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편식하다 굶어 죽을 위기까지” 9세 여아, 반찬 투정인 줄 알았는데 ‘이 질환’ 진단… 무슨 일?
김예경 기자
입력 2024/12/12 10:50
[해외토픽]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한나(9)는 3살까지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한나의 엄마인 미셸은 “4살 이후부터 딸의 식습관이 바뀌었다”며 “음식을 뱉어버리거나 음식을 들고 있는 내 손을 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의 흔한 반찬 투정으로 생각했다”며 “저절로 상태가 괜찮아질 거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는 음식을 먹지 않아 성장이 더뎌지기 시작했다. 미셸은 “딸이 거의 굶어 죽을뻔한 상황까지 갔다”며 “주변에서 ‘내가 애를 굶긴다’라는 오해까지 받아봤다”라고 말했다. 걱정된 미셸은 한나를 병원에 데려갔고 각종 검사를 받게 했다. 검사 결과 한나는 섭식장애의 일종인 ‘회피·제한적 음식 섭취 장애’ 진단을 받았다. 회피·제한적 음식 섭취 장애는 특정한 맛‧냄새‧식감 등을 지닌 음식을 거부하고 일부 음식만 먹는 증상이다. 의료진은 처음에 한나의 성장이 더디기 때문에 평균보다 많은 양의 단백질 셰이크를 먹이라고 했다. 처음에 한나는 단백질 셰이크를 먹는 것을 거부했다. 이에 미셸은 한나가 즐겁게 셰이크를 마실 수 있도록 ‘셰이크 마시는 시간 측정하기’ ‘셰이크 마시는 영상 찍기’ 등의 방법을 고안했다. 이후 이 영상을 자신의 틱톡 채널에 올리며 인기를 끌었다. 현재 한나-미셸 모녀는 15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틱톡커가 됐다. 한나는 “틱톡에서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서 위로받는다”며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는 좋은 동기가 되고 있다”고 했다.
회피·제한적 음식 섭취 장애는 특정 음식 몇 가지만 먹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이 질환이 있으면 보통 음식에 흥미가 떨어지고 특정 맛, 냄새, 색깔, 촉감, 형태를 가진 음식을 거부한다. 음식을 먹었을 때 몸에서 벌어질 일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해하기도 한다. ▲낮은 체온 ▲급격한 체중 감소 ▲식사 전 포만감 등을 보이기도 한다. 심할 경우 두려워하는 음식을 먹을 때뿐 아니라 근처에만 있어도 구토와 호흡곤란을 겪는다. 이 질환의 발병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극심한 불안과 공포가 원인일 수 있다. 주변 환경이나 트라우마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회피·제한적 음식 섭취 장애는 먼저 인지행동치료로 치료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가 느끼는 두려움의 원인을 파악하고 환자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심리치료다. 환자는 반복된 치료와 연습을 통해 자기 행동이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불안감과 음식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 필요하면 항우울제 등을 복용하기도 한다. 회피·제한적 음식 섭취 장애는 환자마다 증상이 달라 완치까지 걸리는 시간도 제각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식습관을 고치면서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면 불안감도 일부 완화된다고 본다.
회피·제한적 음식 섭취 장애는 아직 예방법이 없다. 하지만 유사한 증상이 있으면 제때 진단을 받고 치료해야 한다. 불균형한 영양분 섭취가 지속되면 빈혈, 영양실조, 골다공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