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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지역을 다녀온 뒤 손등에 갈색 반점이 생​기는 식물성광피부염을 겪는 사람이 많다./사진=AI 생성 이미지
최근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면서, 뜻밖의 피부 트러블을 겪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동남아 지역을 다녀온 뒤 손등에 갈색 반점이 생겼다며 놀란 경험담이 종종 공유된다. 이 경우 상당수가 레몬이나 라임 등에 의해 발생하는 ‘식물성광피부염’으로 진단된다.

식물성광피부염은 특정 식물에 포함된 ‘푸로쿠마린(Furocoumarin)’이라는 성분이 자외선과 반응해 생기는 광독성 피부질환이다. 의정부을지대병원 피부과 한별 교수는 “이 성분이 묻은 피부가 햇볕에 노출되면 광화학 반응이 일어나, 수 시간 내에 붉은 홍반, 부종, 가려움증, 구진, 물집 등의 증상이 생긴다”며 “시간이 지나면 주근깨처럼 보이는 갈색 또는 청회색 색소침착이 몇 개월간 남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 여름과 겨울 휴가철에 식물성광피부염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다.

푸로쿠마린은 레몬, 라임, 귤, 오렌지, 자몽 같은 감귤류와 당근, 셀러리, 무화과, 파슬리, 일부 콩과 식물 등에 들어 있다. 베트남 등에서 쌀국수에 라임∙레몬을 짜다 손등에 즙이 튄 채로 햇볕을 쬐었을 때 피부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마사지 오일에 포함된 경우도 있으며, 향수 속 푸로쿠마린의 한 종류인 ‘5-메톡시소랄렌’ 성분으로 인해 색소침착이 생기기도 한다.


다행히 식물성광피부염은 원인 물질에 다시 노출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급성 증상은 보통 1주일 내에 가라앉고, 색소침착은 평균 2~3개월, 길게는 반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병변이 심하게 가렵거나 물집이 생겨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바로 피부과에 방문해 치료받는 게 좋다. 한별 교수는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증상도 빨리 낫고 색소침착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부과에서는 약물 치료, 레이저 치료 등으로 치료한다. 한별 교수는 “급성 병변일 경우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해 염증을 가라앉히고, 가려움증이 있는 경우 경구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물집이 생기면 습포 요법이 도움이 되며, 물집이 크면 배액과 드레싱이 필요하다. 또 원인이 되는 물질을 찾아내 더 이상의 노출이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색소침착이 남았다면 자외선 차단과 보습 관리가 중요하며, 반복적인 색소 레이저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식물성광피부염 예방을 위해서는 식사나 마사지를 할 때 피부에 오일이나 즙이 닿았을 경우, 즉시 닦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 교수는 “특히 신맛이 강한 과일, 향수, 아로마 오일 등이 피부에 묻은 뒤 자외선을 쬐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여행지나 요리할 때 생길 수 있는 피부 반응이라는 점을 미리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