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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버른에서 한 산모가 의료진 없이 가정에서 수중분만을 했고, 출산 다음 날 아기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기사와 쇽 사연과 무관한 사진)/사진=뉴욕포스트
호주 멜버른에서 한 산모가 의료진 없이 가정에서 수중분만해, 출산 다음 날 아기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2월 호주의 한 여성이 의료진이나 조산사의 도움 없이 혼자서 수중분만으로 아기를 출산했다. 다음날 오전, 아기는 숨을 쉬지 않았고 얼굴색이 파랗게 변해 있었다. 여성은 구급차를 불렀지만,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아기의 심장 박동은 거의 멈춘 상태였다. 약 30분간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아기는 끝내 숨을 거뒀다.

이에 호주 빅토리아주 법원은 “의료진이 없는 상태에서 분만이 장시간 지속됐고, 아기에게 전달되는 산소량이 줄어들어 태아 저산소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태아 저산소증은 임신 또는 분만 과정에서 태아가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태반이나 탯줄을 통한 산소 전달에 문제가 생기거나, 산모의 산소 공급 자체가 줄어들 때 발생한다. 산소 공급이 부족하면 태아의 심박수가 떨어지고, 뇌세포가 손상된다. 심각할 경우 심정지를 유발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출생 직후 살아도 중증 뇌성마비나 발달장애를 겪을 수 있다.


대림성모병원 산부인과 김태준 과장은 “분만 과정에서는 산모와 아기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위험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전문가 없이 출산하면 출혈, 난산, 태아 저산소증, 태아 곤란증 등이 발생해 산모와 아기의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심박수 급락과 같은 저산소증 신호가 나타나면 즉시 제왕절개를 통해 산소 부족을 막는다. 하지만 의료진이 없는 상태에서는 아기의 심박 모니터링이 불가능하고, 응급 분만 조치를 취할 수 없다. 결국 저산소증이 장시간 지속돼 아기가 사망할 위험이 커진다. 실제로 호주 법의학자 엘리에나 바버는 “사례 속 여성이 병원에서 출산하거나 조산사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출산했다면 아기는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분만은 1기·2기·3기로 나뉘며, 의료진은 각 단계에서 산모의 상태와 아기의 심박수와 태동을 주기적으로 확인한다. 분만 중 의료진은 ▲자궁경부(자궁이 질과 연결되는 부분)가 완전히 열린 뒤 힘을 주는 시점 판단하고 ▲아기가 자궁 밖으로 나와 처음 숨을 쉬도록 돕고 ▲자궁 수축제를 사용해 산모의 과다 출혈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인은 이런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 김태준 과장은 “진통 시간이 길면, 아기가 산도에 장시간 머물면서 직장과 질 사이에 구멍이 생기는 직장질루도 발생할 수 있다”며 “의료진 없이 출산하면 이런 위험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