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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확신하긴 어렵지만, 술을 마시고 하는 말은 속에 있던 진심일 가능성이 크다./사진=AI 생성 이미지
남자친구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의 친구를 이상형으로 밝혀 충격을 받았다는 여성의 사연이 화제다.

지난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자친구가 제 친구를 이상형이라고 말했는데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결혼을 전제로 소개받아 남자친구와 연애를 시작했고, 별다른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남자친구를 만난 술자리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A씨는 “술을 마시고, 분위기가 무르익던 중 친구 B씨에 대해 ‘예쁘다, 성격 좋다’는 이야기가 오갔다”며 “이때 남자친구가 술에 취한 상태로 ‘사실 너희 중에 B씨가 제일 내 이상형이었다’고 고백했다”고 했다.

이후 분위기가 싸해졌다는 A씨는 “술 좀 깨고 왜 그런 말을 했냐고 물었더니, ‘그냥 농담이다. 너랑 사귀는데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넘겼다”며 “그날 이후 B씨 얼굴 보기도 좀 불편해졌고, 남자친구가 자꾸 그 말을 가볍게 넘기려고 하는 것도 짜증난다”고 말했다.


술을 마시고 하는 말,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술은 긴장한 뇌 신경세포를 이완시키고, 중추신경계의 활동을 둔화시킨다.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정동청 원장은 “취중진담이라는 노래처럼 술을 마시면 진심을 말할 가능성이 크다”며 “알코올은 뇌의 여러 가지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하는데, 특히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 수용체를 활성화시키고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 수용체의 활성을 억제해 뇌신경의 활동을 저하시킨다”고 말했다. 술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는 말하려던 것을 억제하는 힘이 있지만 술이 들어가면 화학작용으로 인해 이 억제가 풀려 속에 있는 말을 내뱉는 것이다.

관련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2013년 강남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재원 교수팀은 성인 남성에게 오렌지주스를 마시게 한 뒤 뇌파를 측정하고, 1주일 뒤 같은 사람에게 알코올이 든 오렌지주스를 마시게 해 뇌파를 다시 측정했다. 그 결과, 일반 주스를 마신 경우 대뇌피질이 붉은색으로 나타났지만, 알코올이 든 주스를 마신 경우에는 푸른색을 보였다. 대뇌피질이 푸른색을 띨수록 활성이 떨어지다는 의미인데, 감정을 통제해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하던 뇌가 알코올이 들어가면서 통제가 느슨해져 감정적인 말을 쏟아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판단력이 흐려질 정도의 과음은 금물이다. 정동청 원장은 “소량의 음주는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만, 과음을 하면 판단력이 떨어져 실언하거나 때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전두엽과 해마를 위축시키고 알코올성 치매까지 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