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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청각이 뛰어나 천둥소리에 두려움을 크게 느낀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먹구름 낀 하늘, 강아지가 평소보다 유난히 벌벌 떨거나, 귀를 바짝 세우고 주인의 품에 파고드는 모습이라면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닐 수 있다. 강아지는 폭풍이나 천둥이 오기 전에 미리 그 징후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의 감각은 사람보다 훨씬 예민하다. 특히 청각은 인간보다 4배 이상 뛰어나다. 사람은 약 20~2만Hz(헤르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반면, 강아지는 16~4만Hz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 우리가 들을 수 없는 저주파 소리나 고주파음까지도 인식하는 것이다.

천둥은 우리가 듣는 것보다 더 복잡한 주파수 대역을 가진다. 대체로 20~3000Hz 사이의 소리가 사람 귀에 들리지만, 천둥이 멀리서 칠 경우에는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 저주파 형태의 땅 울림이 먼저 전해진다. 강아지는 이처럼 낮고 먼 소리도 감지할 수 있어, 천둥이 실제로 들리기 전부터 불안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뛰어난 청각 외에, 기압과 정전기 변화에 민감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천둥 번개가 치기 전 대기 중의 기압은 급격히 떨어지고 습도가 상승하며, 공기에는 미세한 정전기가 흐른다. 사람은 느끼지 못하지만 강아지는 이런 변화를 감지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털끝에 찌릿찌릿한 정전기 자극을 느끼기라도 하면 더욱 불안해할 수 있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한 예민함이 아니라 공포 반응에 가깝다. 일부 강아지는 실제로 천둥이 치는 상황이 아닌, 천둥을 연상시키는 감각 자극에 노출되기만 하는 것으로도 불안해하는 ‘소음 공포증(noise phobia)’을 겪는다. 어두워지는 하늘, 습한 공기, 특정 냄새 등 이전의 폭풍과 연결된 경험이 트라우마처럼 작용하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팀은 19쌍의 반려견과 주인에게 녹음된 천둥 소리를 5분간 들려줬다. 이후 0분, 20분, 40분이 지난 시점에 타액을 채취해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 수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천둥 소리에 노출된 강아지의 코르티솔 생성은 207%까지 증가했고, 40분 후에도 정상 수준으로 낮아지지 않았다. 일부 개체에서는 헐떡임·침 흘림·숨기 등 행동 변화도 함께 관찰됐다.

이런 행동을 목격한 보호자는 반려견을 안전하고 조용한 공간으로 데려가 안정을 도와주는 것이 좋다. 동물병원 네트워크인 ‘올 크리처스 베터러네리 서비스’의 샌드라 미첼 박사는 “백색 소음 또는 클래식 음악을 틀어 소음을 완화하거나, 몸을 부드럽게 압박하는 ‘진정 조끼(썬더셔츠)’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한 경우 수의사와 상담해 행동 교정이나 진정 보조제도 고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