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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연구에서 이혼 가정의 자녀들은 심리·정서적 문제를 겪으며, 결과적으로 가정이나 학교에서 아이의 부정적 행동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사진=SBS ‘굿파트너’ 캡처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SBS 드라마 ‘굿파트너’ 극중 ‘재희’라는 아이가 아빠의 외도 장면을 목격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초등학생인 재희는 부모가 이혼 소송을 하는 중에 가사조사와 양육환경조사 대상이 되며 부모 중 한 명과의 동거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부모에게 터놓지 않는 재희만의 고민도 존재한다. 극중 사연처럼 미성년 자녀가 있는데 이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모는 자녀에게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할까.

최근 3년간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은 전체 이혼 부부의 절반을 살짝 밑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의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이혼 건수는 9만2000건이다. 최근 3년간의 이혼 건수는 약 10만 회 정도다. 2023년에 이혼한 부부 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비율은 42.9%였다.

다수의 연구에서 이혼 가정 자녀들은 심리·정서적 문제를 겪으며 결국 가정이나 학교에서 부정적 행동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또한 성인기까지 다양한 문제가 이어지기도 한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진화인류학자인 박한선(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는 "이혼은 자녀에게 세계가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으며, 특히 부모가 갈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거나 자녀에게 책임을 떠넘길 경우 그 느낌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이혼 부부가 자녀에게 상처와 충격을 최대한 덜 주려면 자녀를 향한 부모로서의 역할에는 계속 충실해야 한다. 이혼 후에도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파트너로서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한선 교수는 "이혼 전의 규칙과 일과를 후에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녀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고, 자녀가 이혼 과정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태도가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극중 재희처럼 미성년 자녀가 부모의 외도 장면을 직접 목격하거나 외도 사실을 알게됐다면, 즉시 자녀에게 부모로서의 잘못을 인정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감당할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회복이 어려운 성격 형성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미성년 자녀의 정신과 상담도 고려해야 한다. 박한선 교수는 "외도에 의한 이혼은 자녀의 구체적인 연령에 따라 설명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외도를 저지른 배우자를 자녀 앞에서 비난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혼은 개인과 가족 모두에게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일이며 경우에 따라 모든 가족 구성원의 행복을 위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박한선 교수는 “부모가 이혼하더라도 자녀가 충분한 관심과 적절한 양육을 받을 수 있다면 대개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상담학 관련 논문에서는 이혼한 부모가 자녀에게 갖춰야 하는 태도를 총 10가지로 발표한 바 있다. ▲이혼의 결정과 진행에 대해 자녀와 소통할 것 ▲별거나 이혼 결정이 확실해졌다면 실행 이전에 자녀에게 알릴 것 ▲자녀 앞에서 상대 배우자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피하며 존중할 것 ▲자녀를 화해의 수단 등의 심리적 도구로 이용하지 말 것 ▲이혼 이후에도 자녀의 양육에 최대한 신경 써 이혼 전 상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것 ▲이혼 이후 가정이 긍정적이고 자율적인 분위기를 갖출 수 있도록 이끌 것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를 삼갈 것 ▲자녀에게 책임을 미루지 말 것 ▲이혼을 바꾸기 위해 자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자녀에게 인지시킬 것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