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질환
혈관 수술 후 갑자기 ‘실어증’ 생긴 60대 남성… 어떤 사연인지 보니?
김예경 기자
입력 2024/08/26 16:03
[해외토픽]
중국 지린대학교 중일연합병원 신경과 의료진에 따르면 68세인 오른손잡이 남성 A 씨는 고혈압으로 인한 경동맥 협착증으로 입원했다. 경동맥은 심장에서 뇌혈관을 잇는 목 부위의 동맥이다. 이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져 막히는 질환을 경동맥 협착증이라고 한다. 경동맥 협착증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성인병을 앓고 있으면 합병증으로 생길 수 있다. A 씨의 경우 경동맥 초음파 검사에서 심장이 오른쪽에 있다고 나타났다. 이는 내장 역위증(SI, Situs Inversus)이 원인으로 주요 기관들이 정상 위치가 아닌 반대로 위치한 선천성 질병이다. A 씨는 경동맥 스텐트 수술(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경동맥의 협착 또는 막힌 부위에 스텐트를 삽입해 혈류를 개선하는 치료)을 받았다. 수술 후 경동맥 협착이 상당히 개선됐다. 하지만 마취에서 깨어난 A 씨는 심각한 실어증이 생겼다. 자기공명영상(MRI)을 시행한 A 씨의 오른쪽 두정엽에서 급성 뇌졸중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A 씨의 경우 경동맥 스텐트 수술하며 발생한 색전(피떡인 혈전이 떨어져나가 혈관을 떠돌다, 어딘가를 막는 현상)이 뇌를 막아 뇌졸중이 유발된 것이다”며 “A 씨의 경우 SI를 앓고 있어 오른쪽 중대뇌동맥이 막혀 허혈(신체의 조직이나 장기에 혈액 공급이 부족한 상태)이 우측 두정엽 뇌졸중을 유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오른손잡이에게 생긴 뇌졸중이 실어증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오른손잡이 대부분 좌뇌가 우성이다. 하지만 이 A 씨의 경우 오른손잡이임에도 불구하고 SI를 앓고 있어 우뇌가 우성이 됐다. 따라서 경동맥 스텐트 수술하며 발생한 색전이 오른쪽 중대뇌동맥에 막혀 우측 두정엽 뇌졸중을 유발한 것이다. 즉 오른손잡이인 A 씨에게 우측 뇌가 손상되면 발생하는 실어증인 교차 실어증이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A 씨는 수술 후 첫 주 동안 언어 능력 일부를 회복했다. 3개월 후 A 씨의 말을 타인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언어 능력이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는 가끔 단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실어증에 걸리면 소리를 내는 기관인 입이나 성대 등에 문제가 없고 의식이 멀쩡한데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한편 상대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 없다. 실어증은 보통 뇌졸중, 뇌종양, 뇌염 등의 질환으로 인해 뇌에 손상을 입어 생긴다. 손상된 부위가 악화하면 언어중추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람의 언어 기능이 듣기, 말하기, 이해하기 등 다양한 것처럼, 각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도 다르다. 따라서 실어증은 손상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다.
뇌 손상을 일으킨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실어증도 개선될 수 있다. 뇌 손상의 정도가 경미할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실어증의 개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뇌졸중으로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다면 완치가 어렵고, 장기간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땐 약물치료와 함께 전문적인 언어치료사와 반복적인 읽기, 쓰기, 말하기 등의 언어 훈련이 필요하다. 만약, 낱말을 떠올리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문법이나 구문을 지키기 어려운 일이 잦다면 병원을 찾아 바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이 사례는 ‘BMC 신경학 사례 보고서(BMC Neurology)’에 지난 16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