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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대형 참사… 의료 대응은 여전히 지휘 체계 밖에 있다

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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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학 워크숍 교육 중인 신희준 센터장./사진=신희준 센터장 제공
“우리나라에는 재난의료 컨트롤타워가 없습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재난의학센터 신희준 센터장(응급의학과 교수)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재난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는 마지막 보루가 돼야 할 재난의료 체계가, 국내에서는 여전히 ‘외면받는 영역’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신 센터장은 지난 2022년 미국 보스턴 BIDMC 병원에서 재난의학 펠로우십을 수료한 후, 귀국해 종합병원으로는 국내 세 번째 재난의학센터를 설립한 인물이다. 그 배경에는 국내 대형 재난을 겪으며 느낀 깊은 무력감이 있었다. 그는 국내 재난의료 체계가 여전히 분절된 행정 구조 속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다양해진 재난… 대응 총괄할 컨트롤타워는 부재
지난달,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재난의학 전문가들이 순천향대 부천병원에 모였다. 주제는 ‘전술적 대테러 및 화생방·핵폭발 의학’이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테러가 점점 비정형적이고 참혹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막시밀리안 P. 널랜더 박사는 “과거에는 병원이나 학교는 공격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룰이 있었지만, 요즘엔 그렇지 않다”며 “드론이나 생화학 물질 등을 활용한 공격이 의료인과 아이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난은 크게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나뉜다. 자연재난이 지진, 홍수 등 자연환경의 변화에 의한 재난이라면 사회재난은 인위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재난이다. 전쟁이나 테러뿐만 아니라 화학물질 누출, 선박 침몰, 다중밀집사고 등이 포함된다. 최근에는 이들 재난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 재난도 늘고 있다.


이처럼 재난이 고도화하고 다양해지고 있지만 국내 재난의료 대응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신희준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재난 현장엔 소방, 경찰, 군,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이 다 들어오는데 이들을 통제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라며 “환자를 살릴 골든타임 내에 의료진을 어떻게 투입시킬지 지휘하지 않았던 건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이전 재난 현장에서 계속해서 발생했던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이태원 참사 당시 출동한 재난지원의료팀(DMAT) 소속 의료진들의 활동 보고서를 보면 당시 DMAT은 현장응급의료소의 지휘 부족으로 응급의료지원에 어려움을 겪었다. 재난 상황에서 현장을 컨트롤할 관할 보건소장이 늦게 도착하면서 상황 전파와 통솔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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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준 센터장./사진=오상훈 기자
◇“담당 기관들이 책임 떠넘기는 게 문제”
그는 비슷한 일을 2012년 구미 불산 가스 누출 사고에서도 겪었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2015년 경, 화학재난 대응지침 연구 용역을 시행하면서 구미 사고를 분석했다. 해당 사고는 지난 2012년, 구미시의 불산 취급 공장에서 5톤가량의 불산이 누출돼 공장 근로자 5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을 당한 사고다.

신 센터장은 “당시 의료현장에 구비돼 있던 해독제와 중화제가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고, 이 문제를 담당 부처인 환경부에 알렸더니 자기들은 임상은 담당하지 않으니 보건복지부에 전화해보라고 했다”라며 “그 이후 복지부에 전화했더니 재난은 행정안전부가 담당한다고 해서 또다시 전화해보니 환경부로 떠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담당 기관이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 속에서 의료 대응은 뒷순으로 밀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구조를 ‘프래그멘테이션(fragmentation)’, 즉 ‘분절화’라 표현했다. 신 센터장은 “재난은 여러 부처가 유기적으로 협업해야 하지만, 각자가 자기 분야에 갇혀 협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라며 “한국 사회는 여러 재난을 겪으면서 대응 시스템을 조금씩 마련해왔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총괄하는 기관이 없는 게 근본적 문제”라고 말했다.


◇재난청 만들어 재난 대응 컨트롤·사후 분석 맡겨야 
코로나19 이후 질병청이 신설됐듯, 사회적 재난을 포괄할 수 있는 ‘재난청’이 필요하다는 게 신 센터장의 주장이다. 화학, 방사능, 군중재난 등을 아우르며 전략·작전·전술을 통합 지휘할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의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예시로 꼽았다. 미국은 9·11을 겪은 이후 FEMA를 중심으로 국가 차원의 재난의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FEMA는 각 주에서 전문 인력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전국의 의료기관들을 포함한 시나리오 기반 재난대응 훈련을 실시한다. 신 센터장은 “반면, 한국은 북한이라는 위협이 있음에도 전시 상황이 발생하면 국군의무사령부가 전국 의료기관을 통제한다는 지침만 있을 뿐 실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난청은 단순히 재난 대응뿐 아니라, 사후의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까지 맡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재난청이 있었다면 이태원 참사 이후 다중밀집사고를 예방하는 경찰 인력 배치와 관련된 법안이 벌써 나왔을 것이라는 게 신 센터장의 설명이다.

한편, 순천향대 부천병원 재난의학센터는 민간 분야로 출발해, 응급의료인부터 공무원까지 다양한 직군에 재난 대응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대구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화생방 및 핵 재난 대응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신 센터장은 “지역 공무원, 소방, 병원 관계자 등 실제 재난 상황에 투입될 주체들을 한 자리에 모아 실질적인 훈련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교육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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