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톡톡] 한림대춘천성심병원

한림대, 한림 브레인 컨퍼런스 개최
의료취약지 뇌출혈, 두 번 이송 끝 치료
매사추세츠의대 교수 "미국도 상황 비슷"

AI로 진단 후 거점 - 지역 병원 원격 협진
수술 필요시 즉시 이송… 응급실 쏠림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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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춘천성심병원 전진평 교수(왼쪽)와 미국 매사추세츠의대 마크 존슨 교수가 ‘한림 브레인 컴퍼런스’(Hallym BRAIN Conference)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이들은 AI와 거점­지역 병원 원격 협진이 전세계 의료취약지의 뇌출혈 환자들을 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강원도는 국내 대표적인 초고령화 지역이다. 그만큼 환자 비율이 높지만, 수도권과 비교해 의료 인프라가 열악하다. 특히 중증 응급 뇌질환을 진료할 의사 수가 매우 부족한 상태다. 중증 뇌질환으로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지 못해 숨지는 환자 비율이 전국에서 2∼3번째로 높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원격 협진'이 떠오르고 있다. 거점병원과 의료취약지 병원 간 비대면 협진 시스템을 만들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은 강원도 지역을 중심으로 'AI 기반 뇌출혈 진단 및 원격 협진 플랫폼'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한림대학교에서 열린 '한림 브레인 컨퍼런스'(Hallym BRAIN Conference) 핵심 세션 중 하나는 바로 '디지털 헬스데이터를 활용한 급성 뇌질환 치료의 지역적 한계 극복'이었다. 이날 발표를 맡은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전진평 교수와 매사추세츠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외과 마크 존슨 교수에게 플랫폼의 개발 배경과 성과, 향후 목표에 대해 물었다.

Q: 강원도 뇌출혈 치료 인프라는 어떤 상태인가?

A: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전진평 교수


전국에서 땅이 가장 넓은 지역인데 뇌출혈 수술 가능 병원이 4개밖에 없다. 신경외과 의사가 24시간 근무하는 병원이 없는 지역도 많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응급실에서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더라도 뇌출혈 진단이 어렵다. 설령 진단이 되더라도 뇌압을 낮추는 등 빠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Q: 강원도보다 인구 밀도 낮은 지역 많은 미국은?

A: 매사추세츠의대 신경외과 마크 존슨 교수


매사추세츠대가 위치한 보스턴에서도 지역별 뇌출혈 환자 치료 결과는 차이가 크다. 특히 도심 지역과 교외 지역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의료 자원의 격차가 가장 큰 원인이다. 병원이 촘촘히 들어서 있는 도심과 달리 교외는 병원까지 이동하는 데 오래 걸리고, 병원에 도착한다 하더라도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면 3차 병원으로 전원해야 하는데 뇌출혈 특성상 이 과정에서 사망하는 환자도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텔레스트로크'라는 화상 회의 시스템을 통해 지역 병원과 협진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 신경과 중심이라 받을 수 있는 정보의 편차가 크고, 뇌출혈은 수술까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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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뇌출혈 치료 인프라. /그래픽=김민선
Q: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나?

A: 전진평 교수


신경외과 의료진을 곳곳에 포진시키면 된다. 그런데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의사 부족 현상은 최근에 두드러진 것 같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의료취약지에서는 과거부터 천천히 진행돼 온 일이다. 의료 인력의 인구 구조도 변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조금이라도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가 AI다. 제3차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 신규사업에 선정돼 'AI 기반 뇌출혈 통합 원격의료 기술'(RS-2022-00155659)을 개발하게 됐다.

Q: AI 원격 협진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

A: 전진평 교수


뇌출혈 환자가 가까운 응급실로 이동하면 의료진은 원격 협진 플랫폼에 CT 촬영 결과를 공유한다. 그러면 AI가 1차적으로 뇌출혈 여부를 판독한다. 정확도는 95% 정도다. 오차를 막기 위해 거점병원 신경외과 의료진이 다시 한 번 판독한다. 그런 다음 거점병원 의료진이 혈압·산소포화도 목표치, 약제 기준 등 초기 치료 지침을 제공한다. 수술이 필요하다면 빠르게 이송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이송 결정부터 수술 준비까지 평균 1시간 이상 단축시킬 수 있다. 거점병원 응급실로 환자가 몰리는 걸 예방한다는 장점도 있다.

Q: AI 원격 협진 시스템, 어떻게 평가하나?

A: 마크 존슨 교수


AI 원격 협진을 통해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건 곧 전세계 표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기관 협력을 통해 국가별, 인종별 데이터를 학습한다면 해외 시장에서도 수요가 있을 것이라 본다.


Q: AI 원격 협진의 성과는?

A: 전진평 교수


지난 6월 기준 12명의 환자가 원격 협진을 통해 치료받았다. 이 중 10명이 회복해 일상으로 복귀했다. 이들 대부분은 양구 등 강원도 외곽에서 거주하는 환자들이다. 원격 협진이 안 됐다면 제때 치료가 어려웠을 것이다. 뇌출혈은 빠르게 수술을 받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없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Q: 운영상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

A: 전진평 교수


가장 큰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현재는 정부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 지자체가 단순히 의료 서비스가 아니라 도민들을 위한 공공복지의 일부로 투자해야 한다. 병원에 사용료를 내고 구독하는 식의 모델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목표는?

A: 전진평 교수


AI 원격 협진 적용 지역을 넓히려고 한다. 원주기독병원 의료진과의 협력을 통해 원주권까지 확대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또 전남대병원, 제주대병원과 현재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국내 모든 의료취약지까지 확산하는 동시에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및 병원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