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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아닌 유리잔 삼키는 느낌"… 美 30대 여성 겪은 '식도이완불능증' 아세요?

이해나 기자 | 윤승현 인턴기자

[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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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삼킬 때 극심한 통증과 구토 증상을 보였던 브리짓 오옌(31)은 10년 만에 식도이완불능증 진단을 받고 식도를 절제했다./사진=데일리메일
요리 학교 진학을 꿈꿨지만 음식을 삼키기 힘든 희귀질환 탓에 식도를 절제한 미국 여성의 사연이 화제다.

지난 8월 31일(현지 시각)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10년 만에 식도이완불능증 진단을 받은 브리짓 오옌(31)의 사연을 전했다. 오옌은 15살 때 처음 극심한 갈증과 흉통, 과도한 트림 등의 증상을 경험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음식은 물론 침을 삼킬 때도 극심한 통증을 느꼈고, 하루에도 몇 번씩 구토를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요리와 베이킹을 했고 요리 학교 진학을 꿈꿀 정도로 음식을 좋아했지만, 음식이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며 "마치 유리잔을 삼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오옌은 음식 섭취에 불안을 느꼈고, 섭식장애의 일종인 회피성 음식 섭취 장애가 생겨 체중도 감소했다. 여러 해 동안 병원을 다녔지만, 의사들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살을 빼면 나아질 것"이라 말했다.

25세가 되던 해 오옌은 위장관의 신경 질환을 전문으로 보는 신경위장병 전문의를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 '식도이완불능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 2018년 오옌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병원에서 헬러 근절개술을 받았다. 헬러 근절개술은 위와 식도가 만나는 곳의 판막을 절개해 음식의 이동을 돕는 치료법이다. 이 수술로 통증이 크게 줄어 정상적인 식사를 할 수 있었지만, 증상은 1년 만에 재발했다. 새 의료진에게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예약이 취소되고 진료는 계속해서 밀렸다. 치료가 지연되는 내내 오옌은 고통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렸다. 다시 수술대에 올랐을 땐 식도 손상이 너무 심해 간단한 근절개술로 치료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식도를 절제하기로 결정했다. 장장 9시간 동안 의사들은 위 일부를 활용해 식도를 재건하고, 위 윗부분을 남은 식도에 연결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후 오옌에겐 동성빈맥(심장이 1분에 100~150회로 자주 뛰는 것), 폐에 물이 차는 증상 등 많은 합병증이 생겼고, 회복도 힘들었다. 그는 "느껴 본 것 중 최악의 고통이었다"며 "온몸이 트럭에 치이고 구타를 당해 멍이 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20~30분마다 4분의 1컵의 음식만 먹을 수 있는 상태다. 섭취량을 꼼꼼하게 살피며 먹다 보니 식사를 마치는 데 두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오옌은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고 있고, 물리 치료를 통해 체력을 회복하고 있다.


오옌이 겪은 식도이완불능증은 하부 식도괄약근이 충분히 이완되지 않는 질환이다. 식도를 감싸고 있는 식도괄약근은 위에 있는 음식물과 위산의 역류를 막는 역할을 한다. 식도괄약근과 식도 하부에 있는 신경세포에 이상이 생기면 음식물을 위로 전달해 주는 연동 운동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음식물이 식도에서 내려가지 못하고 정체된다. 식도이완불능증은 식도 근육 수축을 조절하는 신경세포가 손상, 소실돼 발생하지만, 그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위암이나 임파선암, 방사선 조사, 약물에 의해 이차적인 식도이완불능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증상은 천천히 진행된다. 발병 초기에는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 증상이 심해진 뒤 병원을 찾는다. 식도이완불능증 환자는 음식물을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 흉부에 통증이 생기고, 흉골 뒷부분에 불편한 느낌이 들어 음식물 섭취가 곤란해진다. 식사 도중이나 식사 후 몇 시간 이내 덜 소화된 음식을 토하기도 한다. 구토 증상은 특히 밤에 더 잘 나타난다. 이런 증상들로 정상적인 음식 섭취가 이뤄지지 않아 체중도 감소한다.

식도이완불능증은 치료를 받지 않으면 보통 악화된다. 손상된 신경세포 자체를 치료할 순 없지만, 증상을 조절할 방법은 있다. 약물 치료와 보튤리눔 독소 주입, 풍선확장술, 헬러 근절개술 등이 활용된다. 최근에는 내시경을 통해 괄약근을 절개하는 근절개술이 도입됐다. 식도이완불능증을 방치하면 타액과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약 5%에서 식도암이 동반된다. 따라서 정기적인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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