388을 미국 제약사 카못 테라퓨틱스로부터 2023년 12월 27억달러(한화 약 3조8000억원)에 인수하면서 CT-388의 개발 권리를 확보했다.

회사의 핵심 목표는 CT-388을 2030년까지 출시하는 것이다. 지난 5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7억달러(한화 약 1조원) 규모의 공장을 착공한 것 또한 2030년까지 약물의 출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로슈는 건설이 완료되는 대로 해당 시설을 CT-388을 포함한 주사형 비만 치료제의 약물 충전·완성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다.

로슈는 임상 2상 단계에서 먹는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CT-996’도 연구 중이다. 이 역시 카못 인수 과정에서 확보한 약물이다. 작년 12월에는 덴마크 제약사 질랜드 파마와 협력해 개발 중인 주사형 아밀린 유사체 '페트렐린타이드'의 임상 2b상 시험을 시작했으며, 페트렐린타이드를 CT-388과 병용하는 방안도 평가 중이다. 이 외에도 간·심장 대사질환 신약 개발사 89바이오를 최대 35억달러(한화 약 5조원) 규모에 인수하며, 비만으로 인해 유발되는 질환 중 하나인 '대사이상성 지방간염(MASH)' 치료제 시장으로의 진출도 예고했다.


로슈는 세 가지 비만 치료제를 모두 블록버스터 의약품(연 매출 10억달러 이상 의약품)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슈 마누 차크라바티 신장·대사 제품 개발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비만 분야의 선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블록버스터 의약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CT-388의 임상 3상이 시작되는 내년에 일정 관련 지침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화이자, 멧세라 인수로 비만약 개발 재시동
화이자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사 멧세라를 최대 73억달러(한화 약 10조1600억원) 규모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화이자는 제형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먹는 비만약을 중심으로 자체 개발을 시도해 왔으나, 개발에 꾸준히 어려움을 겪어 왔다. 1일 1회 먹는 비만약 후보물질이었던 다누글리프론은 지난 4월 임상 참가자 한 명이 복용 중 간 손상 부작용을 겪어 개발을 중단했고, 다른 경구용 비만 신약 로티글리프론과 PF-06954522 또한 유의미한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개발을 멈춘 상태다.

이번 인수는 초기 임상에서 유의미한 효능을 보인 멧세라의 주사제 2종을 확보하고, 먹는 비만약 후보물질도 인수해 개발 성공률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지 업계 전문가들도 화이자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 금융기관 BMO 캐피탈 마켓 에반 세이거먼 애널리스트는 "이번 거래는 화이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복용량에 따라 차별화할 수 있는 더 강력한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