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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노년층의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물고기와 인지 기능 사이 상관관계는 뚜렷이 관찰되지 않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개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노년층의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새나 물고기처럼 정서적 교감 수준이 낮은 반려동물은 이 같은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제네바대 연구팀은 유럽 27개국의 50세 이상 성인 1만6582명을 대상으로 18년간 인지 기능 변화를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은 언어 유창성, 일화 기억(episodic memory),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ing) 등의 인지 능력을 측정해 반려동물 유무와 종류에 따른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인지 기능 저하 속도와 반려동물 간 상관관계는 반려동물의 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개를 키우는 사람은 단기·장기 기억력이 더 잘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능력의 저하 속도가 더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새나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들에게서는 인지 기능 변화와 관련된 뚜렷한 상관관계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런 차이가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 빈도와 정서적 유대의 깊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개나 고양이는 주인을 인식하고 반응하며, 산책이나 놀이 등의 활동을 통해 일상적인 교감이 이뤄지기 쉽다. 이런 상호작용은 뇌의 전전두엽을 자극해 주의 집중력과 정서 반응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반면, 새나 물고기는 수명이 짧고 상호작용 수준이 제한적이어서 인지 자극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은 단순한 정서적 안정감을 넘어, 실제로 언어·기억·주의력 등 여러 인지 영역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며 "특히,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노년층에게 반려동물은 일상의 활력소이자 인지 건강을 돕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모든 노인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특히, 개와 같은 반려동물은 산책, 돌봄, 의료 비용 등이 요구되기 때문에 일부 고령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노인 대상의 정책에 반려동물 양육을 반영할 경우, 돌봄 지원 서비스나 동물 친화적 주거 환경 조성 등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