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질환
영국 아이가 13살에 자신의 장례식을 계획한 이유
이슬비 기자
입력 2023/12/12 21:00
리스 윌리엄스(Rhys Williams, 18)는 태어날 때부터 수포성 표피박리증(epidermolysis bullosa·EB)을 앓았다. EB는 피부에서 표피와 진피 경계부를 구성하는 단백질 유전자가 변이로 가벼운 외상에도 쉽게 물집이 생기는 유전성 질환이다. 손, 발에 수포가 생기고 심한 후유증은 보이지 않는 단순형, 전신에 수포가 발생하고 심한 상처와 후유증을 보이는 경계형·이영양형 등으로 나뉜다. 윌리엄스는 가장 심한 상태로, 요리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이를 닦는 것만으로도 피부에 이상이 생겼다. 윌리엄스는 항상 피부의 50% 이상에 상처가 나 있고, 지속해서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윌리엄스 어머니인 타냐 무어스(Tanya Moores, 40)는 "윌리엄스가 아기였을 때 10살까지도 못 살 거라고 했다"며 "리스는 자신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을 깨닫고 14번째 생일이 되기 전에 자신의 장례식 계획을 말했다"고 했다. 윌리엄스는 자신이 리버풀 FC 팬이므로, 모든 사람이 빨간색을 입고 장례식에 오길 원했다. 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셔츠는 허용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왔으면 해, 큰 교회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싶어 했다. 또 입관 전 소방서를 지나치길 원했다.
윌리엄스는 성인이 될 때까지 견뎌냈지만, 지난달 4일 패혈증과 폐렴이 발병해 위독한 상태다. 지난달 14일 폐에 체액이 차 호흡이 멈췄을 때 급격하게 악화 됐고, 결국 의사들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 치료를 중단했다. 현재 윌리엄스는 임종 간호 호스피스로 옮겨졌고, 지난달 15일 모든 치료가 중단됐다.
EB는 전 세계적으로 5만 명당 1명에게 생기는 극희소질환이다. 환자의 약 40%가 태어난 후 첫해에 사망하고, 살아남더라도 대부분 5살을 넘기 힘들다고 알려졌다. 표피가 계속 벗겨지거나 물집이 생겨 환자들은 감염에 취약하고, 극심한 통증이 동반된다. 식도도 벗겨지고 물집이 생길 수 있어 음식을 삼키는 것조차 어렵다. 아직 완치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은 없으며, 증상이나 합병증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다행히 최근 수년 사이 재조합 7형 콜라겐 주입 치료, 약물치료, 세포치료, 유전자 치료 등 새로운 치료법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상은 교수팀과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배상수 교수팀으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이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