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서서히 손발 감각 잃어가는 ‘샤르코-마리-투스 병’ 아세요?
임민영 기자
입력 2024/06/07 07:15
[세상에 이런 병이?]
손가락이 틀어지고, 발 모양이 서서히 바뀌는 질환이 있다. 바로 ‘샤르코-마리-투스 병(Charcot-Marie-Tooth disease)’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병은 서서히 신경을 손상시켜 결국 감각을 잃기까지 하는 병으로 유명하다. 샤르코-마리-투스 병은 어떤 희귀질환일까?
샤르코-마리-투스 병은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손상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이 질환은 1996년 프랑스 의사 장-마틴 샤르코와 피에르 마리, 영국 의사 하워드 헨리 투스가 증상을 처음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샤르코-마리-투스 병은 여러 유형이 있는데, 그중 1형과 2형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가장 흔한 1형은 미엘린(신경세포인 뉴런을 구성하는 신경 돌기의 겉을 여러 겹으로 싸고 있는 인지방질 성분의 막)에 영향을 줘 감각을 둔하게 만든다. 2형은 축삭돌기(뉴런의 세포체에서 뻗어나온 긴 돌기)에 영향을 줘서 신경이 전달되는 것을 방해한다.
샤르코-마리-투스 병은 근육의 약화와 위축을 일으킨다. 특히 손과 발의 근육이 위축되면서 힘이 약해지고 모양의 변형이 나타나 아치(높이)가 높고, 까마귀발 모양처럼 보인다. 샤르코-마리-투스 병은 초기에 증상이 미미해서 알아차리기 어렵다. 샤르코-마리-투스 병은 대부분 청소년기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일부 환자는 소아기부터 시작하기도 하며, 성인기나 중년기에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샤르코-마리-투스 병이 진행될수록 환자들은 점차 발, 손, 다리, 팔의 정상적인 기능을 잃게 된다. 열이나 접촉, 통증에 대한 감각이 줄어들고, 손, 발, 다리 밑 부위의 근육이 약해진다. 특히 다리 밑 부위의 근육량이 감소하면서 절뚝거리며 쉽게 넘어지기도 한다. 드물게 시력이나 청력 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샤르코-마리-투스 병은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직 없다. 다만, 환자들은 꾸준한 운동과 재활 치료 등 대증 요법과 지지 요법을 받을 수 있다. 발 모양이 심하게 변형됐다면 구조적 재건을 위해 정형외과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다만, 변형 정도가 심하지 않은 소아 환자는 수술 이후 오히려 발목에 안 좋을 수 있어 수술하지 않는 편이다.
샤르코-마리 투스 병은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이라 환자들은 질환에 걸려도 수년 동안 활발히 지낼 수 있고, 수명이 짧아지지 않는다. 드물게 호흡곤란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환자들은 대부분 꾸준한 관리를 하면서 일상생활을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