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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기력이 떨어지는 '오후 슬럼프'를 방지하려면 베리류, 통 곡물 등을 섭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오전에는 괜찮다가도 오후만 되면 몸이 처지고 무기력해지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오후 에너지 소강상태를 일컫는 ‘오후 슬럼프(afternoon slump)’라는 표현이 통용된다. 최근, 우리 몸이 생물학적으로 오전에 생산성이 높고 오후가 되면 기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여론조사 업체 ‘원폴(OnePoll)’에서 약 2000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루 근무시간 중 에너지 상태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참여자들은 오전 10시 22분경 에너지 수준 및 생산성이 가장 높았으며 오후 1시 27분경 첫 번째 에너지 저하를 경험했고 점차 심화돼 오후 2시 6분경 가장 생산성이 떨어졌다. 참여자들은 ▲컴퓨터 앞에 너무 오래 앉아있는 것 ▲책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것 ▲외부 소음이나 동료들의 대화 요청 등 환경적인 요인 등에 인해 생산성 저하를 느꼈다고 응답했다.


미국 미시간대 신경과학자 라비아 알라다 박사는 “에너지 소강상태가 지속되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며 평소 수면 상태, 하루 식단, 생체시계 등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낮 시간의 피로는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수면-각성 주기와 수면 압력 간의 상충 작용에서 기인하는데 오후에 수면 압력이 더 우세해지면서 나른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수면 압력은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면에 대한 욕구가 점점 커지는 상태를 말하며 오전 2시와 오후 2시가 수면 압력이 가장 높은 때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후에 느껴지는 무기력함을 줄이려면 매일 7~8시간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유지하고 수면이 부족한 경우 15~20분 낮잠으로 수면 압력을 줄이는 게 좋다. 낮잠 자는 게 불가능하다면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고 가벼운 산책 등으로 몸을 움직이는 게 도움이 된다. 연구 책임자이자 이탈리아 생리학 전문가인 프란체스코 루치아노 박사는 “산책 등 가벼운 신체활동은 주의력,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며 신체가 소비하는 에너지양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에 참여한 사람 중 25%가 밖에서 산책을 하면 사무실 내에서 더 깨어있는 느낌을 받았고 에너지가 향상됐다고 보고했다.

식단도 점검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제된 탄수화물이 포함된 식사는 복합 탄수화물이나 섬유질 단백질 등 다른 영양소보다 빠르게 소화되면서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 이를 낮추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면 혈당이 다시 급격히 낮아지면서 나른함을 느끼게 된다. 영국 터프츠대 크루파 다스 박사는 “가공되고 단맛이 나는 음식 대신 섬유질이 풍부하고 혈당을 더디게 올리는 통 곡물, 베리류, 씨앗류 등으로 식단을 구성하면 뇌로 가는 혈류가 증가해 오후 슬럼프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