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난 한국인인데, 왜 갑자기 불어가… ‘외국어 말투 증후군’ 뭐길래 [세상에 이런 병이?]

임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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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말투 증후군(foreign accent syndrome)은 외국어로 말하는 것처럼 말투가 부자연스러워지는 희귀 언어 장애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세상에는 무수한 병이 있고, 심지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질환들도 있다. 어떤 질환은 전 세계 환자 수가 100명도 안 될 정도로 희귀하다. 헬스조선은 매주 한 편씩 [세상에 이런 병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믿기 힘들지만 실재하는 질환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어느 날 들어본 적도 없는 유럽이나 아프리카 언어의 말투를 쓰면 어떨까. 하루아침에 말투가 외국어처럼 변하는 ‘외국어 말투 증후군’에 대해 알아봤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foreign accent syndrome)은 외국어로 말하는 것처럼 말투가 부자연스러워지는 희귀 언어 장애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이 나타나면 주변 사람들에게는 마치 외국어로 말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이 질환은 단순히 외국어로 말한다기보다는 발음 과정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은 뇌의 전두엽(기억력과 사고력을 담당하는 부위)에 손상이 생겼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전두엽이 원인일 경우 환자들은 단어의 원래 발음을 기억해서 소리 내지 못한다. 그리고 근육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져 의도와 달리 틀린 발음을 보일 때도 있다. 이외에도 극심한 편두통 등에 의해 뇌 활동이 안정적이지 않으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편두통이 뇌의 언어 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뇌가 과도하게 활동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추측한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 환자들은 억양이 변하게 되는데, 주로 말하는 속도나 높낮이가 변한다. 환자들은 보통 자신이 들어본 적 없는 방언이나 언어의 억양과 비슷하게 말한다. 그리고 단어를 구성하는 요소 중 일부를 무작위로 생략하거나 바꾸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집을 의미하는 ‘house’ 대신 ‘ouse’를 말하거나, ‘책’ 대신 ‘잭’을 말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은 1907년 프랑스 신경학자 피에르 마리 처음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이 질환은 매우 희귀해서 첫 보고 이후 현재까지 100건 정도만 보고됐다. 최근에는 2023년 영국에서 사는 30대 여성 조이 콜스가 하루아침에 웨일스 억양을 구사해 화제가 됐다. 콜스는 웨일스에 가본 적도, 웨일스 억양을 들어본 적도 없다. 그는 해외 매체 SWNS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영국 억양을 쓰려고 했지만, 전혀 나오지 않았다”며 “사람들이 계속 카디프(영국 웨일스의 도시)에서 왔냐고 물어보는데 난 링컨셔(영국 잉글랜드의 주) 출신”이라고 말했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을 치료하려면 원인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환자들은 치료 전 초음파 검사나 CT 검사를 통해 뇌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한다. 전두엽 등에서 손상이 발견되면 이에 맞는 치료를 진행한다. 그런데, 손상이 없다면 환자들은 언어 치료와 정신 치료를 받는다. 언어 치료는 환자가 어떻게 발음하는지 파악하고, 어떤 점을 고쳐야 원래대로 발음하는지 찾는 방식이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 환자들은 대부분 우울증, 불안장애 같은 정신질환을 합병증으로 앓는다. 이는 주변 사람으로부터의 불신 때문에 많이 발생하며, 언어 장애로 인한 자존감 저하도 영향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