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질환
정교함이 생명인 '고관절 인공관절'… 로봇으로 1도·1㎜ 오차 없이 삽입
이해림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4/12/18 09:31
[주목 이 병원!] 목동힘찬병원
고관절 연골 아래 뼈 부러지면 반드시 수술해야
인공관절 각도 조금만 틀어져도 환자 움직임 불편
목동힘찬병원, 마코로봇으로 인공관절 더 정확히 삽입
환자별 맞춤 수술 가능… 탈구 위험 줄고 통증 감소
고관절 연골 아래 뼈 부러지면 수술 필요해
대표적인 고관절 질환에는 ▲퇴행성 고관절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고관절 이형성증 등이 있다. 퇴행성 고관절염은 고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손상돼 물이 차고, 활액막이 두꺼워지다가 뼈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대퇴골두(넓적다리뼈의 위쪽 머리 부분)로 가는 혈류에 이상이 생겨, 산소와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뼈가 괴사하는 것을 말한다. 괴사한 부위가 클수록, 체중 부하를 받는 곳과 가까운 지점이 괴사할수록 뼈가 부러질 위험이 크므로 수술이 필요하다.
고관절 이형성증은 고관절이 탈구되거나 발육이 부진한 질환이다. 한쪽만 탈구되면 절뚝거리며 걸으므로 이상을 알아차리기 쉽다. 그러나 양쪽이 다 탈구되면 엉거주춤 걸을 뿐 겉보기에 문제가 없어 질환을 발견하기 어렵다. 내버려두면 탈구된 쪽의 연골이 닳아 아프고, 퇴행성 고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목동힘찬병원 관절클리닉 이동녕 진료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환자 수는 퇴행성 고관절염이 가장 많지만, 수술이 필요한 환자 비율은 체감상 비슷하다"고 말했다.
고관절 질환이 지속돼 연골이 닳으면, 움직일 때마다 연골 아래 있는 뼈(연골하골)에 충격이 가서 뼈가 부러진다. 이 단계가 되면 수술이 필요하다. 환자가 걷기도 어렵다. 움직이며 고관절에 무게를 실을 때마다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진통제를 먹어도 해결이 되지 않을 정도다. 고관절이 굳어서 양반다리를 하기가 어려워지기도 하고, 고관절이 괴사해 안짱다리(무릎을 안쪽으로 모으는 것)가 힘든 사례도 있다. 뼈가 괴사한 쪽 다리 길이가 1∼2㎝ 이상 짧아져 걸을 때 뒤뚱거릴 수도 있다.
목동힘찬병원 관절클리닉 김태현 진료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보존적 치료를 3∼6개월 했는데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구 위치 1도·1㎜ 단위로 확인하며 삽입
고관절은 둥근 모양의 '대퇴골두'가 골반뼈의 오목한 곳인 '비구'에 맞물려있는 형태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은 손상된 대퇴골두와 비구를 인공관절로 바꾸는 '고관절 인공관절 전치환술'을 받는다. 인공관절은 ▲대퇴골두를 대신하는 인공 골두▲인공 골두를 환자의 대퇴골에 고정하는 대퇴 스템 ▲비구를 대신하는 오목한 반구 모양의 금속 비구컵 ▲뼈와 뼈가 닿는 관절면을 대신하는 라이너로 구성된다.
고관절 인공관절 전치환술은 매우 정교한 수술이다. 우선, 환자의 뼈를 일부 절제해 인공관절을 삽입할 공간을 확보한다. 몸에 적합한 크기의 인공관절을, 환자의 신체 조건과 움직임을 고려해 정확한 각도로 삽입해야 한다. 환자마다 척추 상태가 다르므로 비구컵의 적정 경사각에도 차이가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있다. 수술 시 비구컵의 각도가 조금이라도 틀어지거나 경사가 맞지 않으면, 수술 후에 인공관절이 탈구되거나 환자 다리 길이가 달라질 수 있다. 자세가 뒤틀려 요통이 생길 위험도 있다. 환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크기의 인공관절을 삽입해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목동힘찬병원은 올해 9월부터 고관절 인공관절 전치환술에 마코로봇을 도입했다. 마코로봇은 인공관절 삽입 위치와 각도를 수치화해 더 정확한 수술이 가능케 한다.
김태현 진료원장은 "로봇을 쓰기 전에는 인공관절을 삽입할 위치를 의사가 눈으로 보면서 감으로 정해야 했다"며 "그러나 마코로봇을 활용하면 인공관절 삽입 각도와 위치가 1도(°), 1밀리미터(㎜) 단위로 측정돼 나오니, 지도를 보면서 목적지를 찾아가듯 더 정확하게 삽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 쓰면 비구 경사각 오차·환자 통증 줄어
마코로봇을 이용하면 수술 전 3차원 시뮬레이션을 통해 절삭할 범위, 인공관절의 크기, 삽입 위치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인공관절 크기도 계산해서 보여준다. 이동녕 진료원장은 "옛날엔 환자의 엑스레이 사진에 인공관절을 대 보고 적합한 인공관절 크기와 삽입 위치를 가늠해야 했다"며 "그러나 마코로봇을 활용하면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를 토대로 한 시뮬레이션에서 인공관절을 미리 삽입해보고, 결과를 참고해 수술을 집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 ROM(Range of Motion, 운동 범위)' 기능을 통해 환자가 설 때, 앉을 때, 움직일 때의 고관절 가동 범위를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태현 진료원장은 "환자마다 허리 굴곡이 달라 골반 움직임도 조금씩 다르지만, 엑스레이 사진이나 CT 촬영 사진만으로는 이러한 차이를 감지해 비구컵 각도를 조정하기 어려웠다"며 "가상 ROM 기능을 쓰면 환자 골반이 움직이는 각도를 고려해 수술할 수 있으므로 탈구 위험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장점은 힘찬병원 자체 관절의학연구소가 고관절 인공관절 전치환술을 기존 수술법으로 받은 환자 14명과 마코로봇을 이용해 받은 환자 14명을 비교한 결과에서 드러난다. 수술 1개월 후의 고관절 경사각과 통증 정도 등 수술 결과가 마코로봇 수술을 받은 쪽에서 더 좋았다. 기존 수술 집단과 로봇 수술 집단 모두 비구의 평균 각도가 정상 범위에 있었지만, 경사각이 정상 범위를 조금이라도 벗어난 사례가 기존 수술에선 5건이었던 반면, 로봇 수술에서는 0건이었다. 통증 정도를 수치화한 VAS 통증 평가 척도도 로봇 수술이 평균 2.7점으로 평균 3.3점인 기존 수술보다 낮았다. VAS 통증 평가 척도는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강도를 0에서 10중에 선택하는 것이다. 10으로 갈수록 통증의 강도가 강하다는 뜻이다.
수술 후 한동안 보행기 써야 인공관절 수명 늘어
인공관절 수술이 성공적이었어도, 환자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오래 쓰지 못한다.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후엔 한동안 빠른 움직임을 자제해야 한다. 수술 부위에 무게를 싣지도 말아야 한다. 인공관절은 뼈에 끼워서 고정한다. 끼운 부위로 뼈가 충분히 자라 들어가기 전에 섣불리 움직이면 고정이 헐거워진다.
이동녕 진료원장은 "수술 후에 걷는 데 문제가 없어도 4주간은 보행기나 목발을 써서 고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이는 게 좋다"며 "수술할 때 삽입한 인공관절 각도가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뼈가 자라 들어가야 안정적으로 고정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아예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고관절 수술을 마친 후에 너무 누워만 있으면 색전증이나 폐렴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목발을 짚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걸어 다니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