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영유아 식이 장애 명의’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문진수 교수

“아이가 자꾸 안 먹어요” “먹던 음식 말고는 거부해요” 맘카페에서 흔히 보이는 고민이다. 안 먹는 아이 부모는 애가 타지만, 낯선 음식을 거부하는 건 영유아의 본능이다. 처음 보는 걸 함부로 먹었다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소한 음식도 거부감 없이 먹게 하면, 어릴 때부터 최대한 다양한 음식을 접하게 해야 한다. 6개월부터 두 돌까지가 관건이다. 주변과의 소통과 경험에 의해 DNA가 변화(후성유전)할 수 있는 기간이어서다. 이 시기에 접해보지 않은 음식은 커서도 계속 안 먹을 가능성이 크다. 밥 안 먹는 아이도 골고루 잘 먹는 아이로 기르려며 이를 역이용하면 된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소화기영양분과 문진수 교수에게 영유아 식이 장애 극복법을 물어봤다.
-아이가 너무 안 먹는 것도 병원 진료 사유가 되나?
“너무 안 먹는 게 반드시 병은 아니다. 아이들은 크면서 새로운 음식을 접하고,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범위를 넓혀간다. 그 속도가 빠른 아이도 있고, 느린 아이도 있다. 다른 아이는 잘 먹는 음식을 우리 아이가 거부할 수도 있다. 또 아이마다 타고난 식욕도 다르다. 너무 안 먹어서 성장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부터는 병이다. 최근 2~3개월 이내에 체중이 10% 정도 빠졌다면 위험 신호다. 병원에 데려오는 게 좋다. 평소 잘 먹던 것을 갑자기 안 먹고, 식욕이 이전보다 떨어졌을 때도다. 기저 질환이 있어서 그런 것일 수 있다.
물론, 꼭 병이 의심될 때만 병원에 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 의학은 병으로 넘어가기 전부터 몸을 관리하기 시작해 병을 예방하는 데 집중한다. 아이가 너무 안 먹어 고민이라면, 아이에게 적합한 ‘식사 전략’을 소아 영양 전문 의사와 상담해보는 게 좋다. 식사 방향성을 잘 잡고, 충분히 기다리면 대부분 아이는 식사를 잘 하게 된다.”
-식이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나?
“▲빈혈 ▲헬리코박터균 감염 ▲위장 질환 ▲소화 불량 ▲변비 등이 식이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철분이 결핍되면 신체 대사가 전반적으로 떨어져 식욕도 함께 감소한다. 헬리코박터균도 식욕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위식도 역류증 같은 위장 질환이 있거나, 위장이 약해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변비가 잦은 아이들도 음식을 잘 안 먹을 수 있다. 식사한 후에 몸이 불편해지니 음식을 안 먹으려 하는 것이다. 이럴 땐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식사도 잘 한다. 정말 드물게 음식 알레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천식이나 아토피가 같이 있는 경우가 많다. 질환 등 신체 건강 외적인 문제로는 잘못된 식습관을 꼽을 수 있다. 영유아에게 식사는 단순한 영양분 섭취를 넘어 ‘소통’이고 ‘경험’이어야 한다. 부모가 권하는 음식을 아이가 자꾸 안 먹는 건, 아이가 그 음식의 색이나 맛, 질감, 씹는 방법에 익숙지 않아서일 수 있다.”
-아이의 식사 시간에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있나?
“첫째로, 아이를 쫓아다니면서 음식을 다 먹이지 않는다. 떠먹여주는 음식을 받아먹기만 하면 아이가 자신이 먹는 음식을 충분히 보고, 냄새 맡고, 만져보지 못한다. 입에 들어오는 걸 삼킬 뿐이다. 또 보통은 아이에게 이유식을 다 떠먹인 후에 양육자가 끼니를 따로 해결하는데, 아이 식습관엔 그리 좋지 않다. 부모가 다양한 음식을 먹는 모습을 아이에게 본보기로 보여줄 수 없어서다. 바쁘더라도 양육자와 아이가 탁자에 함께 앉아서 동시에 식사하는 게 가장 좋다. 아이 앞에서 양육자가 다양한 음식을 먹는 모습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 부모가 안 먹는 건 아이도 안 먹는다. 식사는 20~30분 내외로 하는 습관을 들인다.
