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음식 앉아서 먹으면 고통스러워”… 하루에 63번 토한 여성, 진단받은 병은?

임민영 기자 | 유예진 인턴기자

[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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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베이너드(25)는 식도이완불능증에 걸리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음식 섭취가 어려워져 체중이 급격히 감소했다./사진=더 선
영국 20대 여성이 희귀질환 때문에 앉지 못하고 서서 음식을 먹어야만 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영국 더 선 등 외신에 따르면 엘리스 베이너드(25)는 2020년 1월부터 갑자기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가슴에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정상적으로 먹거나 마시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며 “앉아서 음식을 먹지 못하고 하루에 최대 63번까지 음식을 토했다”고 말했다. 베이너드를 담당했던 일반의는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하고 약을 처방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이후 베이너드의 상태는 점점 악화했지만 2021년 1월에 베이너드가 받은 내시경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다. 이에 이상함을 느낀 일반의는 전문의에게 베이너드를 의뢰했다. 그러나 전문의는 전화로만 진단하고 베이너드의 증상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상태가 나빠진 베이너드는 “나는 빠르게 체중이 줄었다”며 “먹는 것에 두려움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의사와 상담했고, 2024년 11월에 런던의 한 전문의가 베이너드의 증상이 식도이완불능증임을 알아챘다. 식도 운동기능검사 결과, 베이너드는 식도이완불능증을 진단받았다. 식도 운동기능검사는 비강으로 압력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한 카테터를 식도로 넣어서 물을 마시면 카테터를 서서히 빼면서 식도의 부위별로 압력을 측정하는 검사다. 현재 그는 경구 내시경 근절개술(내시경을 이용해서 괄약근을 절개하는 시술)을 받고자 전문의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베이너드는 "이 질환은 진단하기 어렵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다"며 더 많은 사람이 식도이완불능증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베이너드가 겪은 식도이완불능증은 하부 식도 괄약근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음식물이 위로 내려가지 못하고 식도에 머무는 희귀질환이다. 식도이완불능증의 증상은 대개 천천히 진행한다. 환자들은 ▲음식물을 삼키기 힘듦 ▲흉부 통증 ▲흉골의 뒷부분이 불편해 음식물 섭취 곤란 ▲식사 도중·식사 후 몇 시간 이내·밤에 덜 소화된 음식 토함 ▲체중 감소 등과 같은 증상을 겪는다. 식도이완불능증은 하부 식도 괄약근의 높은 압력 외에도 식도 근육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식도의 아랫부분이 심하게 뒤틀리거나 확대되도록 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어진다. 일반적으로 식도이완불능증은 20~40세 사이에 나타난다.


식도이완불능증은 베이너드처럼 식도 운동기능검사로 진단할 때가 많다. 이외에도 바륨 삼킴 조영술(바륨이라는 방사선 조영제를 삼키고 나서 X-선 촬영해 바륨이 잘 내려가는지 확인하는 검사),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먼저 상부위장관 내시경을 통해 다른 질환이 없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치료의 목표는 하부 식도 괄약근의 압력을 낮춰 음식이 잘 내려가도록 하는 것이며, 식도의 연동 운동을 개선하는 방법은 없다. 치료 방법에는 ▲약물치료 ▲보툴리늄 독소 주입(내시경을 통해서 하부 식도 괄약근에 보툴리늄 독소를 주사하는 치료법) ▲풍선확장술(내시경을 이용해 풍선으로 협착된 부위를 확장하는 시술) ▲복강경 헬러 근절개술(하부식도괄약근의 근섬유를 절단하는 수술) 등이 있다. 이외에도 베이너드가 치료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경구 내시경 근절개술도 시도할 수 있다.

식도이완불능증을 10년 이상 방치하면 식도암 발생 가능성이 10~30배 커진다. 음식물이 식도에 계속 고여있는 것 자체로 식도에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도암을 예방하기 위해선 식도이완불능증을 관리해야 한다. 현재 명확한 예방법은 없지만, ▲건강한 식습관 ▲정기적인 운동 ▲흡연과 과음 피하기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식도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제때 취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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