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질환

'개인 최적화 수술'로 인공관절 심는 시대 온다

이해림 헬스조선 기자

VR 수술방, 환자가 사전 체험해 불안감 줄고… AR 수술 도구, 정확한 분석으로 오차 최소화

헬스 특진실_ 연세사랑병원

인공관절 수술 체험용 VR 개발 '유일'
환자가 과정 이해하면 재활 경과도 좋아

의사는 고글 쓰고 정보·수술 위치 확인
오차 위험성 현저히 낮춰… 안전성 껑충

인공관절도 발전… 선택지 대폭 넓어져
연세사랑병원, 동양인 최적화 제품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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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사랑병원 관계자가 인공관절 가상현실(VR) 수술을 시행하며 수술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내 몸에 인공물을 넣는 것에 대한 공포심 탓에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미루는 사람이 많다. 용기 내 수술을 받아도 문제다. 수술 과정을 모르니, 수술이 끝난 후에 의사가 주의사항을 말해줘도 왜 지켜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수술을 잘 마쳤음에도 재활이 더뎌지곤 한다.

가장 좋은 수술은 '환자에게 최적화된' 수술이다. 환자가 수술 과정을 속속들이 알고, 의사가 환자의 몸 상태를 고려해 수술하면 경과가 훨씬 좋아진다. 이에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수술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이 여럿 개발되고 있다.

불안 덜고 회복 빠르도록, 환자도 VR로 수술 체험

'환자에게 수술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란 고민은 '환자에게 수술 과정을 보여주자'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눈 마사지기처럼 생긴 기구를 착용하면, 환자 주변에 360도로 가상의 수술장이 펼쳐진다. 환자는 가상 환자에게 행해지는 인공관절 수술의 전 과정을 3D로 지켜볼 수 있다. '가상현실(VR)' 기술로 수술방을 재현한 것이다. 수술 과정을 이해한 환자는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게 되니 재활 결과가 좋다.

인공관절 수술 체험용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개발한 곳은 국내에선 연세사랑병원이 유일하다. 제작에 품이 많이 드는 탓이다. 개발을 주도한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은 "앞으로 환자들이 집에서 재활운동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VR 프로그램도 제작할 예정"이라며"환자가 다리를 들어올렸을 때 몇 ㎏의 힘이 근육에 가해지고 있는지 알려주는 등, 재활운동용 VR 프로그램이 있다면 환자의 수술 경과가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가 AR 고글 쓰면 수술핀 박을 곳 알려줘

미국·스위스 등 일부 국가에서만 개발돼 걸음마 단계이긴 하나, 수술용 증강현실(AR)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료계 관심도 뜨겁다. 환자나 보호자가 가상의 수술장으로 들어가 수술을 간접 체험하는 게 가상현실이라면, 증강현실은 현실 세계에서 수술을 집도 중인 의사의 시야에 수술 관련 정보를 띄워주는 것이다. 의사가 쓴 고글에 수술 정보를 투사해서다.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하면 수술이 잘못될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이미 개발된 '환자 맞춤형 수술 도구(Patient Specific Instrument, PSI)'를 증강현실 기술에 연결하는 것이다. PSI는 환자에게 최적화된 수술 과정을 프로그램화한 의료용 소프트웨어다. 수술 부위를 3D프린터로 인쇄한 모형에 의사가 가상 수술을 집도하면, 그 결과를 컴퓨터가 분석해 만든다. PSI에 증강현실 기술을 더하면 PSI가 제공하는 정보를 의사가 고글을 통해 볼 수 있다. 수술핀을 박아야 할 정확한 위치가 점으로 표시되는 식이다.

고용곤 원장은 "환자 맞춤형 수술 도구를 증강현실로 구현하면 의사 개개인의 경험치에 따라 수술 결과에 기복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개인 맞춤 인공관절' 등장으로 수술 재료·방식 모두 개인 최적화될 것

수술에 사용되는 인공관절을 '환자 맞춤형'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인공관절은 1~3세대의 진화를 거치며 점차 정교해졌다. 최근 나온 3세대는 환자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인공관절을 고를 수 있도록 선택지를 대폭 넓혔다. 인공관절 수술 후 자주 발생하는 '슬개골 탈구'에 취약한 환자들을 위해, 인공관절 홈을 얕게 하는 식이다. 인공관절 대부분이 서양인 무릎을 기준으로 만들어졌지만, 동양인 무릎에 최적화된 3세대 인공관절이 연세사랑병원에서 개발돼 작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향후 인공관절은 동양인 맞춤형에서 개인 맞춤형으로 진화를 거듭할 예정이다. 같은 동양인이라도 사람마다 관절의 모양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환자의 무릎 모양에 딱 맞는 인공관절을 제작하는 기술에 환자 맞춤형 수술 도구(PSI)와 증강현실이 접목되면, 그야말로 환자 개개인에 최적화된 수술을 할 수 있다. 환자의 무릎에 가장 잘 들어맞는 인공관절을,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수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 인터뷰]

"사람마다 다른 무릎 모양… '환자 맞춤형 인공관절' 양산 목표로 기술 개발 중"


기술 발전의 시대를 맞이해 의료계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환자의 수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개발된 '인공관절 수술 가상현실(VR) 프로그램'이 그중 하나다. 환자가 VR 기기를 착용하면, 가상 공간 속에서 시뮬레이션 수술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VR이 적용된 의료분야는 안질환·정신건강·치매뿐이었으나, 지난해 12월 연세사랑병원이 '인공관절 수술 VR'을 새로 개발했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를 통틀어 정형외과 영역에 VR을 적용한 첫 사례다. 연세사랑병원은 환자·보호자가 인공관절 수술 VR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본원 6층에 만든 후,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에 의사 교육용으로 기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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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
환자가 수술을 잘 이해하는 것 못지않게 '환자에게 최적화된 수술'을 집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환자의 무릎 모양에 맞춘 인공관절이 필요하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은 "서양인 무릎을 기준으로 제작된 기존 인공관절과 달리, 본원에서 1000명이 넘는 자체 데이터를 분석해 개발한 3세대 인공관절은 동양인의 무릎 모양에 최적화돼 있다"며 "앞으로 환자 개개인의 무릎 모양에 맞춘 인공관절을 양산할 수 있는 수준까지기술을 개발하고, 생산 능력을 갖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의사가 고글을 쓰면 환자의 무릎에 핀을 박아야 할 위치가 표시되는 것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환자 맞춤형 수술 도구(PSI)에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하면 이를 실현할 수 있다. 고용곤 병원장은 "본원은 이미 하루에 환자 20명분의 PSI를 제작할 수 있으며, 1년 안에 증강현실 기술을 개발해 PSI에 접목할 예정"이라며 "PSI를 고글에 띄우는 증강현실 기술이 개인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에 활용된다면 환자의 수술 경과가 무척 좋아질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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