둘째로, 밥 먹을 때 스마트폰이나 TV를 보여주면 안 된다. 다양한 음식에 집중하고, 여러 가지 감각을 느끼고, 음식의 색이나 맛이 어떤지 양육자와 이야기하면서 먹어야 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나 TV를 보여주면 음식으로 가야 할 관심이 엉뚱한 곳으로 쏠린다.
셋째로, 6개월 이후로는 이유식을 죽으로만 먹이지 않는다. 과일·고기·채소 등 다양한 식품을 핑거푸드(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는 음식)형태로 준비한다. 오이 스틱 같은 것을 생각하면 된다. 아이가 직접 음식을 만지고, 씹어보게 해야 한다. 죽식 이유식만 먹으면 매일 묽은 질감만 접하니, 직접 씹어야 하는 다른 음식들이 온통 낯설어진다. 뭘 주든 거부하기 쉽다. 6개월 후부터 두 돌이 될 때까지 음식 경험을 최대한 다양하게 제공한다. ▲음식 모양 ▲색 ▲질감 ▲냄새 ▲씹는 방법 ▲조리 방법 ▲함께 먹는 사람 등이 모두 음식 경험에 포함된다.
잘못 잡힌 식습관을 하루아침에 바로잡을 순 없다. 한 번에 하나씩, 천천히 고쳐나간다. 아이를 두 시간 동안 쫓아다니며 밥을 떠먹이고 있다면, 일단은 쫓아다니는 것만 하지 말고 함께 앉아서 두 시간 식사한다. 그 후에 천천히 식사 시간을 줄여나가는 식이다.”
-견과류나 갑각류를 돌 전에 먹이면 알레르기 위험이 커지지 않나?
“다 옛날 얘기다.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있었던 2024년 세계소아소화기영양학회에서, 유럽·북미를 비롯한 전 세계 학자들이 영유아에게 제공하는 음식 종류를 제한하지 말라는 권고안에 합의했다. 죽식 이유식은 초기에 짧게 주고, 그 이후로는 ‘최대한’ 다양한 음식을 핑거푸드 형태로 줘야 한다. 게다가 식품 알레르기는 굉장히 드물다. 알레르기가 걱정된다고 아이에게 주는 음식 종류를 제한하는 게 오히려 비합리적이다.”
-이미 잘 안 먹는 음식은 어떻게 먹이나?
“단계적으로 먹이는 수밖에 없다. 단백질 같은 필수 영양소 급원이라 꼭 먹여야 하는 음식이 있다면, 아기가 좋아하는 조리 방식이나 모양으로 요리해서 준다. 삶은 것보다 구운 걸 좋아하면 구워주는 식이다. 평소 잘 먹는 음식과 조합해서 줘도 된다. ‘이거 한 번만 먹어보면 좋아하는 간식 줄게’처럼 꼬드겨봐도 좋다. 한번에 먹지 않아도 괜찮다. 입에 넣고 빨거나, 씹고 뱉는 연습이라도 하루에 한 번씩 한다. 음식을 탐험하게 내버려두는 게 우선이다. 예민한 아이들은 적게는 5번, 많게는 30번을 시도한 후에야 음식을 먹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준 음식을 바로 안 먹는다고 혼내거나, 아이와 실랑이를 하진 마라.”
-너무 안 먹어서 영양 결핍이 걱정되는데, 영양제로 대신해도 되나?
“영유아를 비롯한 소아에게 추천할 만한 영양제는 없다. 영양제를 쓸 만한 경우는 철이나 비타민D가 결핍됐을 때 정도다. 철 결핍은 옛날보다 많이 줄었지만, 비타민D 결핍은 아이들의 야외 활동이 줄어 늘어나는 추세다. 햇볕을 쫴야 합성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검사했을 때 비타민D가 부족하면 12개월 미만 유아 기준 하루 400IU 정도는 먹일 수 있다. 이외에 다른 영양소를 영양제로 보충하는 건 권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생소한 음식도 거부감 없이 먹게 하면, 어릴 때부터 최대한 다양한 음식을 접하게 해야 한다. 6개월부터 두 돌까지가 관건이다. 주변과의 소통과 경험에 의해 DNA가 변화(후성유전)할 수 있는 기간이어서다. 이 시기에 접해보지 않은 음식은 커서도 계속 안 먹을 가능성이 크다. 밥 안 먹는 아이도 골고루 잘 먹는 아이로 기르려며 이를 역이용하면 된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소화기영양분과 문진수 교수에게 영유아 식이 장애 극복법을 물어봤다.
