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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관식, 2025년에 살았다면 장기 생존했을까?
이슬비 기자
입력 2025/04/08 17:21
다발골수종은 우리나라에서 림프종 다음으로 많이 생기는 혈액암으로, 생각보다 흔한 병이다. 예전에는 생소한 병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많은 환자가 진단받고 치료받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약 2000명이 다발골수종으로 새롭게 진단됐다. 치료 중이거나 장기 생존한 환자를 합하면 약 9000명 이상이 다발골수종 인구에 해당한다.
다발골수종은 골수 안에 있는 형질세포가 암세포로 바뀌어 증식하는 혈액암이다. 형질세포는 바이러스·세균 등 항원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항체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분화·증식되면서 정상적인 항체가 아닌, 항체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단백질인 ‘M단백’을 많이 만들어 여러 장기를 망가뜨리고 환자를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는 질환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이 알려져 있기 않기 때문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무증상 단계에서 건강검진 시 M단백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예후가 훨씬 좋아지는 만큼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악화를 막는 최선의 예방책이 될 수 있다. 혈액과 소변검사에서 M단백이 발견되면 골수검사 등 추가 검사로 다발 골수종을 확진하고, 전신 CT나 MRI 등 검사로 골침범 병변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병이 진행되는 단계에서 일반적으로 ▲고칼슘혈증으로 인한 졸음·의식저하·오심·구토 등 위장관 증상 ▲빈혈·신기능 저하로 인한 피로·숨찬 증상·부종 ▲골 병변으로 인한 허리· 관절통증·압박골절·하지마비 등 신경학적 증상 등을 겪게 된다. 약 70% 정도의 환자가 뼈의 통증, 골절 등 정형외과적 문제로 병원을 방문했다가 다발골수종으로 진단받는다. 20% 정도는 콩팥 기능 저하, 빈혈 등으로 병원을 찾는다.
한국다발성골수종연구회 초대회장인 가천대 길병원 혈액내과 이재훈 교수는 “극중 주인공 ‘관식’이 앓았던 류마티스 관절염이 다발골수종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며 “류마티스 관절염과 다발 골수종이 환자의 정상적인 면역 체계 이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관관계를 찾을 수는 있겠다”고 말했다.
다발골수종은 지난 20년간 항암치료 성과가 가장 발전한 질환의 하나다.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약 20여년 만에 수많은 신약들이 상용화 됐고 치료 성적도 크게 높아졌다. 2000년대 초반의 평균 생존기간이 3년 정도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10년 이상 장기 생존하는 환자들도 많아졌다.
항암치료 등으로 다발 골수종을 관리하면서, 나이가 들어 다른 질환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장기 생존하는 것을 치료 목표로 둔다. 이재훈 교수는 "현재 빠르게 개발되고 있는 신약들, 다음 세대 치료제로 여겨지는 이중항체 치료제 임상시험, CAR-T세포 치료 등이 성과를 거둔다면, 더 이상의 치료제가 없던 환자들이 생존해 있는 시점에, 다음 치료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발골수종의 치료는 크게 약물, 주사 등 항암치료를 주로 시행하며, 조혈모세포이식, 방사선치료 등 보조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항암치료는 여러 기전을 가진 다양한 항암제를 사용해 4~6차례 시행하면서 조혈모세포이식, 재발 여부 등에 따라 2·3차 항암치료 등을 시행하게 된다. 조혈모세포이식은 환자 골수에서 조혈모세포를 채취한 뒤, 고용량의 항암제를 투여 후 암세포를 제거하고 확보해둔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치료다. 환자의 신체 활력 상태를 고려해 보통 70세 이하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지만, 최근에는 고령 환자에서도 신체 상태에 따라 이식을 고려하기도 한다.
이재훈 교수는 “우리나라의 치료 성적은 미국 등과 비교했을 때 세계 수준에 근접하고 있고, 세계적인 임상시험도 국내에서 많이 진행되고 있다”며 “항암제의 부작용 또한 과거와 달리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의료진과 상의해 여러 가지 선택을 통해 병을 이겨내길 응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