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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병원 전경./사진=울산대병원 제공
울산대병원이 호스피스 병동 폐쇄를 결정하면서 울산지역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공백이 커진 가운데, 총괄 책임자인 센터장이 ‘결정을 통보받는’ 등 병동 폐쇄 과정이 불투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헬스조선 취재 결과,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 폐쇄 결정은 소위 ‘날치기’로 이뤄졌다는 게 다수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울산대병원 호스피스 센터장은 처음 호스피스 병동 폐쇄 논의가 이뤄질 당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암 환자 호스피스 이용률이 전국 3위에 이를 정도로 환자가 많았고 전공의들이 돌아왔을 때 호스피스·완화의료 수련 환경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후 센터장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고 병원 경영진으로부터 폐쇄 사실을 통보받았다는 전언이다.

병동 폐쇄 사실은 자원봉사자들도 몰랐다. 울산지역 노동·시민·의료단체로 구성된 울산건강연대 관계자는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퇴원을 종용하니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병동을 없애는 과정이었다”라며 “10년 이상 지원봉사를 한 이들에게 역시 일말의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병원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울산대병원 한 의료진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상당히 결여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10병상을 그렇게 갑자기 없애는 것도 모자라, 의사 결정 과정에서 책임자인 센터장을 배제하는 것은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행보라고 본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어떤 논의를 거쳐 호스피스 병동 폐쇄를 결정했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단지 지역 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측 관계자는 “호스피스 진료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건복지부 및 울산시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자문형·가정형 호스피스 서비스를 통해 현재와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지속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울산광역시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울산대병원은 지난 2019년부터 권역 호스피스센터로 지정·운영해 왔다. 그러던 지난 5월, 돌연 복지부에 호스피스 등록기관 폐업 신고를 하면서 권역별 호스피스센터도 ‘지정 취소’ 수순을 밟게 됐다. 복지부는 병원 측에 센터 유지 재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센터가 지정 취소되면 병동 폐쇄도 확정돼 울산지역 호스피스 병상은 총 62개에서 52개로 줄어든다.

병원의 결정이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에 선정된 이후 중증 환자 병상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알려지면서 유관 학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안 그래도 호스피스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고난도 완화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이 갑자기 병상을 없애면서 지역의 말기암 환자들이 의료공백의 한 가운데에 놓이게 됐다”는 게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의 설명이다.

자문형·가정형 호스피스로 동일한 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병원의 입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김대균 완화의료센터장(가정의학과)은 “호스피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암 환자의 95%가 입원 상태에서 임종한다”라며 “가정형 서비스를 받다가 상태가 나빠지면 어디에 입원시킬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역 시민들은 지금이라도 병동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울산건강연대 관계자는 “공공의료원이 없는 울산에서 울산대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은 말기 암환자 돌봄의 상징적인 곳”이라며 “만약 이대로 병동이 최종 폐쇄된다면 타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해 우리나라 호스피스 인프라가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