-아이가 너무 안 먹는 것도 병원 진료 사유가 되나?
“너무 안 먹는 게 반드시 병은 아니다. 아이들은 크면서 새로운 음식을 접하고,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범위를 넓혀간다. 그 속도가 빠른 아이도 있고, 느린 아이도 있다. 다른 아이는 잘 먹는 음식을 우리 아이가 거부할 수도 있다. 또 아이마다 타고난 식욕도 다르다. 너무 안 먹어서 성장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부터는 병이다. 최근 2~3개월 이내에 체중이 10% 정도 빠졌다면 위험 신호다. 병원에 데려오는 게 좋다. 평소 잘 먹던 것을 갑자기 안 먹고, 식욕이 이전보다 떨어졌을 때도다. 기저 질환이 있어서 그런 것일 수 있다.
물론, 꼭 병이 의심될 때만 병원에 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 의학은 병으로 넘어가기 전부터 몸을 관리하기 시작해 병을 예방하는 데 집중한다. 아이가 너무 안 먹어 고민이라면, 아이에게 적합한 ‘식사 전략’을 소아 영양 전문 의사와 상담해보는 게 좋다. 식사 방향성을 잘 잡고, 충분히 기다리면 대부분 아이는 식사를 잘 하게 된다.”
-식이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나?
“▲빈혈 ▲헬리코박터균 감염 ▲위장 질환 ▲소화 불량 ▲변비 등이 식이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철분이 결핍되면 신체 대사가 전반적으로 떨어져 식욕도 함께 감소한다. 헬리코박터균도 식욕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위식도 역류증 같은 위장 질환이 있거나, 위장이 약해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변비가 잦은 아이들도 음식을 잘 안 먹을 수 있다. 식사한 후에 몸이 불편해지니 음식을 안 먹으려 하는 것이다. 이럴 땐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식사도 잘 한다. 정말 드물게 음식 알레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천식이나 아토피가 같이 있는 경우가 많다. 질환 등 신체 건강 외적인 문제로는 잘못된 식습관을 꼽을 수 있다. 영유아에게 식사는 단순한 영양분 섭취를 넘어 ‘소통’이고 ‘경험’이어야 한다. 부모가 권하는 음식을 아이가 자꾸 안 먹는 건, 아이가 그 음식의 색이나 맛, 질감, 씹는 방법에 익숙지 않아서일 수 있다.”
-아이의 식사 시간에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있나?
“첫째로, 아이를 쫓아다니면서 음식을 다 먹이지 않는다. 떠먹여주는 음식을 받아먹기만 하면 아이가 자신이 먹는 음식을 충분히 보고, 냄새 맡고, 만져보지 못한다. 입에 들어오는 걸 삼킬 뿐이다. 또 보통은 아이에게 이유식을 다 떠먹인 후에 양육자가 끼니를 따로 해결하는데, 아이 식습관엔 그리 좋지 않다. 부모가 다양한 음식을 먹는 모습을 아이에게 본보기로 보여줄 수 없어서다. 바쁘더라도 양육자와 아이가 탁자에 함께 앉아서 동시에 식사하는 게 가장 좋다. 아이 앞에서 양육자가 다양한 음식을 먹는 모습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 부모가 안 먹는 건 아이도 안 먹는다. 식사는 20~30분 내외로 하는 습관을 들인다.
둘째로, 밥 먹을 때 스마트폰이나 TV를 보여주면 안 된다. 다양한 음식에 집중하고, 여러 가지 감각을 느끼고, 음식의 색이나 맛이 어떤지 양육자와 이야기하면서 먹어야 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나 TV를 보여주면 음식으로 가야 할 관심이 엉뚱한 곳으로 쏠린다.
