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20대 여성 뱃속에서 나온 덩어리… 평소 '이것' 뽑아 먹은 게 원인?
이해나 기자 | 윤승현 인턴기자
입력 2024/07/22 13:25
[해외토픽]
지난 19일(현지 시각) 영국 매체 더 미러에 따르면 '라푼젤증후군'을 앓고 있던 24세 에콰도르 여성의 위장에서 거대한 모발위석(머리카락 등이 위에서 소화되지 않고 뭉쳐 만들어진 덩어리)이 발견됐다. 이 여성은 복부 팽만과 급격한 체중 감소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복통과 반복되는 구토 증상도 있었다. 내시경 검사 결과 여성의 위장에는 약 1kg 무게에 길이가 40cm에 달하는 모발위석이 있었다. 집도의 페드로 로바토는 "몸 외부에서 만져도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거대했다"며 "환자는 정신과적 장애를 앓고 있었다"고 말했다. 수술은 약 45분간 진행됐다. 병원 대변인은 SNS를 통해 "환자는 (모발위석으로 인한) 장폐색으로 식사를 할 수 없었고 체중이 줄었다"며 "수술을 통해 심각한 위의 부상을 막고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이 앓고 있던 '라푼젤증후군'에 대해 알아본다.
라푼젤증후군(식모벽)이란 머리카락을 먹는 행위에 중독되는 충동조절장애의 일종이다. 주로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발견되며, 정서 불안 등을 해소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뽑는 '발모벽'에서 시작된다. 발모벽 또한 충동조절장애에 속한다. 환자는 머리카락을 뽑을 때 기쁨이나 만족감, 안도감 등을 느끼게 된다. 발모벽은 스트레스 상황과 연관된 심리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여기에 뇌의 세로토닌 체계에 이상이 생기는 생물학적 원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아동기에 시작된 발모벽은 예후가 좋은 편이지만, 13세 이후에 발병한 경우 만성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머리카락을 뽑는 행위가 반복되다 보니 두드러지는 모발 결손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발모벽을 앓고 있는 환자의 33~40% 정도에서 머리카락을 씹거나 삼키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삼킨 머리카락이 위장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공처럼 뭉쳐 딱딱해진 것을 모발위석이라 한다. 라푼젤증후군 환자의 3분의 1 이상에서 모발위석이 발견되는데, 크기가 클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 거대해진 모발위석이 위장 또는 소장을 막게 되면 궤양이나 장폐색 등을 유발해 소화기관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모발위석이 생기면 복통과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지체하지 말고 신속하게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한다. 심한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영국의 한 소녀가 라푼젤증후군으로 소화기관이 막혀 사망한 사례가 있다. 한편 머리카락이 아니더라도 소화되지 않는 것을 삼키면 위석으로 변할 수 있다. 만약 아이가 이물질을 반복적으로 삼킨다면 병원을 찾아 내시경을 받아야 한다. 또, 아동기가 지나도 이물질을 먹는 행위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