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질환
“골프 치다 다쳤을 뿐인데” 다리와 손 절단… 美 31세 남성에게 무슨 일이?
임민영 기자
입력 2024/11/14 06:00
[해외토픽]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매체 피플은 딜런 라일리(31)의 사연을 단독 보도했다. 라일리는 작년 10월 친구들과 함께 디스크 골프(일정 지점에 골 홀을 두고 플라잉디스크를 던져 이동하면서 얼마나 적은 횟수로 골인시키는지 겨루는 게임)를 치던 중 디스크를 줍다가 넘어졌다. 당시 오른쪽 다리에 상처가 생겨 그는 병원 감염내과 간호사인 어머니에게 상처를 살펴봐달라고 부탁했다. 이때만 해도 라일리는 감염이나 별다른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2주 뒤 그는 고열과 근육통에 시달리고, 계속 구토하기 시작했다. 라일리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괜찮을 줄 알고 욕조에 들어가 있었는데, 나오자마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며 “서둘러 룸메이트에게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외쳤고, 그 뒤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라일리에게 ‘연쇄상구균 독성쇼크증후군(Streptococcal Toxic Shock Syndrome, STSS)’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디스크 골프를 칠 때 발생한 상처 부위에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의료진은 “딜런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사망 직전 상태였다”며 “두 번이나 심장이 멈추는 고비가 있었지만, 다행히 끝까지 버텨줬다”라고 말했다. 라일리는 병원에 도착하고 5일 동안 혼수상태로 입원했다. 라일리의 어머니는 “에크모(인공심폐기)를 달아야 할 것 같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며 “심지어 다리랑 손끝이 썩어서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저 내 아들을 살려달라고만 빌었다”라고 말했다. 라일리는 5일 뒤 에크모를 뗀 뒤 의식을 되찾았다. 그는 곧이어 다리 일부와 손 일부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라일리는 “살아있음에 감사하다”며 “그래도 손은 전부 사라진 게 아니라 연필을 쥐거나 글을 쓰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라고 말했다.
연쇄상구균 독성쇼크증후군은 A군 연쇄상구균에 감염되면서 중증으로 진행될 때 나타나는 질환이다. 환자들은 주로 점막이나 상처 부위를 통해 감염된다. 기침·재채기를 통해 확산되는 비말로도 감염될 수 있다. 연쇄상구균의 독소로 인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체내에 분비되면 염증반응으로 이어져 다발성 장기부전과 쇼크가 발생한다.
환자들은 초기에는 인후통, 발열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겪는다. 중증으로 진행되면 급성 류마티스열, 사구체신염, 괴사성 근막염, 중이염 등 합병증이 발생한다. 연쇄상구균 독성쇼크증후군 환자들은 쇼크와 장기부전이 빠르게 진행되며 호흡곤란, 의식저하까지 나타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중증으로 진행될 경우 치명률이 약 30~70%로 알려졌다.
연쇄상구균 독성쇼크증후군 치료는 쇼크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항생제 사용이 필수다. 괴사성 근막염 등이 합병증으로 나타났다면 괴사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도 함께 진행한다. 연쇄상구균 독성쇼크증후군은 국내 발생률이 매우 낮으며, 아직 개발된 예방백신이 없다. 따라서 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감염을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평소 손을 꼼꼼히 씻고 씻지 않은 손으로 눈·코·입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 기침할 땐 분비물이 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상처가 발생했을 경우 상처부위를 깨끗이 소독하고 외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만약 고열과 심한 근육통, 상처부위 발적, 부종 등이 나타난다면 연쇄상구균 독성쇼크증후군의 의심 증상일 수 있기 때문에 신속히 병원을 방문할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