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손에 ‘포도송이’ 종양 생기고, 갈색 반점까지… 전세계 200명도 안 되는 ‘마푸치 증후군’ 뭘까?

임민영 기자

[세상에 이런 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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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푸치 증후군은 연골종과 혈관종이 나타나는 희귀질환이다./사진=La Presse Médicale
세상에는 무수한 병이 있고, 심지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질환들도 있다. 어떤 질환은 전 세계 환자 수가 100명도 안 될 정도로 희귀하다. 헬스조선은 매주 한 편씩 [세상에 이런 병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믿기 힘들지만 실재하는 질환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뼈와 혈관에서 종양이 셀 수 없이 자라는 질환이 있다. 바로 ‘마푸치 증후군(Maffucci Syndrome)’이다. 이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봤다.


마푸치 증후군은 연골종과 혈관종이 나타나는 희귀질환이다. 마푸치 증후군 환자들은 태어났을 때는 정상으로 보이지만, 유아기부터 피부 혈관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주로 푸른 색깔을 띠는 병변이 발견되며, 사지 말단에서 발생한다. 손과 발에는 포도송이 모양의 혈관종이 생기기도 한다. 혈관종은 혈관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뭉쳐서 덩어리를 이룬 것을 말한다. 눈, 혀, 기관지, 장 등 다양한 부위에 발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밝은 갈색의 반점이 발견되는 환자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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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푸치 증후군 환자들의 손과 발에는 포도송이 모양의 혈관종이 생기기도 한다./사진=verywell Health
마푸치 증후군 환자들은 연골종도 나타난다. 연골종은 뼈에 생기는 딱딱한 결절이며, 손가락이나 발가락, 팔다리 긴뼈에서 자주 발생한다. 특히 환자 중 89%는 손가락에 연골종이 생긴다고 알려졌다. 연골종은 한쪽 뼈에만 나타나는 비대칭적인 특징을 보인다. 종아리뼈나 발, 갈비뼈 등에 생기면 골격기형 때문에 보행 장애가 있을 수도 있다. 환자들은 골절이 자주 발생하며, 뼈의 기형에 의해 근육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마푸치 증후군은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병한다. IDH1 유전자 변이가 많이 발견되며, 일부 환자에게는 IDH2 유전자 변이도 확인됐다. IDH 유전자는 세포 성장에 필요한 효소를 만들 때 중요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IDH1, IDH2 유전자가 변이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마푸치 증후군은 유전 질환이 아니어서 무작위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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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푸치 증후군 환자들은 연골종도 나타난다./사진=World Journal of Surgical Oncology
마푸치 증후군은 완치법이 없다. 따라서 치료의 주요 목적은 종양의 악성화를 미리 발견하고, 골절을 예방하고, 통증을 완화하는 것이다. 환자들은 피부과, 정형외과, 종양내과 등의 협진을 받아야 한다. 의료진은 골격기형으로 인해 다리 길이가 다르다면 보조 장치를 활용하거나 수술을 진행해 다리 길이를 교정한다. 이외에도 환자들은 연골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한다. 이외에도 혈관종을 제거하고 싶으면 경화제를 주입하는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마푸치 증후군은 유전자 변이의 원인이 알려지지 않아서 예방할 방법도 아직 없다. 마푸치 증후군을 진단받은 환자들은 정기 검진을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 마푸치 증후군에 의해 생기는 종양은 악성화 발생률이 높다. 특히 환자 중 50%는 연골에 생긴 종양이 암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해야 악성 종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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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푸치 증후군 환자들은 피부과, 정형외과, 종양내과 등의 협진을 받아야 한다./사진=Indian Journal of Dermatology, Venereology, and Leprology
마푸치 증후군은 1881년 이탈리아 병리학자 안젤로 마푸치가 처음 보고했다. 현재까지 보고된 마푸치 증후군 환자 수는 160명뿐이다. 마푸치 증후군은 인종·성별과 상관없이 발병한다고 알려졌다. 마푸치 증후군은 악성 종양이 발생하지 않으면 건강한 사람과 기대수명이 비슷하다고 알려졌다.


한편, 마푸치 증후군은 올리에병(Ollier Disease)과 헷갈리기 쉽다. 올리에병은 비정상적인 뼈의 발달과 성장을 일으키는 희귀질환으로, 마푸치 증후군처럼 뼈에 종양이 생긴다. 다만, 올리에병 환자들은 혈관종이 나타나지 않아서 혈관 변화가 있다면 마푸치 증후군을 먼저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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