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사과를 으깬 뒤 효모와 박테리아를 넣어 만드는 ‘애플사이더비니거(사과 발효식초)’가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논문이 결국 철회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과를 으깬 뒤 효모와 박테리아를 넣어 만드는 ‘애플사이더비니거(사과 발효식초)’가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논문이 결국 철회됐다.​

영국의학저널(BMJ) 그룹은 지난 23일(현지 시각) 자사 학술지 ‘BMJ Nutrition, Prevention & Health’에 지난해 3월 실린 애플사이더비니거 관련 논문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논문은 레바논 연구진이 소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애플사이더비니거가 과체중이나 비만 환자의 체중 감소와 혈당·중성지방·콜레스테롤 수치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내용이다. 발표 당시 큰 관심을 받아 여러 언론에서 인용됐다.

그러나 연구가 발표된 직후부터 학계에서는 의문이 제기됐다. 데이터 신뢰성, 통계 분석 방식, 현실과 맞지 않는 수치, 부실한 연구 보고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BMJ 정책을 위반하는 ‘사전 임상시험 등록 부재’도 드러났다.

BMJ는 연구진으로부터 원본 데이터를 받아 통계 전문가와 함께 검증했으며, 동일한 결과를 재현하려는 시도도 진행했다. 하지만 분석은 재현되지 않았고, 데이터에서도 참가자 무작위 배정과 맞지 않는 패턴, 제한된 인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매우 작은 p-값 등이 발견됐다. 이는 소수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했음에도 결과가 지나치게 ‘좋게’ 나온 것처럼 보였다는 의미다.


결국 BMJ는 이를 단순한 착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저자들은 “소프트웨어 버전 차이, 데이터 포맷 문제 등에서 비롯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논문 철회에 동의했다. BMJ는 저자들의 소속 기관에도 이 사실을 알렸으며, 통계 검토 보고서와 참가자 데이터 검증 필요성도 전달했다.

BMJ 출판윤리·콘텐츠무결성 편집자인 헬렌 맥도널드는 “현재로는 연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언론을 포함해 누구도 이 연구 결과를 보도나 인용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애플사이더비니거 열풍은 거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전체 식초 생산량은 전년 대비 14.5%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발효식초가 95% 이상을 차지했다. 같은 시기 온라인 유통업계에서도 애플사이더비니거 판매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