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러닝하다 허리 통증… 의외로 ‘고관절’ 문제일 수도
이슬비 기자
입력 2025/06/07 09:01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김상민 교수는 "장거리 러닝을 즐기던 러너가 고관절 점액낭염 진단을 받고 장기간 운동을 중단하거나, 무리한 러닝으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진행돼 인공관절 수술까지 받은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며 "잘못된 러닝은 달리면서 느끼는 행복감인 러너스 하이가 아닌 반대로 건강이 망가지는 러너스 다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상·하체를 연결하고, 체중을 지탱하는 고관절은 발목·무릎 부상보다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달리면서 다치기 쉬운 부위의 하나다. 러닝 시 고관절에는 체중의 수 배에 달하는 하중이 전달된다. 골반과 주변 근육의 불균형, 다리 길이 차이, 잘못된 착지 습관 등이 있다면 고관절에 비정상적인 압력을 가해 부상 가능성을 높인다. 김 교수는 "고관절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깊은 구조에 있어, 손상이 발생해도 초기에는 허리나 엉덩이 통증으로 착각하기 쉬워 방치할 수 있다"며 "미세한 염증이 점차 진행돼 연골이 닳고, 심하면 뼈에 괴사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러닝 중 이상 징후가 느껴지면 빠른 진단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고관절이 충격이 누적되면 다양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특히 가장 흔한 질환은 '고관절 점액낭염'이다. 엉덩이 바깥쪽에 있는 점액낭에 반복적으로 마찰과 압박이 생겨 염증이 생긴 것으로, 계단을 오르거나 옆으로 누울 때 통증이 심해진다. 갑자기 주행 거리를 늘렸거나, 운동량을 증가했을 땐 고관절에 미세한 금이 가는 '고관절 스트레스 골절'이 생길 수 있다. 초기엔 단순 근육통처럼 느껴져 방치하기 쉬운데, 적절한 치료 없이 계속 달리면 골절이 진행될 수 있다. 가장 예후가 안 좋은 질환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로, 고관절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뼈와 조직이 죽는 질환이다. 운동할 때 사타구니 깊은 곳에 통증이 나타나고, 진행되면 보행도 어려워진다. 인공관절 치환술이 필요할 수 있다.
고관절 질환은 먼저 약물·물리치료, 휴식 등을 병행하며 염증을 가라앉히고, 관절 부담을 줄이는 보존 치료를 진행한다. 점액낭염이나 스트레스 골절은 조기 발견 시 비교적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보존 치료에도 통증이 지속되고 증상이 심해지면 MRI(자기공명영상)나 CT(컴퓨터단층촬영) 등 정밀 평가를 진행한다. 스테로이드 주사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러닝 중 고관절에 통증이 생기면 많은 러너들이 운동을 계속해도 되는지, 휴식을 취해야 하는지 헷갈려 한다"며 "통증 위치강도·지속 시간에 따라 구분하는데, 움직일 때 통증이 있지만 며칠 휴식 후 사라진다면 가벼운 스트레칭과 운동 강도 조절로 관리가 가능하고, 통증이 계속 심해지거나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있고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라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잘 모르겠을 땐 전문의의 판단을 듣는 게 가장 정확하다"고 했다.
고관절은 한 번 망가지면 회복이 오래걸리거나 어렵다. 처음부터 고관절 부상을 피하는 게 좋다. 대다수 부상은 잘못된 러닝 습관에서 오는데, 무리한 주행 거리·갑작스러운 강도 증가·잘못된 자세·불균형한 근육 상태가 주 원인이다. 예방하려면 운동 전 충분히 준비 운동과 스트레칭을 하고, 개인 체력에 맞는 강도로 운동해야 한다. 러닝 전에는 고관절 주변 근육을 충분히 이완하고, 러닝 후에는 냉찜질과 회복을 위한 스트레칭을 병행하는 게 좋다. 신발 선택도 중요한 요소다. 김 교수는 "충격 흡수가 잘 되는 쿠션화를 사용하고, 노면이 고르지 않거나 경사가 심한 장소는 피하는 게 좋다"며 "러닝 중 고관절 통증이 느껴진다면 무리하게 달리지 말고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세 줄 요약!
1. 고관절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러닝하면서 다치기 쉬운 부위 중 하나다.
2. 고관절 점액낭염, 고관절 스트레스 골절,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등의 질환에 걸릴 수 있고, 한 번 걸리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려 조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3. 러닝 전에는 고관절을 이완하는 준비 운동을 하고, 후에는 냉찜질과 회복을 위한 스트레칭을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