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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티스·사노피 웃고, 화이자·MSD 울고… 글로벌 제약사, 한국 실적 ‘희비’

정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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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글로벌 제약사 한국법인 실적/그래픽=최우연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 한국법인들의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화이자·MSD 등 코로나19 관련 품목을 보유한 제약사들은 매출 감소를 피하지 못한 반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일찌감치 백신 사업에서 철수해 매출 손실을 최소화했다. 노바티스는 주력 제품들을 앞세워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사노피의 경우 흡수합병의 효과를 확실하게 본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MSD, 엔데믹 여파로 코로나19 제품 매출 감소
지난 해 글로벌 제약사 한국법인 매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키워드 중 하나는 ‘엔데믹’이었다. 실제 한국화이자제약은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와 치료제 '팍스로비드(성분명 니르마트렐비르·리토라비르)' 수요 감소로 인해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회사가 발표한 지난해 매출은 약 7837억원으로, 전년 1조6018억원 대비 51.1% 감소했다. 코로나19가 국내에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꾸준히 매출 1조원을 돌파했으나, 엔데믹 선언 이후 처음으로 매출 1조원 이하로 떨어졌다. 영업이익 또한 638억원에서 272억원으로 57% 감소했다.

그럼에도 한국화이자제약은 여전히 글로벌 제약사 국내 법인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13'과 항응고제 '엘리퀴스(성분명 아픽사반) 등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장에 자리 잡은 치료제들이 매출 공백을 최소화했다.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도 팬데믹 당시 수준은 아니지만, 여전히 수요가 있다.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는 "최근 주목을 받는 약이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국내 시장에 자리 잡고 있는 여러 주요 치료제들이 매출 1위를 유지하는 동력이라고 본다"며 "코미나티·팍스로비드 외에 프리베나, 엘리퀴스, 로비큐아, 빈다맥스, 엘렉스피오, 리트풀로, 시빈코, 입랜스 등의 품목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3위에 오른 한국MSD도 엔데믹 여파를 맞았다. 회사의 작년 매출은 전년 7609억원 대비 12.2% 하락한 6678억원이다. 영업이익 또한 274억원에서 249억원으로 9.3% 감소했다. 그 결과 매출 2위 자리를 한국노바티스에 내줬다.

한국MSD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의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 한국MSD 관계자는 "전체 매출이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가 큰 역할을 한 것이 맞고, 영업이익이 9% 가까이 줄어든 것도 비슷한 이유"라며 "코로나19 환자 수가 감소한 데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는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엔데믹 피한 3개사, 매출·영업이익 선방
반면, 상위 5개사 중 나머지 3개사는 엔데믹의 여파를 피했거나, 엔데믹과 무관해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4위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코로나19 백신의 조기 철수를 결정한 덕분에 엔데믹 여파를 크게 맞지 않았다. 항당뇨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의 국내 철수로 인해 매출 부진이 예상됐으나, 폐암 표적치료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면역항암제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에 주력한 덕분에 매출 손실을 최소화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작년 매출은 6393억원에서 5.7% 감소한 6027억원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영업이익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2023년 말에 단행한 희망퇴직(ERP)과 관련이 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2023년 12월 포시가의 국내 철수를 결정하면서 기존 포시가 판매 부서 'CVRM 사업부'를 바이오의약품 사업부로 편입시켰고,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차 희망퇴직(ERP) 신청을 작년 1월 15일까지 받았다. 이에 2023년에는 퇴직위로금으로 약 257억원이 손익계산서에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반면, 지난해에는 퇴직위로금이 810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

한국노바티스는 전년 대비 4.6% 오른 6787억원의 매출을 올려 2위에 올랐다. 대표적인 성장 요인으로는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성분명 사쿠비트릴·발사르탄)'의 약진이 꼽힌다. 엔트레스토는 2023년 국내에서 ‘좌심실 박출률 40% 이하 만성 심부전’ 1차 치료제로 급여 기준을 확대한 후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 엔트레스토의 특허 만료 시점이 연장되면서 국내 활동이 선방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매출원가 증가로 인해 감소했다. 한국노바티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2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 감소했다. 회사가 작년에 비용으로 인식해 매출원가에 포함한 재고자산의 원가는 약 5242억원이다.

5위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18.1% 증가한 5926억원이며, 영업이익은 34.5% 증가한 250억원이다.

회사의 매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요인은 기업 합병이다. 그동안 사노피 한국법인은 제약사업부인 사노피-아벤티스와, 백신사업부인 사노피 파스퇴르가 개별 기업 명칭으로 활동해왔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2023년 기준 약 983억원의 매출을 올린 회사다.

그러나 사노피-아벤티스가 작년 2월 사노피 파스퇴르를 합병하기로 결정했고, 같은 해 4월 1일 최종 흡수합병했다. 이에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매출에 사노피 파스퇴르의 실적이 함께 반영됐고, 자본금도 약 37억2200만원에서 42억8700만원까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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