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질환
아토피 신약의 새 판… 듀피젠트 위협하는 '아트랄자'
신은진 기자
입력 2023/11/16 18:10
두 번째 아토피피부염 생물학적 제제 아트랄자 급여권 진입 문턱
듀피젠트 부작용 환자 등에 대안 떠올라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중 유일한 생물학적 제제로, 아토피 치료제 시장의 70~80%를 점령한 사노피의 '듀피젠트프리필드주(성분명 두필루맙)'를 위협할 약이 등장했다. 레오파마의 '아트랄자프리필드시린지(성분명 트랄로키누맙)'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성인 및 청소년 아토피 피부염에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만 마무리한다면, 국내 중증 아토피 환자가 가격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는 두 가지로 늘어난다. 아트랄자가 과연 듀피젠트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똑같은 생물학적 제제? 타겟 비슷하지만 기전 달라
아트랄자와 듀피젠트는 모두 생물학적 제제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약효를 내는 원리는 약간 차이가 있다. 듀피젠트는 아토피피부염의 원인으로 알려진 제2형 염증의 주요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IL)-4와 IL-13의 신호를 모두 차단한다. 반면, 아트랄자는 IL-13만을 차단해 증상을 개선한다. IL-13은 아토피피부염의 원인이 되는 면역 및 염증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물질로 알려졌다.
이렇게만 보면, 원인 물질 두 가지를 차단하는 듀피젠트가 한 가지 물질만 차단하는 아트랄자보다 더 좋은 약처럼 보이나 그렇진 않다. 조선대병원 피부과 나찬호 교수는 "IL-4와 IL-13은 사이토카인으로, 염증반응은 여기에 수용체가 붙었을 때 발생한다"며 "듀피젠트는 사이토카인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이고, 아트랄자는 사이토카인 자체를 직접 차단하는 기전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나 교수에 따르면, 아토피 환자의 피부에선 IL-13이 더 많이 검출돼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으면 아토피의 특징인 태선화된 피부염에 좀 더 좋은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IL-4는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IL-31의 활성에 영향을 미치는 등의 영향을 준다. 나 교수는 "즉, 듀피젠트와 아트랄자는 모두 생물학적 제제이긴하나 기전 자체가 다른 약이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약제는 투약에도 차이가 있다. 듀피젠트는 증상 개선과 상관없이 2주 간격으로 투약해야 하나, 아트랄자는 2주 간격으로 투약하다 증상이 개선하면 투약 간격을 4주로 늘릴 수 있다. 투약 간격이 4주로 길어지면, 환자 입장에선 편의성과 비용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아트랄자 초기 효과 듀피젠트만 못해… 장기 효과는 비슷
이처럼 아트랄자와 듀피젠트는 원리부터 다른 약이고, 두 약제를 직접 비교한 임상시험이 없기에 어느 것이 더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각 임상시험의 데이터를 비교해보면, 16주까지 진행된 임상시험에선 듀피젠트가 아트랄자보다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16주 임상시험 기준 EASI(습진중증도평가지수)-75 달성률을 보면, 듀피젠트는 48%, 아트랄자는 29%다. EASI-75 달성률은 기존 EASI 스코어 대비 증상이 75% 이상 개선된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것으로, 약효가 얼마나 좋은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통증지수를 뜻하는 NRS 4점 감소 달성률을 봐도, 듀피젠트는 38.4% 아트랄자는 20~25% 수준이다. 삶의 질 지수를 의미하는 DLQI 개선 점수도 듀피젠트는 9.8%, 아트랄자는 7.1~8.8%로 듀피젠트의 효과가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박천욱 교수는 "초기 16주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듀피젠트가 아트랄자보다 10% 이상 효과가 좋다"며 "임상시험을 직접 진행해본 입장에서 봐도, 개인차가 있긴 하나 대체로 듀피젠트 사용자의 개선 효과가 더 빠르게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16주가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52주까지 진행된 최신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아트랄자와 듀피젠트의 차이는 거의 없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피부과 박영립 교수는 "최근 발표된 장기사용 임상시험 결과에선 듀피젠트와 아트랄자의 효과가 비슷한 것으로 나온다"고 밝혔다. 나찬호 교수도 "16주까지는 듀피젠트가 아트랄자보다 효과가 좋지만, 52주 이후엔 아트랄자의 효과가 듀피젠트보다 열등하지 않다고 보고된다"고 말했다.
