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

이미지
조지나 게일리(60)는 스웨덴에 가본 적 없지만, 어느 날 스웨덴 억양을 쓰게 돼 ‘외국어 말투 증후군’을 진단받았다./사진=더 선
영국 60대 여성이 어느 날 스웨덴 악센트를 쓰게 된 사연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9일(현지시각) 더 선 등 외신에 따르면 조지나 게일리(60)는 스웨덴에 가본 적 없지만, 어느 날 스웨덴 억양을 쓰게 됐다. 몇 달 전 조지나는 심장마비를 일으켜 회복 중이었는데, 동생과 통화하다가 자신의 발음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조지나는 “갑자기 ‘yes’를 ‘ja’처럼 말하게 됐다”며 “사람들은 스웨덴에서 왔냐면서 웃어넘겼지만, 뭔가 불안하고 어색했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 조지나는 ‘외국어 말투 증후군(foreign accent syndrome)’을 진단받았다. 그는 “영국에서 태어나서 영국에서 자랐고, 스웨덴 억양은 들어본 적도 없다”며 “마치 아바(ABBA)의 멤버처럼 말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조지나가 겪고 있는 외국어 말투 증후군에 대해 알아봤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은 외국어로 말하는 것처럼 말투가 부자연스러워지는 희귀 언어 장애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은 뇌의 전두엽(기억력과 사고력을 담당하는 부위)에 손상이 생겼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전두엽이 원인일 경우 환자들은 단어의 원래 발음을 기억해서 소리 내지 못한다. 그리고 근육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져 의도와 달리 틀린 발음을 보일 때도 있다.


이외에도 극심한 편두통 등에 의해 뇌 활동이 안정적이지 않으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편두통이 뇌의 언어 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뇌가 과도하게 활동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추측한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이 나타나면 주변 사람들에게는 마치 외국어로 말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이 질환은 단순히 외국어로 말한다기보다는 발음 과정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 환자들은 억양이 변하게 되는데, 주로 말하는 속도나 높낮이가 변한다. 환자들은 보통 자신이 들어본 적 없는 방언이나 언어의 억양과 비슷하게 말한다. 그리고 단어를 구성하는 요소 중 일부를 무작위로 생략하거나 바꾸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집을 의미하는 ‘house’ 대신 ‘ouse’를 말하거나, ‘책’ 대신 ‘잭’을 말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을 치료하려면 원인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환자들은 치료 전 초음파 검사나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통해 뇌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한다. 전두엽 등에서 손상이 발견되면 이에 맞는 치료를 진행한다. 그런데, 손상이 없다면 환자들은 언어 치료와 정신 치료를 받는다. 언어 치료는 환자가 어떻게 발음하는지 파악하고, 어떤 점을 고쳐야 원래대로 발음하는지 찾는 방식이다. 외국어 말투 증후군 환자들은 대부분 우울증, 불안장애 같은 정신질환을 합병증으로 앓는다. 이는 주변 사람으로부터의 불신 때문에 많이 발생하며, 언어 장애로 인한 자존감 저하도 영향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