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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쌀', 저렴하고 환경친화적인 ‘단백질 공급원’ 될까 [대체육이 뜬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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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홍진기 교수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소고기 쌀./사진=연세대 제공
최근 국내 연구진이 쌀에 소 줄기세포를 결합해 단백질 함량을 높인 '소고기 쌀' 개발에 성공했다. 말만 들으면 마치 소고기 쌀로 지은 밥만 먹어도 밥 위에 고기를 한 점 얹어놓은 맛이 날 것 같고, 물에 말아 먹으면 소고기국밥이 될 것만 같다. 안타깝게도 이를 목적으로 한 개발은 아니다. 일차적으로는 단백질과 지방 함량 등 영양성분을 높여 우주·군사 식량 그리고 환자 맞춤형 영양식으로 활용하기 좋은 쌀을 만들었다. 학술적으로는 이 이상의 발견이다. '쌀'보다 배양'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안전하고 저렴한 상용화'에 답보 상태던 배양육 시장에 '쌀'이라는 안전한 식품을 이용해 물꼬를 트는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쌀보다 소고기 줄기세포 비율을 늘려 앞으로 다양한 배양육 상품으로도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고기 쌀로 지은 밥, 순수 단백질 맛 강해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홍진기 교수 공동 연구팀은 지난 14일 국제학술지 매터(Matter)에 소고기 쌀을 개발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소고기 쌀은 '쌀'이라기보다 '소고기'다. 실험실에서 만드는 고기인 배양육은 소, 닭 등 생물의 줄기세포를, 모양을 잡고 조직을 이뤄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지지체'에 세포가 먹고 자랄 배양액을 공급해 키우는 것이다. 이렇게 배양한 세포를 질감, 맛 등을 고려해 가공해 식품으로 제조한다. 홍진기 교수팀은 '지지체'로 '쌀'을 선택해 배양육을 키운 것이다. 쌀알에는 미세한 구멍이 많아 세포가 구석구석 들어가 성장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을 갖췄다. 연구팀은 줄기세포가 쌀에 더 잘 달라붙게 하려고 생선에서 뽑아낸 젤라틴으로 쌀을 나노코팅해, 세포 수용량을 크게 증가시켰다. 이 쌀알에 소 근육과 지방 줄기세포를 뿌린 후 실험실 접시에서 9~11일 배양했다. 홍 교수는 "소 세포를 따로 키우면 잘 자라지 않지만, 쌀에서는 잘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렇게 만든 소고기 쌀은 식품 안전 요건을 충족한다"고 했다. 이번에 만들어진 소고기 쌀은 일반 쌀알보다 단백질은 8%, 지방은 7% 더 많았고, 소조직 단백질과 유전적으로 18.54% 일치했다.


쌀 형태다 보니 일반 쌀처럼 밥을 짓는 등 조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직접 소고기 쌀로 밥도 지어봤다. 연분홍빛이 돌았고 향미는 근육과 지방 함량에 따라 달라졌다. 근육 함량이 높으면 아몬드 냄새가 나고, 지방 함량이 높으면 버터 향이 났다. 홍 교수는 "소고기 맛은 핏속 철분에서 일정 부분 야기 된다"며 "소 줄기세포만 이용한 소고기 쌀은 순수 단백질 맛이 좀 더 강하게 났고, 식품으로 개발될 땐 이 부분을 보완하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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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지지체에 소 줄기세포를 배양하고 있다./사진=연세대 제공
◇밥 아닌 고기로도 변신 가능해
배양육 시장에서는 알맞은 지지체를 찾는 데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먼저 의료용 이식재는 먹을 수 없어, 배양 후 녹여서 없애는 등의 또 다른 과정이 필요했다. 작은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려면 액체에서 키우는 '부유 배양'을 해야 하는데, 먹을 수 있는 물질로 지지체를 만들면 액체 속에서 분해가 되는 등의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쌀 알갱이는 ▲먹을 수 있는 소재인 데다가 ▲물속에서 물성 변화가 없어 부유 배양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게다가 저렴하고, 알레르기 가능성도 작아 지금까지 개발된 배양육 기술을 쌀알 지지체와 접목한다면 다양한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홍 교수는 "실제로 많은 곳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며 "소고기 쌀은 일종의 플랫폼으로, 다른 식품에서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어서 다른 형태의 미래 식품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구팀 내에서도 소고기 쌀에 들어가는 소의 근육과 지방세포 함유량을 더 높이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쌀알 지지체보다 줄기세포 함량이 많아지면 고기로도 활용 가능하다. 연구팀은 "소고깃값이 1kg에 2만 원에 육박하는데, 소고기 쌀이 상용화되면 가격은 1kg당 3000원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 받고 있어
해외에서도 이번 연구 결과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쌀 알갱이를 지지체로 이용한 건 세계 최초 시도이기 때문이다. 영국 BBC는 "소고기쌀은 저렴하고 환경친화적인 단백질 공급원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하이브리드 식품"이라며 "시장에 나왔을 때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켜볼 일"이라고 했다. 영국 가디언지도 소고기 쌀을 소개하며 "분홍색 쌀이 지속 가능한 음식 메뉴로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지에 미국 워싱턴 주립대 존 오틀리 교수는 "생산량을 확대하고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면 소고기 쌀은 효율적인 영양 공급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단백질 수요는 늘어가고 온실가스·감염병 등으로 축산업은 축소되는 지금, 배양육 시장은 선택 아닌 의무다. 배양육 개발은 축산업 축소를 유발하는 기후 위기도 해결할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존스홉킨스대 박소현 박사후연구원은 "단백질 100g이 든 소고기 쌀을 만들 때 이산화탄소 6.27㎏이 배출되지만, 축산으로 얻은 소고기는 49.89㎏을 배출하는 걸로 추정된다"고 했다. 배양육의 또 다른 장점은 모든 과정을 트래킹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소고기는 어떤 과정으로 항생제를 얼마나 맞으면서 자란 소의 고기인지 등을 알기 어려운데, 배양육은 음식으로 개발하기 위해 실험하는 과정을 블록체인 위에 올려놓으면 조작이 불가능해 매우 높은 신뢰도를 보장하면서 생산할 수 있다"며 "지금 블록체인에 올리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