◇듀피젠트 대안으로 충분 vs JAK 두고 아트랄자 선택 이유 없어
두 악제는 사실상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아트랄자가 급여권에 진입했다고 가정했을 때, 아토피 전문가들은 환자에게 아트랄자를 처방할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차이가 있었다.
박영립 교수는 "기본적으로 아토피는 워낙 개인차가 큰 질환이라 임상시험을 해보면, 16주 임상에서도 두 약제의 효과가 비슷한 환자와 차이가 큰 환자가 모두 존재했다"며 "특히 중등도 이하의 상태의 환자에게선 치료제의 차이가 크지 않아 아토피 증상이 심하지 않고, 병원을 주기적으로 찾기 어려운 환자들에겐 아트랄자 처방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은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며 "좀 더 사용해본 후 더 나은 약이 무엇인지 평가하고 사용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나찬호 교수도 "아트랄자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일단 증상이 개선되면 투약간격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결막염 등 듀피젠트 부작용을 겪었거나 목이나 얼굴 등의 증상 개선 효과가 적은 경우, 투약 편의성과 안전성이 중요한 환자 등이라면 아트랄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듀피젠트가 효과가 없었거나 부작용을 겪은 환자에게 처방을 고려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천욱 교수는 "듀피젠트가 효과가 없는 환자가 분명히 존재하고, 이 약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결막염이 아트랄자 사용자에선 절반 이하로 나타난다"며 "듀피젠트의 대안으로 아트랄자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약효 측면에선 아트랄자보다 야뉴스키나제(JAK) 억제제를 먼저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중증 아토피에 사용할 수 있는 JAK억제제로는 애브비의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 화이자의 '시빈코(성분명 아브로시티닙)'가 있다.
박 교수는 "듀피젠트가 효과가 없었는데 같은 생물학적 제제이면서 초기 효과가 더 적은 아트랄자를 처방할 의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 본다"며 "아예 기전이 다른 JAK 억제제를 듀피젠트의 대안으로 먼저 고려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환자가 안전성 측면을 우선으로 고려한다면, JAK 억제제보단 생물학적 제제인 아트랄자를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똑같은 생물학적 제제? 타겟 비슷하지만 기전 달라
아트랄자와 듀피젠트는 모두 생물학적 제제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약효를 내는 원리는 약간 차이가 있다. 듀피젠트는 아토피피부염의 원인으로 알려진 제2형 염증의 주요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IL)-4와 IL-13의 신호를 모두 차단한다. 반면, 아트랄자는 IL-13만을 차단해 증상을 개선한다. IL-13은 아토피피부염의 원인이 되는 면역 및 염증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물질로 알려졌다.
