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이 음식'만 먹던 美 12살 소년, 결국 실명… 이유는?
이해나 기자 | 한혜정 인턴기자
입력 2024/10/31 16:31
[해외토픽]
지난 29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미국 의학 저널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보고된 한 소년의 사례를 다뤘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사는 A(12)군은 자폐증을 앓고 있어 극심한 공포증이나 특정 음식 질감에 대한 거부감으로 햄버거, 감자튀김, 도넛, 종이팩에 담긴 주스 등만 먹었다. A군은 자폐증 아동 가운데 약 절반 정도가 겪는 섭식장애인 '회피적·제한적 음식섭취장애(ARFID)'를 앓고 있었다. A군은 두 달 일찍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머물렀고, 자폐증과 ADHD, 언어, 인지 및 운동 장애가 있었다.
A군은 올해 초부터 눈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아침과 저녁 시력이 특히 저하됐다. 이후 상태가 심해져 증상이 시작되고 6주 정도 됐을 때에는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걸을 수 없게 됐고, 자주 문과 벽에 부딪혔다. 어느 날 밤 그는 앞을 볼 수 없다고 소리치며 잠에서 깼다. 병원 검사 결과, 시신경 위축증이 발생한 상태였다. 시신경 위축증은 시신경 세포가 장기적 손상으로 인해 쇠퇴한 것이다. 의료진은 그의 편중된 식단으로 인해 시신경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필수 영양소가 심각하게 결핍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충제와 영양 요법을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A군은 결국 영구적으로 시력을 상실했다. 의료진은 A군이 특히 제한된 식사로 인해 비타민A, 비타민C, 비타민D, 구리, 아연이 심각하게 결핍됐고, 이로 인해 시신경 위축증이 악화됐다고 판단했다.
회피적·제한적 음식 섭취 장애는 특정 음식 몇 가지만 먹게 되는 질환으로 여러 섭식 장애 중 두 번째로 흔하다. 이 질환이 있으면 보통 음식에 흥미가 떨어지고 특정 색깔, 냄새, 촉감, 형태, 맛을 가진 음식을 거부한다. 그리고 음식을 먹었을 때 몸에서 벌어질 일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해한다. 회피적·제한적 음식 섭취 장애 환자들은 ▲낮은 체온 ▲급격한 체중 감소 ▲식사 전 포만감 등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심할 경우 두려워하는 음식을 먹을 때뿐 아니라 근처에만 있어도 구토와 호흡곤란을 겪는다. 이 질환의 발병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극심한 불안과 공포가 원인일 수 있다. 주변 환경이나 트라우마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회피적·제한적 음식 섭취 장애는 먼저 인지행동치료로 치료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가 느끼는 두려움의 원인을 파악하고 환자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심리치료다. 환자는 반복된 치료와 연습을 통해 자신의 행동이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불안감과 음식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 필요하다면 항우울제 등을 복용해 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회피적·제한적 음식 섭취 장애는 환자마다 증상이 다르기 때문에 완치까지 걸리는 시간도 제각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식습관을 고치면서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면 불안감도 일부 완화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