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최애’ 정치인 지적하자, 침 뱉은 예비신부… “웨딩 촬영도 잊고 집회 갔다”
한희준 기자 | 유예진 인턴기자
입력 2025/05/22 22:30
정치 과몰입, 억눌린 욕구 해소하려는 무의식 반영일 수도
지난 21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30대 중반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여자친구와 3년 정도 연애한 뒤 결혼을 약속했고, 예식장 예약과 신혼집 마련까지 마친 상태였다. 두 사람은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식 전에 먼저 혼인신고를 하고 함께 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여자친구의 정치 활동이 지나치게 열성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A씨는 “같은 정당을 지지해서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여자친구는 특정 정치인을 아이돌처럼 쫓아다니고 주말마다 집회에도 빠지지 않았다”며 “웨딩 촬영이나 부모님과의 식사 약속까지 잊고 정치 집회에 나간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여자친구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지적하자 욕설하고 침을 뱉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 이후 사과를 받긴 했지만, 감정의 골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여자친구는 옆 테이블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비판하는 말을 듣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대응한 일이 있었다고 했다. A씨는 “그동안 여자친구의 모습에 애정이 많이 식었다”며 “이미 혼인신고를 했는데 이걸 취소할 수 있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신세계로 신진희 변호사는 “단순한 정치 성향 차이만으로는 이혼이 성립되기 어렵다”면서도 “정치 활동으로 가사나 가족 관계를 반복적으로 소홀히 하고 갈등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개선 노력이 없다면 이혼 사유로 주장할 수 있다”고 했다.
A씨 사례처럼 정치에 과몰입 하는 주변인이 있다면, 그 안에 깔린 심리적 기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면의 공격성을 드러내거나 억눌린 욕구를 해소하려는 무의식적 본능이 있을 수 있다. 이땐 상대방의 내면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도움된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상상하고 그 사람의 인생사를 들여다보면 상대의 발언 동기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정치적 성향은 가치관의 영역이라, 상대의 발언에 논리적으로 반박한다 하더라도 상대가 생각을 바꾸지는 않는다.
정치에 과몰입한 이들의 관심을 정치에서 스포츠로 돌려 보는 것도 방법이다. 운동은 특정 사안에 집착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데, 특히 경쟁의 요소가 더해진 스포츠 게임은 같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끼리의 소속감을 느끼는 동시에 내면의 공격성을 어느 정도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