이렇게만 보면, 원인 물질 두 가지를 차단하는 듀피젠트가 한 가지 물질만 차단하는 아트랄자보다 더 좋은 약처럼 보이나 그렇진 않다. 조선대병원 피부과 나찬호 교수는 "IL-4와 IL-13은 사이토카인으로, 염증반응은 여기에 수용체가 붙었을 때 발생한다"며 "듀피젠트는 사이토카인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이고, 아트랄자는 사이토카인 자체를 직접 차단하는 기전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나 교수에 따르면, 아토피 환자의 피부에선 IL-13이 더 많이 검출돼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으면 아토피의 특징인 태선화된 피부염에 좀 더 좋은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IL-4는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IL-31의 활성에 영향을 미치는 등의 영향을 준다. 나 교수는 "즉, 듀피젠트와 아트랄자는 모두 생물학적 제제이긴하나 기전 자체가 다른 약이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약제는 투약에도 차이가 있다. 듀피젠트는 증상 개선과 상관없이 2주 간격으로 투약해야 하나, 아트랄자는 2주 간격으로 투약하다 증상이 개선하면 투약 간격을 4주로 늘릴 수 있다. 투약 간격이 4주로 길어지면, 환자 입장에선 편의성과 비용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아트랄자 초기 효과 듀피젠트만 못해… 장기 효과는 비슷
이처럼 아트랄자와 듀피젠트는 원리부터 다른 약이고, 두 약제를 직접 비교한 임상시험이 없기에 어느 것이 더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각 임상시험의 데이터를 비교해보면, 16주까지 진행된 임상시험에선 듀피젠트가 아트랄자보다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16주 임상시험 기준 EASI(습진중증도평가지수)-75 달성률을 보면, 듀피젠트는 48%, 아트랄자는 29%다. EASI-75 달성률은 기존 EASI 스코어 대비 증상이 75% 이상 개선된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것으로, 약효가 얼마나 좋은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통증지수를 뜻하는 NRS 4점 감소 달성률을 봐도, 듀피젠트는 38.4% 아트랄자는 20~25% 수준이다. 삶의 질 지수를 의미하는 DLQI 개선 점수도 듀피젠트는 9.8%, 아트랄자는 7.1~8.8%로 듀피젠트의 효과가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박천욱 교수는 "초기 16주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듀피젠트가 아트랄자보다 10% 이상 효과가 좋다"며 "임상시험을 직접 진행해본 입장에서 봐도, 개인차가 있긴 하나 대체로 듀피젠트 사용자의 개선 효과가 더 빠르게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16주가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52주까지 진행된 최신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아트랄자와 듀피젠트의 차이는 거의 없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피부과 박영립 교수는 "최근 발표된 장기사용 임상시험 결과에선 듀피젠트와 아트랄자의 효과가 비슷한 것으로 나온다"고 밝혔다. 나찬호 교수도 "16주까지는 듀피젠트가 아트랄자보다 효과가 좋지만, 52주 이후엔 아트랄자의 효과가 듀피젠트보다 열등하지 않다고 보고된다"고 말했다.
◇듀피젠트 대안으로 충분 vs JAK 두고 아트랄자 선택 이유 없어
두 악제는 사실상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아트랄자가 급여권에 진입했다고 가정했을 때, 아토피 전문가들은 환자에게 아트랄자를 처방할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차이가 있었다.
박영립 교수는 "기본적으로 아토피는 워낙 개인차가 큰 질환이라 임상시험을 해보면, 16주 임상에서도 두 약제의 효과가 비슷한 환자와 차이가 큰 환자가 모두 존재했다"며 "특히 중등도 이하의 상태의 환자에게선 치료제의 차이가 크지 않아 아토피 증상이 심하지 않고, 병원을 주기적으로 찾기 어려운 환자들에겐 아트랄자 처방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은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며 "좀 더 사용해본 후 더 나은 약이 무엇인지 평가하고 사용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나찬호 교수도 "아트랄자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일단 증상이 개선되면 투약간격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결막염 등 듀피젠트 부작용을 겪었거나 목이나 얼굴 등의 증상 개선 효과가 적은 경우, 투약 편의성과 안전성이 중요한 환자 등이라면 아트랄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듀피젠트가 효과가 없었거나 부작용을 겪은 환자에게 처방을 고려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천욱 교수는 "듀피젠트가 효과가 없는 환자가 분명히 존재하고, 이 약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결막염이 아트랄자 사용자에선 절반 이하로 나타난다"며 "듀피젠트의 대안으로 아트랄자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약효 측면에선 아트랄자보다 야뉴스키나제(JAK) 억제제를 먼저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중증 아토피에 사용할 수 있는 JAK억제제로는 애브비의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 화이자의 '시빈코(성분명 아브로시티닙)'가 있다.
박 교수는 "듀피젠트가 효과가 없었는데 같은 생물학적 제제이면서 초기 효과가 더 적은 아트랄자를 처방할 의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 본다"며 "아예 기전이 다른 JAK 억제제를 듀피젠트의 대안으로 먼저 고려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환자가 안전성 측면을 우선으로 고려한다면, JAK 억제제보단 생물학적 제제인 아트랄자를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