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체형
의사 절반이 “위고비 맞을 생각 있다”… 나머지는 왜 꺼렸을까? [의사들 생각은…]
이슬비 기자
입력 2025/05/23 16:00
헬스조선은 인터엠디(InterMD)와 함께 매월 정기적으로 주제를 선정해 ‘의사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인터엠디는 4만 9000여 명의 의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의사만을 위한 지식·정보 공유 플랫폼(Web, App)’입니다. (편집자주)
간편하고 효과적이면서 부작용은 비교적 적어, '꿈의 비만약'이라고 불리는 '위고비'. 이 약이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정식 출시됐습니다. 이미 전 세계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이 약은 약 37%가 비만(2023년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인 우리나라에서도 열풍 아니 광풍을 일으켰습니다. 유튜브에는 위고비 후일담을 담은 인플루언서들의 영상이 지속해서 올라오고 있고요. 종로 약국 거리는 저렴하게 판매하는 '위고비 성지'를 찾아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입니다. 위고비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블루엠텍은 지난 4월 한 달간 약 60억 원 규모의 위고비가 유통됐고, 이는 전월 대비 500% 급증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위고비 인기가 유발한 변화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비만약 처방 자체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습니다. 비만증 치료제를 처방하는 의료 기관 수가 위고비가 들어온 달에만 40% 가량 증가했습니다. 제 주변에 한 친구는 '위고비'를 처방받으러 갔다가, 가격을 듣고 놀라 일명 나비약으로 알려진 식욕억제제인 '디에타민'을 받아 왔더군요. 약을 처방하는 의사들은 지금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의사 1000명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의사 53.4%, "위고비 맞을 의향 있어"
생각보다 의사들의 시선은 '긍정적'이었습니다. '비만'은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 각종 동반 질환 위험까지 높이는 '만성 질환'인데요. 비만약 처방 문턱이 낮아지면서, 치료받아야 하는 비만 환자가 제때 치료 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진솔한 답을 얻기 위해, “필요하다면 '의사 본인'은 위고비 같은 GLP-1 계열 약물을 투여받을 의향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 결과, 절반 이상인 53.4%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없다”고 답한 사람은 24.2%였고, 나머지 22.4%는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있다”고 답한 의사는 “비만한 것보다 건강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근거에 입각한 비교적 안전한 치료법이다”, “장기 기억 증가, 인슐린 저항성 개선, 내장 지방 감소, 식후 혈당 개선 효과 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맞지 않겠다”고 답한 의사는 “굳이 약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 “가격이 비싸다”, “최소 5년 이상 장기간 임상데이터를 확인한 뒤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비만 약은 '치료용'인데, 사회 인식은 '다이어트'
의사들은 약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사회 인식'으로 인한 오·남용은 우려했습니다. 비만약 처방 수요가 급증한 원인이 무엇일지 물었더니, 상위 세 가지 답변은 ▲'쉽고 빠른' 다이어트에 대한 사회적 기대(34.1%) ▲연예인 인플루언서의 사용 공개(30.1%) ▲온라인 후기와 지인 입소문(24.0%)였습니다. 모두 '날씬해야 아름답다'는 사회 인식이 유발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의사는 "비만 치료가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미적 기준과 환상으로 남용되는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의사는 "비만이 사회적 시선에서 벗어나, 치료해야 하는 질환의 개념으로 제자리 찾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원하는 사람, 의사 속여 처방 가능… 규제 필요해
사회적 인식과 문화를 바꾸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일단 향정신성 비만약 오·남용은 막기 위해 안전사용 기준에서 벗어나 처방한 의사는 추적·관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비만약은 성인에서 ▲BMI(체질량 지수) 30 이상이거나 ▲BMI 27kg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 등이 있을 때만 처방 가능합니다.
의사들은 '의료기관의 과도한 처방'이 비만약 오·남용의 주원인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앞서 비만약 처방 수요 급증 원인을 묻는 질문에 ▲의료기관의 과도한 마케팅(6.9%) ▲정식 진단 처방 과정의 허술함(4.7%)이라고 답한 의사는 상대적으로 적었는데요. 그래서 현재 의료기관의 비만약 처방 문화는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물었습니다.
40.4%가 '일부'에서 과잉 처방하는 게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32.5%는 '전반적으로 신중하게 이뤄진다'고 봤고, 24.1%만 '대체로 상업적 목적이 강한 편'이라고 봤습니다.
