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민수 울산의대 교수 인터뷰

이러한 가운데, 더 강력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옥민수 교수는 “지역의 공공의료기관에서만 근무할 인력을 따로 양성하는 ‘특수 목적 의대’ 등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옥민수 교수를 만나 이야기 나눠봤다.
◇의사들도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마음
지역의 의사 수는 인구를 보정해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수도권 의사 한 명당 환자 수는 약 750명인데 반해 지역은 2000명이다. 의료 인력 불균형이 심화하자 지역에서는 만성질환 관리율이 낮아지거나 심뇌혈관질환 사망률이 높아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2023년 기준 전국 시군구 중 의료취약지역으로 분류된 비율은 약 30%다.
정부는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 사업’, ‘필수특화 기능 강화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의료 취약지 병원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의료기관들은 돈이 있어도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옥민수 교수는 “현재 대부분 지역 의료기관은 예산이 있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부 진료과가 전문화되면서 지방에서 필수의료 전문의를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의사를 지역에 정주하도록 유도하는 정책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지역 인재 전형, 공중 보건 장학 제도 등이 있었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해당 지역 고교를 나온 학생만 그 지역 의대에 지원할 수 있는 지역 인재 전형은 수도권 수험생들의 ‘지방 유학’ 수단이 됐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공중 보건 장학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제도는 면허(복무 조건부)를 취득한 의사·간호사 등이 최소 2~5년간 도서·벽오지 등 의료 취약지에서 종사할 것을 조건으로 장학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의대생·의전원생의 공중 보건 장학 제도 신규 선발 인원은 2019년 8명에서 2020년 6명, 2021년 3명, 2022년과 2023년은 각각 2명으로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의사 제도는 공중 보건 장학 제도에서 의무 근무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제도다.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난 다음 지역을 떠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쪽자리 해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역 의사가 특정 과를 기피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아울러 공공의대는 설립 비용이 막대하다는 것과 부속병원이 없어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공의료기관 전담 의사, 처음부터 따로 뽑아야”
공공의대나 지역 의사제의 한계를 보완하면서도 더 강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옥민수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특수 목적 의대’가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특수 목적 의대는 공공의료기관에서만 근무하는 의료 인력을 아예 따로 선발해 교육부터 진로까지 설정하는 형태다. 졸업생은 지역의 보건소·의료원·국립대병원·보훈병원 등에서 근무한다. 다양한 공공의료기관을 순환하며 일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설명이다. 옥 교수는 “의료 인력 배치 효과 측면에서 봤을 때 기존의 정책들이 약한 정책이라면 특수 목적 의대는 강한 정책”이라며 “현재 의료 취약지에 남아있는 주요 병원 대다수가 공공의료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역 의사제나 공공의대는 위헌 소지가 있지만 특수 목적 의대는 그렇지 않다는 게 옥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평생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게 조건이기 때문에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와 같은 위헌 소지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의료계 우려에 관해서는 특수 목적 의대가 반드시 의대 정원을 늘려야 가능한 정책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의료 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현재 정원이 적당하다고 판단하면 정원 중 일부를 특수 목적에 맞게 배치하면 된다는 것이다. 옥 교수는 “의과대학별로 얼마나 지역 의료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평가해 정원을 일부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며 “숫자보다는 지역 공공의료기관 종사자를 따로 양성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옥 교수는 공론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전문가들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