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배우자 '외도' 자꾸 의심… 정도 넘으면 '망상장애'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4/17 17:59
40대 여성 A씨는 최근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본 후 '혹시 내 남편도 바람을 피우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남편의 핸드폰을 몰래 확인하게 되고, 남편의 직장동료인 한 여성이 의심스러워 미행까지 시도했다. 고민에 휩싸여 집안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A씨 처럼 외도에 대한 걱정이 심각해져 일상생활을 방해한다면 '망상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배우자 외도에 대해 근거 없는 확신은 의처증·의부증을 의심해야 한다. 이는 망상장애의 한 종류로 질투형 망상장애라고도 불린다. 단순한 질투와 달리 아무런 증거가 없어도 배우자의 외도에 대해 매우 공고한 확신을 갖고 있는 특징을 나타낸다.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고, 배우자 외도에 대한 망상을 제외하고는 다른 증상이 없어 정상적인 상태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주로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 ▲낮은 성취감을 경험한 사람 ▲대인관계에 비정상적으로 예민한 사람에게서 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투형 망상장애는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다. 대부분은 치명적이지 않은 신체적·언어적 폭력 등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는 상대를 폭행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심각한 행동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 2016년에는 의처증이 있던 60대 남성이 자신의 아내와 이웃 남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따라서 질투형 망상장애가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를 받도록 도와야 한다.
질투형 망상장애는 치료가 매우 어려운 질환이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망상에 대해 비난하면 치료로 이어지기조차 어렵다. 환자의 심적인 고통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다가가 설득해야 한다. 치료를 시작해도 배우자와 떨어지기 전까지는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사와의 상담을 통한 정신치료로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입원을 할 수도 있다. 항정신증제, 항우울제, 기분 조절제 등의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약물치료 효과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만큼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