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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폭발' 중증외상센터, 외상외과 교수는 어떻게 봤을까? "1화에서…"

이해나 기자 | 구소정 인턴기자

“판타지 히어로물일 뿐… 외상외과의 중요성 공감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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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지훈(42) 주연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가 연일 화제다./사진=넷플릭스
배우 주지훈(42) 주연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가 연일 화제다.

넷플릭스 투둠(Tudum) TOP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1월 다섯째 주(1월 27일∼2월 2일) ‘중증외상센터’ 시청 수는 1천190만(총 시청 시간 8270만 시간)으로 비영어권 TV쇼 1위를 기록 중이다. 중증외상센터는 웹소설 원작 메디컬 드라마다.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 교수의 고군분투 이야기를 그려낸다. 실제와 비슷한 현장감 있는 분위기, 배우들의 연기력, 몰입력 강한 스토리 등으로 인기가 폭발했다. 그럼에도 현직 의사들 입장에선 “‘판타지적 요소’가 강하다”는 평이 많다. 서울부민병원 응급의학과 박억숭 과장은 “‘아이언맨’ 같은 히어로물이라 보면 된다”고 했다. 단국대병원 외상학과 장성욱 교수(충남권역외상센터장)는 “의학적으로 안 맞는 요소가 너무 많아 1화를 보다가 껐다”며 “외상외과 의료진에게 자문받은 게 맞는지 의아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중증외상센터’ 속 다소 비현실적인 장면에 대한 의료진의 목소리를 듣고자 응급실에서 직접 환자를 보는 경험 많은 의사 남궁인 교수(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박억숭 과장, 이길재 교수(길병원 외상외과), 장성욱 교수에게 더 세부적으로 질문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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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아
-헬기 안에서 환자 두개골 뚫는 수술, 실제 가능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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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에서 뇌 수술을 진행하는 모습./사진=유튜브 채널 'Netflix Korea 넷플릭스 코리아'
박억숭 과장 “재미를 위한 연출이다. 헬기 안은 많이 흔들려 불가능하다. 전문 드릴과 같은 장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선 사용하지 않는 게 맞다. 헬기 안에서  환자가 안정되고 진동 없는 상태에서 두개골을 자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통 헬기에서의 응급치료는 혈관에다가 수액을 준다든지, 심장 마사지를 한다든지, 소위 말하는 혈압 맥박 같은  바이탈을 잘 모니터링을 하거나, 아니면 출혈이 있는 자리를 손으로 누르고 있는 등의 행위만 한다.”

남궁인 교수 “이론상으로 못할 건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 헬기 떠서 내리는 데 10~20분 걸리는데, 그 사이에 굳이 헬기에서 머리 뚫을 필요가 없다. 헬기 안에서 뇌를 노출시키는 것은 감염 위험이 크고, 정확한 수술도 어렵다. 정말 환자가 거의 죽었다 생각하고, 그 값으로 하는 수술일 것이다”

이길재 교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CT를 안 찍고 개두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느 쪽에 출혈이 있는지 명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 겉만 보고 머리 안쪽 출혈 부위를 진단할 수 없다. 그리고 헬기 안 공간은 매우 좁아 시술을 하기에 제한적이다. 감염 위험도 커서 현실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

-한유림 딸 심장파열 수술 중 백강혁이 수술용 장갑을 파열된 부위에 10분 동안 막아놓는다. 실제 행해지는 방법?
박억숭 과장
“솔직히 조금 심하다 싶은 픽션이다. 10분을 위해 수술용 장갑을 환자 심장에 붙이는 건 말도 안 된다. 차라리 그 시간 동안 멸균 장갑을 낀 손으로 누르고 있으면 된다. 한 손이 부족하면 두 손으로 누르면 되고, 나였다면 차라리 멸균 장갑에 심장을 넣어 묶어놨을 것이다. 그리고 수술방에는 ‘보바인 패치’와 같이 인체 조직에 붙일만한 의료용 패치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강혁과 같은 해결방식은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이다.”

