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질환

뇌전증 발작 환자 ‘주취자’​로 착각… 테이저건 쏜 美 경찰

전종보 기자

[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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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를 받고 출동한 미국 경찰이 남성에게 테이저건을 쏘고 있다. / 사진= 미국 폭스2 KTVU
미국 경찰이 발작 증상을 보이는 뇌전증 환자를 주취자로 오인해 테이저건을 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3일(현지 시간) 미국 폭스2 KTVU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 샐안셀모에 거주 중인 60대 남성 브루스 프랑켈은 이날 마린카운티 경찰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프랑켈은 2022년 8월 새벽 집에서 갑작스럽게 발작 증세를 겪었다. 함께 있던 아내가 즉시 911(미국 긴급신고 단일 번호)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고, 잠시 후 근처에 있던 경찰이 구급대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프랑켈은 출동한 경찰관이 자초지종도 묻지 않은 채 자신을 술에 취한 사람으로 여겨 테이저건을 쏘고 수갑을 채우는 등 과잉 진압했다고 주장했다.


폭스2 KTVU가 공개한 경찰 바디캠 영상에는 당시 현장 상황이 그대로 담겼다. 영상 속에서 프랑켈은 침대 근처에 서서 비틀거리다 커튼에 걸려 넘어진다. 이 모습을 본 경찰은 프랑켈이 술에 취했다고 판단하며, 침대에 쓰러져 몸부림치는 그를 제압하려 한다. 어떤 상황인지는 묻지 않은 채 “도와주겠다. 저항하지마라. 엎드려라. 멈추지 않으면 테이저건을 쏘겠다”는 말만 반복한다. 그럼에도 프랑켈이 소리를 지르고 움직이자 테이저건을 발사한 후 손목에 수갑을 채운다. 프랑켈은 “경찰이 아내에게 무슨 일인지, 이런 일이 이전에도 있었는지 물었다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경찰은 전혀 묻지도 않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는 것처럼 나를 공격했다”고 말했다.

프랑켈은 약 10분 후 다른 경찰들과 함께 집에 도착한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신경과 전문의는 그가 발작 증상을 보인 것으로 진단했다. 프랑켈은 몇 시간 뒤 상태가 호전돼 퇴원할 수 있었지만, 집이 아닌 마린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풀려났다. 그는 “신경학적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테이저건을 쏘는 건 매우 위험하다”며 “경찰들이 상황을 제대로 식별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해당 사건을 은폐·조작하려 했다고도 지적했다. 경찰 보고서에는 당시 프랑켈이 아내를 밀었다고 나와 있지만 실제 바디캠 영상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으며, 사건이 발생하고 며칠 후 자신을 가정폭력 혐의로 기소한 것 역시 사건을 덮기 위한 의도였다는 주장이다. 프랑켈은 “경찰이 의사로부터 관련 정보를 빼앗았다”며 “검찰에 허위 진술서를 제출해 저지르지도 않은 심각한 범죄 혐의로 기소했다”고 했다.

한편, 현지 경찰은 당시 무력 사용이 정당했다고 반박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이 프랑켈의 모습만 보고 발작 증상을 판별하긴 어려웠으며, 여러 차례 경고에도 멈추지 않아 테이저건을 ​사용해 제압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경찰 측 변호사는 “당시 프랑켈은 술 취한 사람을 흉내 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불안정하면서 폭력적이었다”며 “지금은 발작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지만 당시 경찰관은 그런 정보가 없었기에 법과 절차에 따라 대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