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학칼럼] 무릎 십자인대 파열, 방치하면 더 큰 부상 불러
강서K병원 이형민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입력 2025/06/18 11:11
김씨처럼 격렬한 스포츠 활동 중 십자인대 파열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점프나 급격한 방향 전환이 많은 축구, 농구, 스키 등에서 자주 발생한다. 일상적인 등산, 러닝과 같은 체육 활동 중에도 잘못된 자세나 동작으로 인해 십자인대가 손상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십자인대는 무릎 관절 중심에서 X자 형태로 교차하는 전방십자인대(ACL)와 후방십자인대(PCL) 두 개의 인대로 구성돼 있으며, 무릎의 앞뒤 움직임과 회전 시 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문제는 이 인대들이 외부 충격보다는 비틀리는 힘에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회전이나 점프 후 불안정한 착지 시에 특히 쉽게 파열될 수 있다.
파열되면 무릎에서 '뚝' 혹은 '퍽' 하는 소리가 나면서 강한 통증이 생기고, 무릎이 붓거나 헛도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부분 파열 시 일시적으로 통증이 줄어 방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완전 파열로 이어질 수 있어 파열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진단은 이학적 검사로 시작된다. 의사가 손으로 무릎을 앞뒤로 움직이거나 회전시켜 인대의 안정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때 무릎에 유격이 느껴지거나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확인되면 파열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회전 불안정성을 평가하는 '축이동 검사(Pivot Shift Test)'에서 이상이 나타나면, 전외측인대(ALL)까지 함께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이를 동시에 재건하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실제로 십자인대 파열 시 전외측인대 재건술을 함께 진행할 경우 무릎의 안정성과 회복 속도에서 더 좋은 결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인대의 손상 정도와 범위를 정밀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MRI 촬영이 필요하다. 손상의 정도에 따라 치료 방침이 달라지는데 부분 파열은 보조기 착용,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 비수술적 방법으로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인대가 완전히 끊어졌거나 기능을 상실했다면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시행하게 된다.
재건술은 파열된 인대를 제거하고, 자가건(본인의 인대)이나 타가건(기증 인대)을 이용해 새로운 인대를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회전 불안정성이 동반되어 있다면 무릎의 안정성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앞서 언급한 전외측인대 재건술을 함께 시행하게 된다.
수술 후에는 철저한 재활이 중요하다. 수술이 치료의 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이후 재활 과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회복 속도나 무릎 기능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수술 초기에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근육에 힘을 주는 등척성 운동 등으로 허벅지 근력을 키우고 이후 자전거 타기나 수영 같은 저충격 유산소 운동으로 하체 전반의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 운동 후에는 냉찜질로 부기와 통증을 줄이는 것도 회복에 도움이 된다.
무릎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운동 전 스트레칭과 준비 운동이 필수다. 운동 중에는 무리한 점프나 급격한 방향 전환을 피해야 한다. 평소 허벅지 근력 강화 운동을 꾸준히 해준다면 무릎 관절의 안정성을 높이고 부상 위험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무릎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거나, 불안정한 느낌이 계속된다면 단순한 타박상으로 여기지 말고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진단과 관리가 무릎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 칼럼은 강서K병원 이형민 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