셋째로, 6개월 이후로는 이유식을 죽으로만 먹이지 않는다. 과일·고기·채소 등 다양한 식품을 핑거푸드(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는 음식)형태로 준비한다. 오이 스틱 같은 것을 생각하면 된다. 아이가 직접 음식을 만지고, 씹어보게 해야 한다. 죽식 이유식만 먹으면 매일 묽은 질감만 접하니, 직접 씹어야 하는 다른 음식들이 온통 낯설어진다. 뭘 주든 거부하기 쉽다. 6개월 후부터 두 돌이 될 때까지 음식 경험을 최대한 다양하게 제공한다. ▲음식 모양 ▲색 ▲질감 ▲냄새 ▲씹는 방법 ▲조리 방법 ▲함께 먹는 사람 등이 모두 음식 경험에 포함된다.
잘못 잡힌 식습관을 하루아침에 바로잡을 순 없다. 한 번에 하나씩, 천천히 고쳐나간다. 아이를 두 시간 동안 쫓아다니며 밥을 떠먹이고 있다면, 일단은 쫓아다니는 것만 하지 말고 함께 앉아서 두 시간 식사한다. 그 후에 천천히 식사 시간을 줄여나가는 식이다.”
-견과류나 갑각류를 돌 전에 먹이면 알레르기 위험이 커지지 않나?
“다 옛날 얘기다.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있었던 2024년 세계소아소화기영양학회에서, 유럽·북미를 비롯한 전 세계 학자들이 영유아에게 제공하는 음식 종류를 제한하지 말라는 권고안에 합의했다. 죽식 이유식은 초기에 짧게 주고, 그 이후로는 ‘최대한’ 다양한 음식을 핑거푸드 형태로 줘야 한다. 게다가 식품 알레르기는 굉장히 드물다. 알레르기가 걱정된다고 아이에게 주는 음식 종류를 제한하는 게 오히려 비합리적이다.”
-이미 잘 안 먹는 음식은 어떻게 먹이나?
“단계적으로 먹이는 수밖에 없다. 단백질 같은 필수 영양소 급원이라 꼭 먹여야 하는 음식이 있다면, 아기가 좋아하는 조리 방식이나 모양으로 요리해서 준다. 삶은 것보다 구운 걸 좋아하면 구워주는 식이다. 평소 잘 먹는 음식과 조합해서 줘도 된다. ‘이거 한 번만 먹어보면 좋아하는 간식 줄게’처럼 꼬드겨봐도 좋다. 한번에 먹지 않아도 괜찮다. 입에 넣고 빨거나, 씹고 뱉는 연습이라도 하루에 한 번씩 한다. 음식을 탐험하게 내버려두는 게 우선이다. 예민한 아이들은 적게는 5번, 많게는 30번을 시도한 후에야 음식을 먹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준 음식을 바로 안 먹는다고 혼내거나, 아이와 실랑이를 하진 마라.”
-너무 안 먹어서 영양 결핍이 걱정되는데, 영양제로 대신해도 되나?
“영유아를 비롯한 소아에게 추천할 만한 영양제는 없다. 영양제를 쓸 만한 경우는 철이나 비타민D가 결핍됐을 때 정도다. 철 결핍은 옛날보다 많이 줄었지만, 비타민D 결핍은 아이들의 야외 활동이 줄어 늘어나는 추세다. 햇볕을 쫴야 합성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검사했을 때 비타민D가 부족하면 12개월 미만 유아 기준 하루 400IU 정도는 먹일 수 있다. 이외에 다른 영양소를 영양제로 보충하는 건 권장하지 않는다.”

문진수 교수는…
서울대병원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아과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2012년부터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소화기영양분과 교수를 지내고 있으며, 현재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기획정책이사, 대한소아소화기영양학회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모유 수유·이유식 노하우를 다룬 영상에 출연하는 등 올바른 양육 정보를 알리려 노력해왔다. 관련 연구가 풍부해지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소아과 전문의가 양육·영양 상담에 나서긴 어려워서다. 상담 수가가 전혀 없는 탓이다. 수가 제도가 개선돼, 소아과 전문의 도움으로 ‘시행착오 적은 육아’를 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서울대병원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아과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2012년부터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소화기영양분과 교수를 지내고 있으며, 현재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기획정책이사, 대한소아소화기영양학회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모유 수유·이유식 노하우를 다룬 영상에 출연하는 등 올바른 양육 정보를 알리려 노력해왔다. 관련 연구가 풍부해지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소아과 전문의가 양육·영양 상담에 나서긴 어려워서다. 상담 수가가 전혀 없는 탓이다. 수가 제도가 개선돼, 소아과 전문의 도움으로 ‘시행착오 적은 육아’를 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