의료기관 다수의 문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만약 처방이 필요 없는 환자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처방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비만약을 처방해 본 경험이 있는 의사에게, 비만약 처방을 목적으로 방문한 환자가 증상을 과장하거나 실제와 다르게 진술한다고 느낀 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자주 있다(31.8%)', '가끔 있다(49.5%)'로, 총 81.3%가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원하는 사람은, 과잉 처방하는 '일부' 의료 기관에서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아도 비만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비만약의 오·남용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비만약 열풍으로 2007년 관련 지침을 발표한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개발 지침 개정 추진에 들어갔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떤 규제가 필요할지 의사에게 물었습니다. ▲BMI 기준 등 처방 요건 강화(34.6%) ▲처방 전 사전 상담과 심리 평가 의무화(22.7%) ▲약국·온라인 유통에 대한 관리 강화(21.3%) ▲일반 대중 대상 교육 캠페인 강화(11.7%) ▲의료진 대상 교육·규제 확대(9.6%) 순으로 답했습니다. 한 의사는 "차트 필수 기재 항목을 가이드라인으로 지정하고, 처방 일수와 용량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비만약, 주의해야 할 부작용은?
비만약은 분명히 '부작용' 우려가 있습니다. 국민들은 비만약 부작용을 명확히 인지하고, 주의해야 합니다. 부작용 우려로 복용 전 가장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약물이 무엇일지 물었더니, 의사들은 ▲디에타민(35.8%) ▲위고비(30.9%) ▲큐시미아(16.1%) ▲삭센다(11.8%) ▲제니칼(5.0%) 순으로 뽑았습니다. 디에타민은 팬터민이 주성분으로 들어가는 향정신성 의약품입니다. 뇌에 작용해 약 의존성을 높이고, 우울증, 성격 변화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위고비가 2위였는데요. 위고비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GLP-1' 유사체인 세마글루티드 성분으로 구성됐습니다. 뇌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오심, 구토, 설사나 변비 등 소화계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급성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또 장기간 안정성을 확인한 임상 시험이 있지만, 그 대상은 '정상 체중'인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큐시미아는 펜타민 용량을 낮춰서 넣고, 편두통 치료약으로 주로 쓰이는 성분인 토피라메이트가 추가된 약입니다. 부작용이 디에타민보다 적지만, 역시 향정신성 성분인 펜타민이 들어갔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삭센다는 위고비와 비슷한 원리로 작용하는 약물로, 또 다른 GLP-1 유사체인 리라글루티드가 주성분입니다. 부작용이 위고비와 비슷하고, 위고비보다 자주 맞아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제니칼은 이전 네 약물이 식욕을 억제하는 것과 달리, 지방 분해와 흡수를 막는 약입니다. 소화계 관련 부작용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의사들이 비만약 오·남용으로 우려하는 부작용은 1위가 정신건강 이상(35.3%), 2위가 심혈관계 이상(32.5%)이었습니다. 모두 향정신성 약물로 유발되는 부작용입니다. 3위는 요요현상(16.0%), 4위는 내성·금단 증상(15.9%)이었습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의사들 대다수가 추가 의견을 묻는 란에 "비만약을 처방받기 전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하는 등 생활 습관을 교정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며 "이후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 자신에게 맞는 약을 적당한 용량으로 처방받아야 안전하다"고 했습니다.
위고비 인기가 유발한 변화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비만약 처방 자체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습니다. 비만증 치료제를 처방하는 의료 기관 수가 위고비가 들어온 달에만 40% 가량 증가했습니다. 제 주변에 한 친구는 '위고비'를 처방받으러 갔다가, 가격을 듣고 놀라 일명 나비약으로 알려진 식욕억제제인 '디에타민'을 받아 왔더군요. 약을 처방하는 의사들은 지금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의사 1000명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의사 53.4%, "위고비 맞을 의향 있어"
생각보다 의사들의 시선은 '긍정적'이었습니다. '비만'은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 각종 동반 질환 위험까지 높이는 '만성 질환'인데요. 비만약 처방 문턱이 낮아지면서, 치료받아야 하는 비만 환자가 제때 치료 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진솔한 답을 얻기 위해, “필요하다면 '의사 본인'은 위고비 같은 GLP-1 계열 약물을 투여받을 의향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 결과, 절반 이상인 53.4%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없다”고 답한 사람은 24.2%였고, 나머지 22.4%는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있다”고 답한 의사는 “비만한 것보다 건강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근거에 입각한 비교적 안전한 치료법이다”, “장기 기억 증가, 인슐린 저항성 개선, 내장 지방 감소, 식후 혈당 개선 효과 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맞지 않겠다”고 답한 의사는 “굳이 약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 “가격이 비싸다”, “최소 5년 이상 장기간 임상데이터를 확인한 뒤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비만 약은 '치료용'인데, 사회 인식은 '다이어트'
의사들은 약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사회 인식'으로 인한 오·남용은 우려했습니다. 비만약 처방 수요가 급증한 원인이 무엇일지 물었더니, 상위 세 가지 답변은 ▲'쉽고 빠른' 다이어트에 대한 사회적 기대(34.1%) ▲연예인 인플루언서의 사용 공개(30.1%) ▲온라인 후기와 지인 입소문(24.0%)였습니다. 모두 '날씬해야 아름답다'는 사회 인식이 유발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의사는 "비만 치료가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미적 기준과 환상으로 남용되는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의사는 "비만이 사회적 시선에서 벗어나, 치료해야 하는 질환의 개념으로 제자리 찾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원하는 사람, 의사 속여 처방 가능… 규제 필요해
사회적 인식과 문화를 바꾸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일단 향정신성 비만약 오·남용은 막기 위해 안전사용 기준에서 벗어나 처방한 의사는 추적·관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비만약은 성인에서 ▲BMI(체질량 지수) 30 이상이거나 ▲BMI 27kg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 등이 있을 때만 처방 가능합니다.
