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주도 알코올인데, 소독될까?

김연휘 의사·유튜브 ‘근알의’ (근거를 알려주는 의사) 운영

김연휘의 근거로 알려주는 의학 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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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주도 알코올인데, 소독에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번쯤 떠올려본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캠핑이나 야외 활동 중 소독약이 없는 상황에서는 소주를 대체 수단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에는 중요한 의학적 오해가 숨어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우리가 흔히 착각하기 쉬운 알코올 소독의 원칙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의 퀴즈: 소주로 상처를 소독할 수 있다?
정답은 X입니다.

핵심 근거1. 세균 소독에 필요한 알코올 농도는? 
세균에 대한 에틸알코올(술에 포함된 알코올)의 살균 효과를 연구한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연구에서는 알코올 농도에 따라 세균의 사멸 여부를 분석하였습니다. 주요 세균별 사멸에 필요한 에틸알코올 농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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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Ann N Y Acad Sci . 1950 Aug;53(1):191-6​
이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세균은 알코올 농도가 최소 30~60% 이상이어야 효과적으로 사멸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핵심 근거2. 바이러스 및 진균 소독에 필요한 알코올 농도 
바이러스와 진균의 소독 효과에 대해서도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로, 진균은 곰팡이와 효모를 포함하는 생물 분류입니다.

1. 바이러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에틸알코올 농도가 60~80% 범위일 때, 대부분의 친유성 바이러스(예: 헤르페스바이러스, 인플루엔자바이러스)와 일부 친수성 바이러스(예: 아데노바이러스, A형 간염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불활성화할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2. 진균
동일한 자료에서, 에틸알코올 70% 농도가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르만스(Cryptococcus neoformans), 블라스토미세스 더마티티디스(Blastomyces dermatitidis), 코시디오이데스 이미티스(Coccidioides immitis), 히스토플라스마 캡슐라툼(Histoplasma capsulatum) 등 주요 병원성 진균을 효과적으로 소독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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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세균, 바이러스, 진균의 종류에 따라 최적 소독 농도는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60~80% 범위의 에틸알코올 농도에서 공통적으로 뛰어난 소독 효과를 보이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반면, 소주의 알코올 농도는 10~20%에 불과하여, 이 수준으로는 충분한 살균이나 소독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참고 사항
일반적으로는 알코올 농도가 높을수록 소독 효과가 강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0% 알코올은 오히려 소독 효과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한 가지를 설명드립니다. 에틸알코올은 미생물 내부로 침투해 단백질을 변성시켜 살균합니다. 하지만 농도가 100%에 이르면, 미생물 표면을 빠르게 탈수시켜 오히려 알코올이 내부로 충분히 침투하지 못하게 되어 살균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추가 정보
그렇다면 60~80%의 알코올 농도를 가진 독한 술은 소독에 사용할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라면 술로 소독하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소독은 단순히 알코올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확한 농도와 순수한 알코올이 필요합니다. 상업용 주류에는 알코올 외에도 당분, 향료, 색소 등의 첨가물이 포함되어 있어 상처 부위의 감염을 악화시키거나, 회복을 지연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상처 소독 시에는 반드시 의료용으로 제조된 소독제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입니다.

오늘의 결론
1. 소독에 적합한 에틸알코올 농도는 60~80%이다.
2. 소주의 알코올 농도는 10~20%로 너무 낮아 소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3. 상처 소독에는 의료용 소독약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알코올 농도가 높더라도 주류를 소독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안전상의 이유로 권장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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