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톡톡_서울대병원 정형외과 한혁수 교수
로봇으로 정확하고 안전하게 수술
마모된 표면만 교체… 뼈·인대 보존
절개·통증 최소화, 당일 보행도 가능
안정성·가동성 고려해 수술 계획 짜야
개개인 무릎 상태에 맞게 수술 진행
"환자 중심 로봇 수술로 나아갈 것"
인공관절 수술은 연골이 닳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관절을 인공 삽입물로 대체하는 수술이다. 여기에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다리 정렬을 맞춤형으로 계획하고, 이를 정밀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의사를 보조하는 로봇 시스템이 더해진다. 다리 정렬은 하중이 고르게 분산되도록 엉덩이·무릎·발목이 일직선으로 맞춰진 상태를 말하는데, 사람마다 최적의 각도가 조금씩 다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로봇 수술이 남은 환자 만족도 10%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본다. 환자 중심 수술을 실현하면서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한혁수 교수에게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미래를 물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의료 현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전통적으로 의사의 경험에 의존하던 치료가 1970년대부터 근거 중심으로 바뀌었고, 이후 환자 맞춤형 의료로 나아가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에 로봇 시스템이 적용된 건 맞춤형 의료의 시작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로봇으로 환자 개개인의 무릎 상태를 고려해 맞춤형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자 환자 만족도가 높아졌다."
환자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로봇 시스템 도입으로 환자 고유의 다리 정렬을 실현할 수 있게돼, 환자 체감 만족도가 올라갔다. 앞서 말했듯이 사람마다 최적의 무릎 정렬 각도는 다르다. 체형·뼈 구조·생활 습관·관절 마모 등이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단순히 똑바로 맞춘다고 좋은 게 아니라, 통증 완화와 기능 회복에 초점을 맞춘 각도 설정이 중요하다. 선천적으로 O자 다리에 가까운 사람은 살짝 외측으로, 생활습관으로 한 쪽 다리에만 하중을 많이 주는 사람은 체중 분산 패턴을 고려해 정렬 기준을 조정하는 식이다. 로봇 시스템은 환자 뼈 구조, 관절 상태, 근육 사용 습관을 분석하고 그 사람에게 가장 적은 정렬 각도를 계산해서 수술을 계획할 수 있게 한다. 또 기존 수술 방식에서는 의사가 시야 확보를 위해 크게 절개해야 했다. 절개는 통증을 유발하고, 회복을 더디게 한다. 로봇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면 절개 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다. 통증이 덜하니 환자가 당일 걷고, 운동을 더 빨리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환자가 수술 후 '편해졌다'고 말하기까지 약 2년은 걸렸었는데, 최근에는 그 기간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정도로 줄었다."
무릎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수술 기기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기를 기준으로 보자면 우선 CT로 환자 무릎 사진을 찍어 3D 모델링으로 환자 맞춤형 수술 계획을 짠다. 이후 내비게이션으로 사전에 수립한 시뮬레이션 계획과 실제 수술 중 환자의 뼈 구조를 정확히 매칭한다. 인공관절이라는 건 엄밀히 말하면 인공 연골을 환자 뼈에 덮어씌우는 건데, 그 전에 로봇으로 연골 표면을 절삭한다. 보통 일정 각도로 쳐내듯이 깎는데, 로봇 기기에는 실수로라도 위험 구간에 도달하면 시스템이 인지하고 절삭 기구를 멈추는 '햅틱 제어' 기능이 적용돼 있다. 기존 의사 손으로 절삭했을 땐 오차가 2~3㎜에 달했지만, 로봇으로는 약 1㎜의 오차 범위 내에 수술할 수 있다."
수술 계획 단계에서 핵심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는?
"정렬과 이완도다. 환자가 그동안 써온 무릎의 모양과 기능을 참고해 정렬 값을 설정하고 무릎 안정도를 높인다. 이완도는 관절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늘어나는지를 뜻하며, 가동성을 결정한다. 두 요소는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로봇 시스템으로 예상값을 보면서 수술 계획을 짠다. 보통 3도 이내 정렬을 목표로 하고, 안정성과 가동성을 모두 확보한다. 로봇 시스템의 한계가 있다면, 맞춤형 계획은 아직 수술자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의 고유한 해부학적 무릎 구조를 보고 안전하면서도 환자가 잘 적응할 수 있는 범위를 설정해 수술을 계획한다."
수술 후 환자 만족도가 낮은 경우도 있는데?
"무릎 통증은 연골 뿐만 아니라, 인대·점액낭·활막 등 주변 연부 조직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인공관절 수술은 기본적으로 연골만 치환하는 수술이다. 이미 주변 조직에 염증이 오래 지속됐거나, 손상이 심한 환자는 수술 결과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특히 관절염이 오랜 시간 진행된 환자일수록 연부 조직 손상이 있는 경우가 많아, 로봇 수술을 해도 만족도가 낮을 수 있다. 과거에는 인공관절의 수명이 10년 남짓이라, 무릎을 더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까지 참다가 마지막에야 수술받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공관절의 수명이 길게는 30년까지 늘어나면서 늦출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적절한 시점에 수술을 하고, 환자가 원하는 삶을 오래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
최근 로봇 수술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적 변화가 있는가?
"환자 무릎을 최소한으로 절제하면서, 뼈와 인대까지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의 수술이 가능해졌다. 이전까지는 관절 전체를 그대로 인공관절 임플란트로 치환해, 모양도 정렬도 바뀌는 구조적 수술이었다. 최근에는 관절 본래 구조는 최대한 보존하면서, 마모된 표면만 교체하는 '표면 치환술'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부분치환술은 관절과 뼈 부위를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자르는 로봇 시스템 기반 곡면 절삭 부분 치환술로 시행되고 있고, 실제 최근엔 부분 치환술 위주로 수술 된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
"처음 핸드폰이 나왔을 때는 전화만 되는 무거운 기계였다. 지금은 작고, 정교하고, 다양한 기능이 담겼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도 정밀도나 안정성 자체는 과거보다 꽤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수술 기구도 좋고, 로봇도 계획대로 정밀하게 잘 깎는다. 앞으로는 여기에 더해 환자 상태를 보고 최적의 정렬 기준을 자동으로 제안하거나 보조하는 기능이 추가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최근 강조되는 개념은 '환자 중심 의학'이다. 단순히 연골 상태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환자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활동을 원하고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충분히 듣고 수술을 결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의사가 수술 후 환자의 예상 회복 정도를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근거도 필요하다. 방대한 데이터를 모아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로봇에 탑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인공관절 임플란트 모양은 이미 정해져 있고 크기만 다양한데, 이 마저도 환자 맞춤형으로 바뀌는 시기가 올 것이다."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어떤 치료든 환자에게 무언가를 해줄 때는 그 사람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득이라는 건 치료법마다 다르고, 환자마다 다르다. 하나의 기준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환자 개개인에게 맞춰서, 삶의 방향과 상황에 맞게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환자도 자신의 가치, 우선순위 등을 의사와 활발히 공유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