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지연 아동 초등 입학 전, 꼭 필요한 준비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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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아동은 낯선 환경 변화 적응이 어려울 수 있어 환경에 익숙해지는 연습이 필요하다.​/사진=AI 생성 이미지
“학교는 아직 멀게만 느껴져요.”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시점은 모든 부모에게 낯설고 긴장되는 전환기다. 발달이 느린 아이를 둔 부모에게 이 시기는 더 크고 복잡한 숙제로 다가온다. ‘특수학교에 보내야 하나’, ‘일반학교에 적응할 수 있을까’, ‘준비는 제대로 되고 있는 걸까’ 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발달장애 아이를 위해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법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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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민선
◇환경에 익숙해지는 연습 중요
초등학교 입학 전 사전 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백석대 유아특수교육과 박현옥 교수는 “장애 아동은 낯선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데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며 “환경에 익숙해지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는 유치원보다 학급 수와 인원이 많고, 규모나 시스템도 크고 복잡하다. 박 교수는 “정기적인 초등학교 방문이나 교사 상담, 수업 관련 영상 시청 등으로 변화된 환경을 미리 체험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래와의 관계 형성도 중요한 과제다. 연세마음숲아동청소년발달센터 허진선 원장은 “상호작용이나 규칙 이해가 부족한 경우 친구를 사귀기 어렵고, 인지 발달 지연을 보일 수 있다”며 “이는 곧 학습부진이나 문제행동으로 이어지기 쉽고, 아이의 자존감과 학교생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많은 아동들이 만 5세 무렵, 입학 전 환경 적응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공교육 안에서도 대비 가능… ‘학교 준비반’은 선택
국공립 유치원 등 공교육 기관에서는 초등학교 진학을 앞둔 아이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전이 지원 프로그램(유·초 이음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초등학교 견학 등 환경 체험, 초등학생과 함께하는 행사, 역할극 활동 같은 사회성 교육 등이 포함된다. 특수교육 대상 아동의 경우, 개별화 교육 계획(IEP)에 따라 초등학교 진학을 위한 맞춤형 준비 내용이 포함돼 모두 들을 수 있으며, 해당 프로그램이 없다면 교사에게 요청할 수 있다.


박현옥 교수는 “공교육 체계 안에서도 충분히 초등학교 진학 대비가 가능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권한다”며 “부모가 아이의 특성과 상태를 잘 고려해, 교사나 기관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원하는 방향의 준비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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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센터의 ‘학교 준비반’ 수업. 아이들이 선을 따라 공을 바구니에 넣는 등 활동을 통해 규칙을 익히고, 적응력을 기를 수 있다.​/사진=연세마음숲아동청소년발달센터 제공
이외에 민간 또는 공공 복지기관, 발달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학교 준비반’을 따로 찾는 부모도 많다. 이 프로그램은 입학 전 아이가 학교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몇 주에서 몇 달간 운영되며 개인 선택에 따라 참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아이의 특성에 따라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기관마다 프로그램과 비용이 다르며, 일부는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된다. 가까운 기관에 문의해 아이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학교 준비반의 장점은 초등학교와 비슷한 환경에서 더 많은 연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산시 하나울복지센터 학교준비반 관계자는 “학습보다는 사회성, 규칙 지키기, 또래 관계 맺기, 화장실 이용, 착석 연습 등 생활 중심의 적응 훈련에 중점을 둔다”며 “특수교육 자격을 지닌 교사가 4~6명 소수 정예 수업을 운영하며, 초등학교 시간표를 반영해 수업, 쉬는 시간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자리에 앉기도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며칠 만에 놀라운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교 준비반은 또래 관계 형성과 사회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허진선 원장은 “그룹 활동을 통해 아동이 상호작용하며 또래 관계를 맺고, 협력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구성된다”고 말했다.

◇집에서도 반복 학습하면 좋아
전이 지원 프로그램이나 학교 준비반 외에, 가정에서의 준비 역시 중요하다. 많은 부모가 입학을 앞두고 한글이나 숫자 쓰기 등 학습에 집중하지만, 전문가들은 생활 기능과 사회적 적응력 훈련이 더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허진선 원장이 권한 네 가지 준비 사항이다.

▶지시에 반응하는 습관 길러주기=수업 시간에는 교사의 지시를 따르는 능력이 필요하다. 집에서도 부모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고, 행동으로 옮기는 연습을 통해 이를 길러줄 수 있다. 잘했을 땐 즉각적인 칭찬으로 동기를 부여하고, 어려운 활동도 반복 연습해 익숙하게 만들어준다.


▶또래와의 관계 맺기=친구와 함께 놀고, 의견을 조율하는 경험이 부족하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소그룹 활동부터 시작하는 사회성 연습이 필요하다. 가정에서는 보드게임이나 역할놀이를 통해 문제 해결 능력과 의사소통 방법을 익히게 해주는 게 좋다. 이러한 경험은 자연스럽게 선생님,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자기관리 능력 키우기=화장실 사용, 물건 정리, 자기 물건 챙기기 등을 스스로 하지 못하면 교실 생활에서 제약이 많다. 아이가 챙겨야 할 물건에 스티커나 이름표를 붙이거나, 가방 싸는 연습, 그날 필요한 준비물을 함께 이야기해보는 활동이 도움이 된다.

▶감정조절 및 스트레스 대응력 기르기=수업 장소나 자리가 바뀌거나, 물건을 잃어버리는 등 예상치 못한 변화에 유연한 대응이 부족할 경우, 문제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자기표현 언어 훈련, 숫자 세기, 깊게 숨쉬기 등 진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반복적으로 연습해두는 것이 좋다. 특히 ADHD 아동은 충동 조절과 집중력 훈련, 발달장애 아동은 상호작용과 언어 표현 연습이, 느린학습자는 개념 형성과 반복 학습이 중요하다.

◇일반학교 가더라도 특수교사 있는 곳으로
진학 가능한 학교 형태에는 특수학교와 일반학교(특수학급 포함)가 있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다. 특수학교는 교사의 전문성이 높고, 일반학교는 또래와의 관계를 통해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 박현옥 교수는 “요즘은 통합교육 기관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 초등학교에 진학할 경우 반드시 특수교사가 배치된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명의 교사가 함께하는 구조는 아이에게 더 많은 지원을 의미하며, 특수교사의 도움이 꼭 필요한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특성과 상태에 맞는 선택”이라며 “내 아이가 어디에서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부모가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