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전문병원’ 활용하는 응급의료 전달 체계 마련을”
오상훈 기자
입력 2025/05/19 18:34
에스포항병원 김문철 대표원장은 19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초고령사회 뇌졸중 증가추세와 바람직한 국가 정책’을 주제로 전문병원을 활용하지 못하는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뇌졸중을 가장 잘 치료하는 나라다. ‘TICI 등급’이란 뇌졸중 환자의 막힌 혈관을 얼마나 잘 개통했는지 평가하는 지표다. 폐색된 혈관 영역의 50% 이상에 혈류가 도달하는 상태를 ‘TICI 2b’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뇌졸중 환자의 88%는 TICI 2b 이상에 도달한다. 미국이 80%라는 걸 고려했을 때 한국은 전세계에서 뇌졸중 치료 성적이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뇌졸중 치료 예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접근성과 시의성이다. 치료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환자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때문에 지역에서는 멀리 있는 상급종합병원보다는 전문병원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김 원장은 “뇌졸중 환자가 우리 병원에 119를 통해서 이송해오는 비율이 55~60%로, 나머지는 다른 병원을 거쳐 후송돼 온다”라며 “지난해 후송되는 환자 189명 중 73명은 수술이 필요했는데 후송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돼 쓸 수 있는 무기가 줄어든 상태였다”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뇌혈관 치료의 성적보다는 병원의 규모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지역심뇌혈관센터 선정을 예시로 들었다. 김 원장은 “심뇌혈관법 개정으로 권역심뇌혈관센터 외에 지역심뇌혈관센터 10개를 선정하는데 100개 이상의 의료기관이 지원했다”라며 “의료인력 채용, 장비 등이 기준이었는데 따지고 보면 큰 병원만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현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병원들을 정부가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대학병원보다 뇌혈관 치료 성적이 좋은 전문병원들을 의료전달체계에서 제외하는 건 모순”이라며 “‘119 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표준지침’에서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이라는 기준에 뇌혈관 전문병원을 포함시키는 등 현장에서 노력하고 있는 전문병원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