이길재 교수
“심장이 좀 터졌을 때 손가락으로 막는 경우는 있다. 칼에 찔리거나 해서 피가 솟으면 수술실까지 가는 동안 그 부위를 장갑 낀 손가락으로 막긴 하는데, 장갑을 오려서 심장 위에 덮는 거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드라마에서 고가 인공혈관 쓰려면 병원장 허가 필요한데, 승인 불가한 상황이라 훔쳐 달아났다. 실제 병원장 허가 필요한가?
남궁인 교수
“실제로 쓰고 나면 보험이 안 돼 병원 손해가 나는 고가의 기구들이 있다. 그런 기구들은 정말 필요할 때만 쓸 수 있게 결제 라인을 만들어 놓는다. 인공혈관도 종류가 많은데, 보통은 보험이 된다. 새로 나온 좋은 기구는 비싸고 보험 삭감이 돼서 병원에서 잘 안 내주기도 한다. 쓸수록 병원에 손해가 가는 기구라면 허가가 필요하게 되어 있다. 다만 드라마에서 병원장한테까지 허가를 받는다는 건 다소 과한 설정이긴 하다.”

이길재 교수 “그렇지는 않다. 병원장 승인까지 받아야 하는 경우는 없다.”


-백강혁 교수가 수술 중 승압제 쓴 마취과 의사에게 막말까지 하면서 비난했다. 그렇게 위험한 행동인가?
박억숭 과장 “그 정돈 아니다. 이 장면 속 환자는 혈압이 떨어지고 있어 승압제(혈관수축제·쇼크, 저혈압일 때에 혈압을 상승시키는 약제)를 사용해 오히려 혈압을 상승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꼭 카디악 탐폰(심장이 압박돼 심장 내로 충분한 양의 혈액을 채울 수 없어 심박출량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혈압이 떨어지는 상태)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혈압은 유지돼야 한다. 그래야 콩팥으로 혈액을 보내고, 이 과정을 거쳐야 급성 콩팥 손상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술방에서는 여러 가지 고려할 상황이 많아, 카디악 탐폰에 승압제를 사용했다고 욕을 먹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남궁인 교수 “그 상태에서 혈압을 높여 놓으면 안 좋긴 하다. 그래도 혈압이 60에 40인데, 승압제를 썼다고 뭐라고 할 건 아니다. 아주 위험하다기보다 마취과 의사 성향에 따라서 다르다고 보면 된다. 마취과 의사도 똑같은 의사라 환자 상황을 다 고려한다. 백강혁 교수와 마취과 의사 둘이 조율이 안 된 것이다. 백강혁 성격이 나쁜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이길재 교수 “혈압 너무 떨어져 있으면 승압제 쓰는 건 문제 없다. 그리고 아무리 교수여도 마취과 의사한테 그렇게 소리 지르는 경우는 없다.”

-가슴에 칼 꽂힌 환자, 아무 검사 없이 심장 부근에 주사 찔러 피 뽑았다. 가능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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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천자(인체에 침을 찔러서, 체내로부터 액체, 세포나 조직을 채취) 하는 모습./사진=유튜브 채널 'Netflix Korea 넷플릭스 코리아'​
남궁인 교수 “초음파가 있다면 당연히 초음파로 가슴 속을 보면서 해야 한다. 그런데 심장 천자(인체에 침을 찔러서, 체내로부터 액체, 세포나 조직을 채취)를 할 때 혈액을 뽑는 방향이나 위치는 정해져 있다. 드라마에서 백강혁 교수가 ‘자이포이드 프로세스(명치 끝에 만져지는 연골), 좌측으로 45도’라고 말한다. 어떤 각도로, 어떻게 찔러야 함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대로 찌르면 된다. 정말 경험이 많고 잘 하는 의사는 꼭 초음파를 보지 않고 찌르는 것이 가능하다.”

박억숭 과장
“당연히 가능하다. 외과 의사는 초음파를 보지 않고도 천자할 수 있을 정도로 숙련하는 것이 목표이기도 하다. 개도국이나 지방 같이 제대로 된 의료 장비나 기구가 없는 곳에서도 의술을 펼칠 수 있기 위함이다. 물론 초음파가 있다면 안 쓸 이유는 없다. 초음파는 진단뿐만 아니라 시술 가이딩 역할하기 때문이다.”

이길재 교수 “가능하다. 심장 주변 심낭에 혈액이 많이 찬 경우에 초음파 없이 그냥 찌르는 경우들이 있다. 무리한 처치는 아니다.”

-백강혁이 이현종 대위 수술 중 팔 괴사로 손상된 뼈 잘라내고 인공 뼈를 넣어 치료했다. 괴사 부위 절단 없이 치료 가능한가?
장성욱 교수
“괴사 관련 구체적 드라마 속 상황을 알 수 없어 조심스럽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중증외상 환자들의 팔이 괴사할 정도로 팔이 짓이겨져 망가지면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일단 절단하는 게 나은 경우가 많다.”

