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질환
“독감인 줄 알았는데, 엉덩이 썩어들어가”… 55세 男 항문 상실까지, 무슨 일?
김예경 기자
입력 2024/11/22 16:01
[해외토픽]
지난 21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더선에 따르면 영국 요크셔주의 남성 사이먼 잉글리시(55)는 몸에 열이 오르고 기침을 했다. 사이먼은 “감기에 걸린 아내에게서 옮았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엔 독감이라 생각했는데, 몸살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병원 검진 결과 사이먼은 ‘괴사성 근막염’에 걸린 것이었다. 괴사성 근막염은 근육‧피하지방‧혈액‧폐 등 신체 부위에 세균이 침투해 피부가 괴사하는 질환이다. 그는 진단은 2주 뒤 실제 왼쪽 엉덩이가 썩어 들어가는 증상이 나타나 3개월간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했다. 결국 자신의 오른쪽 다리 피부를 채취해 괴사한 엉덩이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또한 항문까지 세균에 감염돼 항문을 제거하고 인공 항문인 장루까지 달게 됐다. 사이먼은 “나는 죽음의 직전까지 갔다”며 “걷기 위해선 보행 보조기를 착용해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그는 퇴원했고, 왼쪽 엉덩이 상처도 완전히 아문 상태다. 사이먼은 “장루를 차는 것 제외하곤 모두 나았다”며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잘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괴사성 근막염은 박테리아 감염 때문에 근막(근육의 겉면을 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주로 피부 상처를 통해 균 감염이 일어났을 때 발생한다. 이외에도 벌레 물림‧수술 등으로 인해 균 감염이 생길 수 있다. 괴사성 근막염을 일으키는 균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A군 연쇄상구균(화농성 연쇄상구균)이 가장 많이 알려졌다. 괴사성 근막염 환자는 증상 초기에 발열‧어지러움‧근육통 등을 겪어서 감기나 독감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다 질환이 진행되면 피부색이 변하거나 발병 부위가 붓고, 물집이 생긴다.
괴사성 근막염은 빨리 치료할수록 회복하기 쉽다. 증상 초기에는 항생제를 투여해 치료한다. 이미 괴사한 조직이 있다면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감염 부위를 모두 제거하려면 수술을 평균 세 번 시행한다. 괴사성 근막염은 치료가 늦어질수록 ▲사지마비 ▲패혈증 ▲쇼크 ▲사망 위험이 커져 신속한 대처가 중요하다. 괴사성 근막염을 예방하려면 상처 관리를 잘해 감염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상처가 생겼다면 그 크기와 상관없이 반드시 소독하고 밴드를 붙여야 한다.
한편 사이먼처럼 회음부 주변이 괴사하면 장루를 달 수 있다. 장루는 항문을 제거한 환자들의 소장이나 대장 일부를 몸 밖으로 꺼내 복부에 고정한 것을 말한다. 남성의 경우 음낭과 항문 사이에 회음부가 위치하는데, 회음부 주변이 괴사하면 세균이 항문으로 침투하게 된다. 따라서 사이먼은 괴사한 항문을 제거했고 장루를 달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