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피부과학회, '피부 건강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 개최
피부과, 단순 미용 아닌 중증 질환 치료하는 필수의료
“피부과 전문성 보장과 제도적 지원 필요”

이미지
9월 11일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제23회 피부건강의 날’ 기자간담회에서 (왼쪽부터)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피부과 김정은 교수, 시흥휴먼피부과 안인수 원장, 분당차병원 피부과 김동현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사진=대한피부과학회 제공
대한피부과학회 강훈 회장은 9월 11일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제23회 피부건강의 날’ 기자간담회에서 “피부과는 단순히 미용 진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증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피부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며 국민 건강을 지키는 필수의료 분야”라며 “비전문가 진료로 인한 부작용과 위험 사례가 많은 현실을 바로잡고, 국민이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올해 행사는 ‘건강한 피부, 행복한 삶 - 피부과 전문의와 함께’를 주제로 열렸으며, 피부과의 공공의료적 역할과 전문성, 그리고 피부 질환이 삶의 질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환기했다. 대한피부과학회는 피부과 전문의가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통해 국민 건강권을 지키는 핵심적 존재임을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피부, 삶의 질을 바꾸다 – 만성·중증 피부질환의 진실(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피부과 김정은 교수) ▲피부과는 미용만? NO! 필수의료로서의 피부과 재조명(시흥휴먼피부과 안인수 원장) ▲한국 의료의 구조적 문제와 피부과 전문의 위상(분당차병원 피부과 김동현 교수)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만성·중증 피부질환, 전문의 치료·제도적 지원 필요
김정은 교수는 "피부암, 아토피피부염, 건선, 원형탈모 등은 단순 피부 문제가 아닌, 만성·중증 피부질환으로, 신체와 정신 건강을 동시에 위협한다"고 말했다. 중증 아토피피부염과 건선 환자는 극심한 가려움으로 인한 수면 장애, 반복적인 병원 방문, 높은 치료 비용 등으로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대사증후군, 건선관절염과 같은 합병증 위험도 높다. 원형탈모, 백반증, 천포창 환자는 외모 변화나 신체적 불편으로 인해 사회적 낙인과 차별, 정신적 고통이 심각하다. 다른 면역질환의 동반 위험까지 높아 환자 개인을 넘어 가족과 사회 전체에 큰 부담을 준다.


김 교수는 “최근 표적 치료제 등장으로 질환 관리가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고가의 치료비와 보험급여 한계로 환자들이 충분한 혜택을 보지 못한다”며 “피부 질환은 삶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질환인 만큼, 정확한 진단과 최신 치료를 제공하는 피부과 전문의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증 원형탈모나 백반증 같은 중증 피부질환이 '미용질환'으로 치부되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제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부과는 생명 다뤄… 전문의 역할 필수적
안인수 원장은 피부과가 흔히 ‘미용 중심 진료과’로만 인식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피부는 인체 최대 장기이자 전신 건강을 비추는 거울”이라며 “피부과 진료는 단순 미용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의·한의사·비의료인까지 피부과 간판을 걸고 미용치료에 나서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며 "미용 시술조차 피부과의 전문 진료의 일부로, 안전한 시술은 반드시 전문의가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피부과학회 조사에 따르면, 비전문의·무면허 시술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으며, 부작용 발생 비율은 피부과 전문의 시술(11.54%)보다 비전문의·비의료인 시술(88.46%)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안 원장은 “전문의는 응급상황에 즉각 대응하고 장기적 부작용 관리도 가능하다”며 “국민도 비용이나 편의성보다 전문성을 우선해 진료받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한편, ‘피부과가 보험급여 질환을 외면한다’는 오해에 대해 그는 “많은 전문의가 낮은 보험수가에도 환자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며 “문제는 비전문의 의원들이 피부과 간판만 내걸고 질환 진료를 피하면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개원 의원의 80% 이상이 피부과를 표방했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실제 전문의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 결과, 초기 피부암을 습진으로 오인하거나, 안전하지 않은 시술로 흉터·색소침착이 남는 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미지
대한피부과학회에 따르면, 비전문의·무면허 시술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사진은 시술 후 부작용이 생긴 모습./사진=신소영 기자
◇구조적 한계 극복 위한 제도 개선 절실
분당차병원 김동현 교수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 낮은 보험수가, 비전문의 진료 확대 등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이로 인해 국민이 안전하고 표준화된 치료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피부과 전문성 보장이 환자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로 이어진다”며 “보험수가 개선과 비전문의 규제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보험수가 현실화가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대한피부과학회에 따르면, 피부과 수가는 의료과 중 최하위 수준으로, 5cm 열상(피부가 찢어져서 생긴 상처) 봉합도 최대 2~3만 원밖에 보상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국가가 피부질환 진료에 합당한 보상을 마련해야 의료진이 환자 치료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피부과는 겉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다양한 감별과 술기가 필요한 영역이다. 김 교수는 “전문의는 매년 한정적으로 배출되는데, 피부과를 표방하는 의사는 10배 이상이다"며 "시각 중심 진료라 오류가 적을 것이라는 과소평가 속에 전문 영역이 단순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강훈 회장은 “피부과 전문의는 오랜 교육과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한 진단과 최적 치료를 제공하는 전문가”라며 “학회는 국민이 안전하고 올바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피부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