이길재 교수 “뼈가 완전 바스러져서 연결이 안 되는 경우들이 있다. 골절 중에도 무거운 데 깔려서 뼈가 부러지면 연결을 해주면 되는데, 뼈 조각이 너무 많아서 공간이 비어버리는 경우는 인공뼈로 채우는 경우가 있다. 팔이 괴사가 된 거면 뼈만 해결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괴사된 조직을 다 잘라내고, 심한 경우는 절단을 한다.”

-헬기를 띄우지 못해 구급차로 구조해 환자가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실제 현장에서 헬기와 구급차로 구조했을 때 둘의 이동 시간 차이가 많이 나나? 
장성욱 교수
“우리 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쓴 논문에 따르면, 닥터 헬기와 엠블런스(구급차)로 구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10~20분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닥터 헬기를 이용해도 인계점(환자를 태우거나 내리게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이·착륙을 허가받은 지점)으로 가야 하고 그곳으로 의사가 내려오는 데 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대부분 육로로 이송하기 힘든 경우 닥터 헬기를 이용하고, 그 외의 경우는 엠블런스로 구조한다. 닥터 헬기와 엠블런스의 큰 차이점은 닥터 헬기에는 의사가 동승해 전문적인 의약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충남권역외상센터)는 닥터 헬기를 자주 타진 않는다. 그렇지만 다른 응급의학과 교수랑 얘기해보면 웬만한 시술은 헬기 타기 전에 마치고, 헬기 안에선 환자의 혈역학적 징후(혈압, 심박수, 혈류량 등 혈액 순환과 관련된 생리적 지표)가 바뀌는 것을 모니터링하면서 약을 투여하거나, 간단한 시술을 한다. 닥터 헬기는 소방 헬기와 달리 너무 좁아 헬기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한정적이다.”

이길재 교수 “일단 헬기만 갈 수 있는 섬이나 산속은 헬기 이송이 맞다. 거리가 멀어서 병원으로 가야 되는데 차로 가면 두 시간, 헬기로 가면 한 시간 이내로 걸린다면 헬기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사고 난 지점에서 병원까지 얼마나 걸리느냐가 중요하다. 원칙은 없지만 대략 한 시간보다 더 오래 걸리는 거리에 있다면 헬기 이송이 좀 더 유리할 수 있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 대해 총평한다면?
박억숭 과장
“히어로물이다. 자칫 일반인들이 의료 상황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가지게 될까 봐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또 실제로는 드라마 속 백강혁 업무 강도로 이틀만 일하면 다 죽어난다. 심장이나 폐 이식술 한 번만 해도 거의 24시간 동안 수술한다. 수술하고 끝이 아니라 환자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 이게 현실인데 ‘드라마에선 이러더니 실제론 왜 그렇게 안 하냐’며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힘든 분야에서 일하는 만큼, 의료진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따뜻해졌으면 한다.”

남궁인 교수 “백강혁이 실현하는 가치는 환자의 생명이고, 그가 집행하는 것은 부조리의 타파다. 드라마에서는 바이탈과의 지난한 현실과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스토리가 빼곡히 펼쳐지고 백강혁은 이것들을 박살내듯 해결한다. 그가 행하는 언행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드라마는 드라마이고. 중증외상센터는 좋은 드라마다.”

장성욱 교수
“딱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는 것. 이 드라마는 의학에 허구를 접목한 것이 아니라, 허구에 의학적 요소를 추가한 것이다. 예전에 즐겁게 본 ‘슈퍼닥터 K’라는 일본 만화가 있다. 이 만화에서 의사가 지진 때문에 무너지는 건물을 등으로 받치면서 장기 이식 수술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딱 그런 수준의 드라마다. 만화에 의사라는 인물이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이 드라마의 모든 장면은 의학 정보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이길재 교수 “판타지 영웅물이다. 실제 의료 현장이랑 다른 부분이 꽤 많다. 환자 치료하려고 의사가 헬기에서 밧줄 타고 내려가는 경우도 없고, 헬기 운전할 수 있는 의사도 없을 것이다. 다만, 정말로 외상 환자는 암 환자와 완전히 다르다. 외상센터나 외과 의사들이 없으면 초반에 잘 치료해서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사람도 사망할 수 있다. 병원에 외상외과 의사들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감을 줄 수 있는 드라마라는 것에는 크게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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