의사들은 '의료기관의 과도한 처방'이 비만약 오·남용의 주원인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앞서 비만약 처방 수요 급증 원인을 묻는 질문에 ▲의료기관의 과도한 마케팅(6.9%) ▲정식 진단 처방 과정의 허술함(4.7%)이라고 답한 의사는 상대적으로 적었는데요. 그래서 현재 의료기관의 비만약 처방 문화는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물었습니다.
40.4%가 '일부'에서 과잉 처방하는 게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32.5%는 '전반적으로 신중하게 이뤄진다'고 봤고, 24.1%만 '대체로 상업적 목적이 강한 편'이라고 봤습니다.
의료기관 다수의 문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만약 처방이 필요 없는 환자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처방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비만약을 처방해 본 경험이 있는 의사에게, 비만약 처방을 목적으로 방문한 환자가 증상을 과장하거나 실제와 다르게 진술한다고 느낀 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자주 있다(31.8%)', '가끔 있다(49.5%)'로, 총 81.3%가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원하는 사람은, 과잉 처방하는 '일부' 의료 기관에서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아도 비만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비만약의 오·남용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비만약 열풍으로 2007년 관련 지침을 발표한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개발 지침 개정 추진에 들어갔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떤 규제가 필요할지 의사에게 물었습니다. ▲BMI 기준 등 처방 요건 강화(34.6%) ▲처방 전 사전 상담과 심리 평가 의무화(22.7%) ▲약국·온라인 유통에 대한 관리 강화(21.3%) ▲일반 대중 대상 교육 캠페인 강화(11.7%) ▲의료진 대상 교육·규제 확대(9.6%) 순으로 답했습니다. 한 의사는 "차트 필수 기재 항목을 가이드라인으로 지정하고, 처방 일수와 용량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비만약, 주의해야 할 부작용은?
비만약은 분명히 '부작용' 우려가 있습니다. 국민들은 비만약 부작용을 명확히 인지하고, 주의해야 합니다. 부작용 우려로 복용 전 가장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약물이 무엇일지 물었더니, 의사들은 ▲디에타민(35.8%) ▲위고비(30.9%) ▲큐시미아(16.1%) ▲삭센다(11.8%) ▲제니칼(5.0%) 순으로 뽑았습니다. 디에타민은 팬터민이 주성분으로 들어가는 향정신성 의약품입니다. 뇌에 작용해 약 의존성을 높이고, 우울증, 성격 변화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위고비가 2위였는데요. 위고비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GLP-1' 유사체인 세마글루티드 성분으로 구성됐습니다. 뇌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오심, 구토, 설사나 변비 등 소화계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급성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또 장기간 안정성을 확인한 임상 시험이 있지만, 그 대상은 '정상 체중'인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큐시미아는 펜타민 용량을 낮춰서 넣고, 편두통 치료약으로 주로 쓰이는 성분인 토피라메이트가 추가된 약입니다. 부작용이 디에타민보다 적지만, 역시 향정신성 성분인 펜타민이 들어갔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삭센다는 위고비와 비슷한 원리로 작용하는 약물로, 또 다른 GLP-1 유사체인 리라글루티드가 주성분입니다. 부작용이 위고비와 비슷하고, 위고비보다 자주 맞아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제니칼은 이전 네 약물이 식욕을 억제하는 것과 달리, 지방 분해와 흡수를 막는 약입니다. 소화계 관련 부작용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의사들이 비만약 오·남용으로 우려하는 부작용은 1위가 정신건강 이상(35.3%), 2위가 심혈관계 이상(32.5%)이었습니다. 모두 향정신성 약물로 유발되는 부작용입니다. 3위는 요요현상(16.0%), 4위는 내성·금단 증상(15.9%)이었습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의사들 대다수가 추가 의견을 묻는 란에 "비만약을 처방받기 전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하는 등 생활 습관을 교정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며 "이후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 자신에게 맞는 약을 적당한 용량으로 처방받아야 안전하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